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현진건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내가 요 사년 동안에 흰 석죽화(石竹花)가 네 번이나 큰 임무를 맡아 있는 것을 구경하였다. 그러나 내가 네 번이나 본 그 사실이 다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전후를 종합해 보면 사실로도 그런 비극이 있을 듯도 하나 만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공상에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어떠한 경우에서 네 번이나 석죽화를 본 것을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맨 처음에 내가 기차를 타려고 베를린(伯林) 어느 정거장 플랫폼에 섰을 적이었다. 그 때는 이번 전쟁이 시작된 지 이삼 주일밖에 아니 되었다. 모든 군인을 가득히 실은 기차가 기적 소리를 내고 동(動)하기를 시작하였다. 아즉도 늙은 부모 어린 아이 사랑하는 안해를 이별하고 만리 전역(戰域)에 나가는 사람을 보내는 여자들이 남아 있다. 낙담하고 있는 이, 단념하고 있는 이,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는 이, 훌쩍훌쩍 울고 있는 이, 다 같은 설움으로 그 형상은 형형색색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의 슬픔에 아모 관계도 없는 사람까지라도 심장이 찢어질 듯하다. 왜? 각 개인이라도 혹은 고독한 자라도 인류라는 크고 큰 묶음에 묶여 있는 것과 또는 인류의 슬픔은 자기의 슬픔과 같이 혹독한 것이 명확히 노출되는 까닭이다.--- “석죽화(石竹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