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채만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천정에 바투 매어달린 전등은 방 주인 병조와 한가지로 잠잠히 방안을 밝히고 있다.대청마루에 걸린 낡은 괘종이 뚝떡 뚝떡 하며 달아나는 시간을 한 초씩 한 초씩 놓치지 않고 세었다.큰방에서는 돌아올 시간이 아직도 먼 아들을 그대로 기다리고 있는 영복 어머니의 기침소리가 이따금 콜록콜록 들려나왔다.바로 집 뒤에 약현(藥峴)마루를 내노라고 왕자(王者)답게 차지하고 있는 천주교당에서는 벌떼 소리 같은 찬송가 소리가 울려나왔다.자정이 지나지 아니하면 그칠 줄을 모르는 경성역의 요란한 기차 소리들은 여전히 어수선하게 야단을 내떨었다.그러나 병조는 잠잠히 앉아 철필대만 놀렸다.그는 벽에다 비스듬히 등을 기대고 두 다리를 거침새없이 내뻗고 앉아서 책상 -양탄자를 씌웠으면 값 헐한 중국요리집의 요리상으로 쓰기에 꼭 알맞은 형용만 갖춘 책상- 위에 얼른 보기에는 흰 테이블 크로스를 덮은 것 같으나 알고 보면 영복이가 기계과에 있는 덕에 가끔 몇장씩 가져오는 널따란 양지-를 펼쳐놓고 철필을 든 손으로 무심하게 글자를 끄적거렸다.내리긋고 건너서 내리긋고 건너긋고 다시 건너그은 날일(日)변에 내리 삐치고 건너서 내리삐친 밑에 입구(口)를 해서 밝을소(昭).왼편으로 내리긋다가 중간을 꺾어서 바른편으로 잡아 긋고 왼편으로 내리삐치고 올라가서 건너삐친 계집녀(女)변에 건너긋고 내리긋고 건너서 내리긋고 건너긋고 또 건너그은 클거(巨)를 해서 계집희(姬).밝은소 계집희 소희 소희 소희.--- “병조와 영복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