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채만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나는 내 나이 여덟 살 적, 지금 우리 큰아이 실(實)만 하여서 시골서 보통학교엘 다닐 때에, 선생님한테서 우표저금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이 40이 되어 이번에는 우리 실이한테서 달력저금의 묘미를 배웠다.우표저금하던 이야기부터 하기로 한다.하루는 선생님이 시간에 들어오시더니, 학과를 시작하는 대신, 사람은 누구나 저금을 하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저금은 어려서부터 재미와 버릇을 들여야만 자라서도 꾸준히 계속하게 되는 것이니 제군도 부디 오늘부터 시작을 하도록 하라고 하시었다.그러고 나서, 저금을 하는 방법으로는 저금은 한 번에 10전 이상씩을 하여야 하는 것인데, 제군은 아직 어리니깐 한꺼번에 10전씩 저금을 하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제군은 우표저금이라는 것을 하도록 하여라. 우편소에 가면 우표저금 대지라는 것을 준다. 우표를 열 장을 붙이도록 줄을 그어 만든 빳빳한 종이조각이다. 그 우표저금 대지를 얻어다 두고서, 1전이 생기거든 1전 우표 한 장을 사서 대지에다 붙인다. 또 2전이나 3전이 생기면, 1전 우표 두 장이나 석 장을 사서 붙인다. 그렇게 하여서 1전 우표 열 장을 다 붙이어, 10전이 차거들랑 그때는 도장을 가지고 우편소에 가지고 간다. 우편소에서는 저금통장에다 10전 저금한 것을 올리어, 일부인 찍은 그 대지와 함께 내어준다. 그 다음에도 또 1전이 생기면 1전 우표 한 장을, 3전이 생기면 1전 우표 석 장을 사서 대지에 붙이고 하다가 마지막 열 장이 되거든, 그 때는 도장은 그만두고 통장과 그 대지만 가지고 우편소에 가면, 또다시 십 전 저금을 한 것으로 통장에다 올려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표저금이다.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해서 아니하고는 못 배기는 저금이다. 그러니, 어머니 아버지께 돈을 타거들랑 군것질이나 할 생각을 말고, 우표를 사서 대지에다 붙이고 붙이고 하여, 부디 저금을 하도록 하여라. 1전 2전이 모여 10전이 되고, 그것을 열 번 하면 1원, 백 번 하면 10원이 아니 되느냐. 천 번 이면 백 원이 아니 되느냐. 백 원이면 제군은 만져보지도 못한 큰 돈이다. 그런 큰 돈이 1전 2전을 쓰지 아니하고 우표를 사 모아서 합쳐진 돈이다. 이야말로 진합 태산이라는 것이다. 잘들 알아들었느냐. 그럼 오늘부터 저금할 사람은 손들어.반의 아이들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죄다 손을 들었다.--- “실(實)의 공(功)”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