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효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만보는 산에 나무하러 간 길에 노루를 산채로 잡는 장골이었다. 벼 한 섬쯤은 별로 애쓰지 않고 들 수 있다. 단오절마다 시민운동회에서는 씨름에 판판이 일등이었다. 해마다 탄 소가 늘어서 웬만한 재산을 이루었다. 윤직장 집에는 근 십년이나 머슴으로 있으면서 알뜰히 번 것과 합치면 새살림을 벌리기에 넉넉하였다. 하루라도 속히 장가를 들어 살림날 궁리를 할 뿐이었다. 박회계원에게서 청을 받았을 때 만보는 바쁜 때에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윤직장의 승낙이 있었다는 소리에 마음이 쏠리지 않음도 아니었다. 남도집에서 만나자는 것 또 반가운 말이었다. 비취가 그의 마음을 댕긴지는 오래였다. 그러나 감히 말 붙일 계제가 없었던 것이다. 비취는 박회계원과 좋은 사이였고 멀지 않아 후실로 들이리라는 소문까지 있었다. 박회계원과 남도집에 가기는 제물맞춤이라고 생각되었다.세 순배째 들어오니 못하는 술에 만보는 관자놀이가 후끈거렸다. 주는 잔을 감춰 버릴 줄도 모르고 고지식하게 알뜰히 받아 마신 것이 꾀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비취의 얼굴이 반달같이 동그랗게 떠올라 보인다.--- “만보(萬甫)”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