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백신애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부산에서 경성으로 가고 오는 기차선로 이름은 경부선이라 하지요.이 경부선 기차를 타고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구 정거장에서 내려가지고 동쪽으로 나가는 조그마한 기차에 갈아타면 동쪽 바닷가 포항이라는 곳까지 갈 수 있어요. 그리고 경주라고 하는 아주 예전에 신라 임금이 사시던 곳에도 갑니다. 그런데 이 기차선로 이름은 동해중부선이라고 한답니다.대구서 이 기치를 타고 나면 다음 닿는 곳은 동촌이라는 정거장이고요, 그 다음은 어여쁜 이름을 가진 반야월이라는 정거장입니다.이제 여러분께 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이 반야월 정거장 근처에서 시작됩니다.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다 읽으시고 나서 일부러 만들어 쓴 거짓말 이야기겠지 하고 의심은 하지 마세요. 왜 그러냐 하면, 의심나시는 분은 누구든지 반야월이란 곳에 오셔서 누구에게나 물어보시면 알 테니까요.자, 여러분께 어서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얼마나 가엾고 감심할 만한 이야긴가 잘 읽어보시고 많이 동정해주세요.그런데요, 아까 말씀한 그 반야월이란 곳 말입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이 킬로미터만 걸어가면 높고 낮은 산들이 자욱이 둘러 있는데 이 산골에 오십 호가량 되는 조그마한 동네가 하나 있어요. 이 동네이름은 월남동이라고 부른답니다.이 월남동이라는 동네에 지금부터 사십 년 전에 명학이라고 부르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소년 명학 군에게는 동생이 둘이 있었는데 큰 동생은 아주 살이 퉁퉁하게 쪄서 ‘뚱보’라는 별명을 듣는 명룡이고요, 다음 동생은 두 눈이 무척 큼직하게 생겼다고 ‘눈쟁이’라는 별명을 듣는 명우랍니다. 그런데 명학이만은 어떻게 잘생겼던지 아무 별명도 없었어요. 그때 명학이는 열두 살, 명룡이는 여덟 살, 명우는 네 살이었어요.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하나 있어요. 명학이에게는 우연히 아버지가 없어졌어요. 어떻게 된 셈인지 재작년 가을부터 아무 말 없이 없어지고 말았어요.--- “푸른하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