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백신애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 귀먹은 자(者)의 정적(靜寂)에서 외우는 독백(獨白)S!이 어인 까닭일까요!왜 이다지 고요합니까?깊고 깊은 동혈의 속과 같이 어지간히도 고요합니다. 참으로 이상한 밤이어요.마을을 한참 떠난 들 복판에 외로이 서 있는 이 집인 까닭에 이렇게도 고요함일까요.그러나 지금은 겨울이 아닙니다! 멀리서 달려오는 북쪽의 난폭한 바람이 아 - 모 거칠 것이라곤 하나도 없이 제 마음대로 이 들판에서 서서 천군만마같이 고함을 치고 이 집의 수많은 유리 창문과 뼈만 남은 나무가지를 마구 쥐여 흔들어 놓아 시끄럽고 요란하기 끝이 없게 할 때입니다.그런데 왜 이다지 고요할까! 일순간 사이에 땅덩이가 깊은 바다 속에 깔아 앉아 버린 듯 합니다. 모든 움직임과 음향이 딱, 정지되어버린 듯도 합니다.S!이제 금방 어머니 방에서 어머니가 편안히 잠드시라고 보문품경을 나직나직 읽어드려 겨우 잠이 들으신 듯하여 살며시 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내 방문을 무심코 한 걸음 들어서자 두 눈은 부신 듯 하였어요. 방 안에 얌전스레 나래를 편 듯 깔려있는 침구가 무척도 찬란한 색깔이었든 탓인지요.이렇게 호사스런 침구가 나에게 무슨 관계를 가졌단 말입니까! 다만 내가 본래부터 좋아하는 백합화를 하얗게 수놓은 새빨간 자주색 이불일 따름입니다.--- “혼명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