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효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아침에 집을 나가면 동무들과 휩쓸려 술과 해 동무를 하다가는 밤이 패야 돌아간다. 소리패와 좌석을 같이하고 진종일을 지낸다고 해도 별반 신통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농을 걸고 북새를 놓고 하는 동안에는 도리어 사람이 허름해만 지고 처신이 떨어져 갈 뿐이었으나 그러나 집안에 있을 때의 지옥의 괴롬을 생각하면 그래도 실속은 없으나마 그 긴치 않은 동무들과 자리를 같이하게 된다.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길을 잡아보겠다고 몇 번이나 두문불출 집안에 들어박혀 보려고 애썼는지 모른다. 애를 썼을 뿐이지 그 갑갑한 공기 속에서는 단 반날을 진정하고 앉아서 신문 한 장 편히 읽을 수는 없었다. 생활의 기쁨이라고는 없는 어둡고 무거운 유풍 속에서 아내는 허구한 날 황고집을 피우면서 흥이야 항이야 쓸데없는 일에까지 입살이 세다. 생각하면 묵은 대의 희생을 당한 결혼부터가 불행한 것이었다. 남편된 도리를 다하지도 못했거니와 아내로서의 부드러운 정리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남편의 밖에서의 처신이 허랑하다고 활이야 살이야 문책이 심하면 끝에 자진해 버리겠다고 약사발 소동을 일으켰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뺏어서 던진 약사발이 공교롭게도 뜰 앞 향나무를 맞히면서 뿌리 위에 쏟아져서 독한 잿물 기운에 잎이 타고 가지가 시들기 시작했다. 선친이 돌아가기 전에 손수 심어 놓은 기념수였다. 경망스럽게도 치명의 상처를 입은 향나무를 바라만 보아도 심화가 터 올라와서 그 후부터는 더욱 집이 싫어졌다. 집이 아니라 굴이요, 잠깐 잠자리를 빌러 들어갈 뿐인 게 껍질인 셈이었다. 잠만 깨면 작정 없이 거리로 나와 계획도 지향도 없어 발 가는 대로 뜻을 맡겼다.--- “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