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채만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왕치는 대머리가 훌러덩 벗어지고, 소새는 주둥이가 뚜우 나오고, 개미는 허리가 잘록 부러졌다. 이 왕치의 대머리와 소새의 주둥이 나온 것과 개미의 허리 부러진 것과는 이만저만찮은 내력이 있다.옛날 옛적, 거기 어디서, 개미와 소새와 왕치가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개미는 시방이나 그때나 다름없이 부지런하고 일을 잘 했다. 소새도 소갈찌는 좀 괴퍅하고 박절스런 구석은 있으나, 본이 재치가 있고 바지런바지런 해서, 제 앞 하나는 넉넉 꾸려나가고도 남았다.딱한 건 왕치였다. 파리 한 마리 건드릴 근력도 없는 약질이었다. 펀펀 놀고 먹어야 했다. 놀고 먹으면서도, 양통은 커서, 먹기는 남 갑절이나 먹었다.놀고 먹으면서 양통만 커가지고, 먹기는 남 갑절이나 먹는 것도 염치 아닌 노릇인데, 속이 없고 빙충맞았다. 희떱고 비위가 좋았다.부모 자식이나 통태 동기간이라도 모를 텐데, 타성바지의 아무렇지도 않은 남남끼리 한 집 울 안에 모여 살면서 그 모양이니, 눈치는 독판 먹어 두어야 했다. 개미는 그래도 천성이 너그럽고 낙천가가 되어서 과히 허물을 하지 않았지만, 성미 까스라운 소새는 영 아주 왕치를 못볼 상으로 미워했다. 걸핏하면 꽁해가지고는 구박을 하고 눈치를 했다.어느 가을이었다. 백곡이 풍등한 식욕의 가을이었다.---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