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강경애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구미포의 해수욕장은 동양에서도 몇째로 가지 않는 좋은 곳이라 하여 여름이면 미국 선교사들이 오륙백 명씩 피서로 온다. 그들의 집은 그곳 봉내라하는 높직하게 된 곳에다 이백 호 가량 지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면 앞으로는 망망한 황해요 뒤로는 구불구불한 불타산이다.형철이와 혜경이가 싼판에 옮겨 타고 기선을 떠나, 거친 물결을 넘어 올 때에 봉내 위 공중에 높이 달린 성조기는 가는 파동을 내고 펄펄거린다.(중략)나는 불쌍한 조선의 아들, 당신은 가련한 조선의 딸. 이런 마음으로 가득 찬 형철이는 무심히 혜경이를 슬쩍 보자 눈물이 어리어지고 말았다.방학에 집으로 내려온 형철이는 해변을 스치고 건너오는 맑은 공기의 오존을 힘껏 들여 마시고 태양이 방사하는 자외선을 마음대로 맞으며 바닷물에서 뛰노는 것이 그의 일과의 하나였다. 어떤 날 그가 피로한 몸을 바닷가 모래 위에 두 다리를 던지고 쉬고 있었다. 기름이 뚝뚝 흐르는 듯한 울울한 수목 사이로 붉은 지붕과 회벽으로 조화된 양옥이 힐끔힐끔 보이는 그곳에서 뚝 떨어져 수평선은 일자로, 바른편으로 쭈욱 거침없이 단번에 그어 있다. 갈매기는 펄펄 한 마리. 두 마리. 흰 돛은 섬뒤로 돌아간다. 이때 형철의 마음은 육체를 떠나 우주에 합치되어, 어느 곳을 배회하고 있는지를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파금(破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