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계용묵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정력적으로 쭈룩쭈룩 그렇게 세차게나 퍼부었으면 오히려 나을 것이, 오기도 싫은 것을 보슬보슬 끊임도 없이 속삭이는 가랑비 소리. 그것은 마치 사람의 눈을 피하여 조심조심 걸어오는 사신(死神)의 발자국 소리나처럼 정암의 귀에는 들린다.날마다 살이 깎여만 내릴 줄 아는 팔뚝을 들여다는 보면서도 그래도 마뜩해 죽기야 하리? 하던 그 굳센 신념만은 조금도 꺾이지 않던 것이, 며칠째 의사의 진찰 태도에 그만 정암은 그렇게도 굳세던 마음이 일조에 꺾이고 죽음의 공포 속에 자꾸만 오력이 재려든다. 더욱이 오늘 아침의 진찰에 와서는 청진기를 가슴에 대기가 바쁘게 머리를 흔들며 실색을 하던 그 의사의 태도는 그것이 벌써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모르지 않는 것이다. 별안간 가슴이 덜컥 하고 내려앉으며 정신이 아찔하여진다. 그때부터 정암은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와는 인젠 손톱만한 인연도 없는 듯이 자기의 죽음을 시바삐 재촉하는 듯하고 또 찬미하여 마지않는 것만 같다. 그러면서 무엇이나 그윽히 그리고, 고요하게 들려오는 음향이면 그것은 자기의 죽음을 재촉하는 그 무슨 신의 호령이나처럼 그의 귀에는 들린다.--- “희화(戱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