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나도향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밤 두 시가 40분이나 넘은 어떠한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다.황금정(黃金町) 네거리에서 종로를 향하여 페이브먼트 위를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한 사람은 키도 크고 체격도 든든하게 생겼으나 점액질로 생겨 보이고 한 사람은 키도 작고 그렇게 건장해 보이지 않으나 다혈질로 생겨 보인다.바람이 불어서 뺨을 에이는 듯하고 눈이 쏟아지려는지 하늘은 별 하나 없이 캄캄하다."에 추워! 매우 춘 걸!"하는 사람은 그 작은 젊은 사람이다."글쎄 매우 추우이"하고 목도리를 바싹 두르는 사람은 그 강대한 청년이다."오늘 같은 날 강시(疆屍) 나겠네.""그래 구차한 사람은 어렵겠는 걸.""나는 발이 시려 죽겠네. 코가 떨어지는 것 같은 걸.""그래!""어디 가서 몸을 좀 녹이고 집으로 들어가세 그려.""늦어서 갈 데가 있어야지.""우리 종각 뒤에 가서 한 잔 먹어볼까?""먹세 그려."두 젊은 사람은 술 먹기로 일치하였다."술 먹으면 먹을 때는 좋지만 먹고 나면 여러가지로 해야.""미친 소리 말게! 그것을 생각하면 먹지 않는 게 낫지!""그러나 여보게 자네 작년 겨울 생각하나?""허허 생각하지. 그때는 우리도 퍽 했었지만 여보게 글쎄 기차 궤도에 가 드러누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만일 전철수가 아니었다면 경원선 기차에 꼭 치어죽을 뻔했지? 나는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지네.""그래 참 아슬아슬해."--- “당착(撞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