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효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바다는 무한대의 힘이요 자랑이었다. 그 속에 새 그물을 던지고 그물안에 든 고기떼를 선창에 퍼 담는 그 경영이 또한 사람의 하는 일로서 그렇게 유유하고 의젓할 데는 없을 듯이 느껴졌다. 사람과 자연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되고 합치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비록 싸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의 싸움같이 그렇게 작고 좀스럽고 인색한 것은 아니다. 죽든지 살든지 간에 보람 있고 장하고 늠름한 것이다. 바다 밖에서 여러 시간을 지내는 동안에 학수는 일종의 묵시의 계시를 받은 듯 마음이 빛나고 그득 차고 만족스러웠다. 여러 척의 목선에는 고깃더미 수북이 쌓였고 학수의 마음속에는 묵시의 영감이 가득 넘쳐서 육지로 돌아오는 길은 한결 기쁘고 듬직한 것이었다. 발동선은 가벼운 폭음을 울렸고 사공들은 노래구절을 길게 빼었다. 푸르고 붉은 깃발이 돛대 위에 날려 고기의 수확이 많음을 자랑했다. 황혼 속에 자옥한 바다를 건너 포구에 가까워 갈 때 육지에 아물거리는 사람들의 기쁨에 뛰노는 양이 눈에 어리었다. 불역에 가까워 감을 따라 마음도 뛰놀았으나 발동선 좁은 뱃기슭에 올라서서 포구의 사람들을 신기한 것으로 보고 있던 학수는 지나쳐 기뻤던 그날의 마지막 수확인 듯 불의에 발을 빗디디고 뱃전 밖으로 떨어졌다. 바닷물에 빠져 아닌 때 물세례를 받은 학수는 하는 수 없이 헤엄을 쳐서 멀어지는 배 뒷전을 따랐다. 옷이 물에 젖어서 몸이 무거웠다.--- “소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