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효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새까만 드레스에 새빨간 목도리를 감은 맵시 고운 그의 양자가 야트막한 창고가 늘어서 지저분한 부두와는 모래 속의 구슬과도 같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물건과 구성과 배치가 유라의 일신을 마치 보석과도 같이 구별해 놓았다. 그의 옆에 붙어 있는 내 자신조차 그의 기품 높은 모양과는 조화되지 못하고 스스로 구별될는지 모른다. 나는 새삼스럽게 유라의 태양과도 같은 존재를 느꼈다 하기는 이것이 알 수 없이 침착을 잃은 나의 마음의 탓인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그가 차차 나의 마음의 세상에 침범하여 온 것을 깨닫고 나는 율연히 마음의 떨림을 느꼈다.부두를 떠나 긴 방축을 건너 섬에 이르렀을 때에 한낮을 훨씬 지난 바다는 차차 거칠게 수물거리기 시작하였다. 만목 거칠은 배경 속에서 유라의 자태는 더한층 뛰어나 보였다. 그것은 맑게 타오르는 한 송이의 성스러운 불덩이였다.파도 찰락거리는 모래펄을 걸어서 바다 속에 오똘하게 뛰어난 바위를 더듬어 올랐다. 모진 바람에 나부끼는 유라의 붉은 목도리는 활활 붙는 불꽃이었다. 몇 걸음 앞서서 험한 바위언덕을 더듬는 유라의 치맛자락을 모진 바람이 졸지에 휙 불어 올리는 순간 하얗게 드러난 허벅살의 한 점이 번개같이 나의 눈을 쏘았다. 그것은 마치 한숨의 향기와도 같이 나의 감각을 스친 것이언만,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본 순간 즉시 시선을 옮겨 버렸건만 눈총 속에 들어붙어 한참 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검은 것, 붉은 것, 흰 것이 한데 휩쓸려 타는 유라의 불덩어리가 그대로 나의 마음속에 들어와서 나의 가슴을 활활 붙여 올렸다.--- “마음의 의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