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채만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절후로 치면 벌써 춘분이니 봄도 거진 완구해 올 무렵이요 하지만, 진달래꽃머리 요 때면 으례껏 하는 버릇으로 기어코 요란떨이를 한바탕 차례를 잡자는 요량인지 연 사흘째나 날이 개질 듯 말 듯 끄물거리면서 새침한 바람끝이 수월찮이 쌀쌀하다.마침 날씨가 그러한데다가 또 아침 군불 같은 것은 이름도 곧잘 알 줄 모르는 항용 학생 하숙집의 방 명색이고 보니, 섣불리 한겨울의 제철 추위보다도 오히려 견디어 나기가 어려웠다.하기야 일요일도 아닌 여느날 훤한 대낮인데 학생 하숙집 방구석에 우두커니 사람이 들어앉았는 것부터서 자못 부자연스러 보이는 노릇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대신 금새 날아갈 듯이 두 무릎을 잔뜩 쪼글트리고 쪼글트린 무르팍 위에다가는 팔짱 낀 팔을 얹고 그리고 그 위에다가는 허리를 옹송크려 한편 볼을 파묻고, 이러고 앉아서 가만가만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는 그 근천스런 포즈만은 구들장이 얼음장 같고 썰렁하니 붙일성 없는 이 방안의 어설픔과 빈틈없이 잘 얼리는, 그래서 차라리 자연스런 배경(背景)이기도 했었다.--- “모색[摸索]”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