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무영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권안달도 이 동네의 다른 열세 집과 같이 단양댁의 논 몇 마지기와 밭 몇 뙈기를 얻어부치어 권안달의 말을 본다면 그 덕으로 거미가 입에 줄을 못치고 있는 셈이다. 원래가 크지도 못한 키에다가 양쪽 어깨가 차악 내려앉고 그나마도 상반신에 비해서 하지가 짧은 편이라서 얼핏 보기에는 어딘지 생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니 자연 얼굴도 큰 편이 못되고 햇볕에 탄 황토색 살빛과 유난히 노란 수염이 그것도 이면치레로 몇 가닥 나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던히 옹졸한 인상을 준다. 만일 그의 눈이 가로 찢어지지만 않았더라도 그 왕방울 같은 두 눈이 초라한 체구와 옹졸한 얼굴이 주는 인상을 어느 정도까지는 보받침을 해주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눈이 다 바깥쪽으로 쪽 찢어진데다가 겉눈썹이 가지런히 곤두서서 푼더분하기는 고사하고 되레 삼한 인상을 준다. 이런 형의 얼굴이면 대개 콧마루가 날쌔고 아래턱이 빠른 것이 보통이지만 권안달은 콧마루도 날카롭지 않고 아래턱도 빠른 편은 못 된다. 그의 얼굴에서 좀 푼더분까지는 못 가더라도 조그마한 후덕과 정다움을 느끼는 것은 그래도 역시 이 민춤한 턱의 덕분이 많았다.언젠가 지금도 갈려갔지만 시라가와라는 주재소 주임이 연말 경계로 이 동네에 왔다가 권안달을 보고는 전형적 조선 사람의 얼굴이라고 하여 구장과 웃은 일이 있었는데 후에 구장한테서 그 말을 통역해 듣고는,"거 부장이 잘 봤군. 버젓한 조선 양반을 갖다 되놈이나 양대인 같으다면 시비두 할 만하지만."하고 혼자서 온종일 뇌고 뇌고 했다지마는 역시 부장의 눈은 정확했다. 이모저모 뜯어놓으면 그런 줄을 몰라도 권안달은 척 대하면 역시 어딘지는 모르게 조선 농군의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안달소전(安達小傳)”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