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무영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풀이 죽어서 병원 문을 나오던 장 교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꿈이 아닌가 해서다. 간밤 꿈에도 병원 문밖을 나오려니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젯밤 꿈처럼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소나기는 아니었지만 눈이 쏟아진대도 망발이 아닐 섣달에 비가 오고 있는 것이다. 순간 장 교수는 간밤 꿈의 연장인 것처럼 느끼어졌다. 그러기를 바라서 일지도 모른다. 사실 꿈이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는 병원 간판을 다시 한번 돌아다보았다. 역시 틀림없는 김 내과다. 꿈에도 그랬었다. 암이라니, 너무도 뜻밖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서였다. 그럴 수가 있으랴, 시체와 삼 년을 산 자기한테 또 하나의 시체가 안겨질 수는 없다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악한사람은 아니니라 했다.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은 한 선량한 인간한테 그런 가혹한 운명이란 주어질 리가 없느니라 했었다."하느님은 그렇게 공평치 않은 어른이 아니니라!"그러다가 깼었다. 역시 꿈이었다. 꿈에서 깨이니 몸이 흠씬 젖어 있다. 꿈이란 정말 고마운 존재라고 눈물이 나게 고마웠다.그 간밤 꿈의 연장이기를 바랐다.그러나 꿈이기에는 모두가 너무 선명하다. 거리의 풍경도 정녕 꿈은 아니었다. 여름처럼 기약없이 내리는 비에 모두들 갈팡댄다. 힐끔힐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만 보고 다니던 택시들도 몸이 달아하는 성장의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신바람이 나서 달린다. 정말 꿈은 아니다.--- “시신(屍身)과의 대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