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김남천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농사 해 먹는 사람이 그렇디."하면서 창선(昌善)이는 조롱박 모양으로 가운데가 짤름한 흙물 든 자루와 닭 한 마리를 넣은 종다래끼를 닁큼 들어, 자루는 잔등이에 둘러메고, 종다래끼는 왼손에 들고서, 저만큼 앞서서 소를 세우고 이쪽을 바라보는 최서방에게로 성큼성큼 뛰어간다.광목 상침 바지 저고리 위에 무명 중의를 껴입고, 푸수수하니 먼지 묻은 상고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인 창선이가, 밤 한 말과 사과 배 섞어서 스무 알, 그리고 살찐 암탉 한 마리를 휭하니 지고 들고 찬 이슬이 눅진하게 내린 밭 샛길을 우쭐거리며 내려가는 것을 토방 위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서분(西粉)이는,"복손아, 너두 뛰어가 소 기르매(길마) 위에 타라."하고 여섯 살 난 아들을 돌아본다.가장자리가 떨어져서 누런 말똥지가 드러나 보이는 학생 모자를 뒤통수에 재 쓰고, 이런 때에나 내어 입는 파란 목서지 조끼의 흰 조개 단추를 만지작거리고 섰던 복손(福孫)이는, 코 흘린 자국이 빨갛게 남아 있는 세수한 낯짝으로 한 번은 어머니를, 그 다음은 문지방에 서 있는 확실(確實)이를 휘끈휘끈 돌이켜보곤, 팔을 뽑아 찬 공기를 휘저으며 아버지의 간 길을 뛰어간다.--- “생일 전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