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무영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ㄷ씨는 오늘도 회색 두루마기에 꾀죄죄한 동정, 원래는 깜장이었던 뿌우연 진회색 모자에 코는 벌름하고, 뒤축은 짚신처럼 찌그러진 구두라는 30년 전 그대로의 그 초라한 행색으로, 이 또한 30년 가까이나 살고 있는 청파 연화봉 마루턱에 다 쓰러져가는 함석집을 나오면서 기침이라기보다는 너 이놈들 오늘은 어디 한번 견디어봐라, 하고 빼무는 듯싶은 앙칼진 애햄! 소리를 치고 한길로 나서는 것이었다. 실상 이 되바라진 기침만 해도 이미 30년이나 된,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많은 세월, 아마 40년 가까이나 된 버릇일 것이, ㄷ씨는 열다섯 되던 해부터 이 사회에 대하여 꽁한 생각을 품은 채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이른바 남산골 샌님의 외아들로 태어난 ㄷ씨였고 보니 열다섯 이전이라고 그런 생각이 안 들었을까만, 그때까지는 그래도 언제 한번 딛고 일어서 보리라는 바람〔희망[希望]〕이란 것을 갖고 살아왔었으나 아이들 칼장난처럼 위태롭게만 보여지던 당파싸움이 급기야 을사조약을 맺게 만들고, 그래도 무슨 도리가 있겠거니 막연한 희망을 붙이고 있는 때 한일합방이란 청천에 벽력이 내린 후로부터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가 되고 말았었다. 합방이 발표되자 ㄷ씨의 아버지 ㄷ생원은 머리를 풀어헤뜨리고 머리를 벽에다 꽝꽝 들이받아가며 울었었다. 머리가 터졌는지 방안에는 선혈이 흥건했었다. ㄷ씨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진정시키려 들었으나 그것은 헛된 노력이었다.아버지는 피를 확확 품어가며 온 방안을 뒹굴었었다. 아버지의 몸부림은 샐녘에 가서야 진정이 되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이 아니라 종말이었다. ㄷ생원은 그날 새벽에 자결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ㄷ씨 행장기(行狀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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