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고한승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박어사는 어쩔 줄 모르다가 얼른 대답한다는 것이 ‘못 보았습니다’하였습니다.도적놈은 눈을 크게 뜨면서‘이놈 못 보다니. 길이 이것 한 갈래밖에 없는데 못 봐! 네가 그놈을 숨겼구나. 바로 대지 않으면 너부터 죽인다’하고는 칼을 들어 단번에 찌를 것같이 으르렁댔습니다.자 큰일났습니다. 모른다고 하면 자기가 죽을 모양이고 가르쳐주면 그 사람이 죽을 모양이니 이 일을 장차 어찌합니까? 그렇다고 도적과 대항하여 싸우자니 자기의 손에는 지팡이 하나뿐이고 도적은 시퍼런 칼을 들고 있지 않습니까? 더욱이 자기는 임금님의 명령을 받아 팔도로 순회하여 민정을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될 중대한 책임을 진 어사의 몸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손을 들어 보리밭을 가리켜주고는 그대로 도망을 하였습니다. 물론 보리밭 속에 숨었던 사람은 무지한 도적의 손에 죽었을 것입니다.그날 밤에 박문수 박어사는 어떠한 글방을 찾아가서 하룻밤을 새게 되었습니다. 글방에는 나이가 열두어 서너 살쯤 된 어린 사람들이 십여 명이서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박어사는 글방에서 저녁을 얻어먹고 윗목에 가서 곤한 다리를 쉬느라 드러누웠습니다. 온종일 걸어서 몸이 피곤하여 한잠을 곤하게 자려고 하였으나 아까 낮에 자기의 어리석음으로 보리밭 속에서 죽은 그 사람의 일을 생각하니 잠이 도무지 올 리가 있습니까? --- “지팡이 하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