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효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행길바닥이란 왜 좀 더 곧고 고르지 못하고 삐뚤고 두툴두툴한가. 비스듬히 기울어진 가게의 간판은 차라리 떼어 버리는 것이 시원한 것 같다.움직이지 않는 낡은 수레를 길바닥에 버려둘 필요가 있을까. 바닷물 속에 장사지내는 편이 옳지. 마저 마저 쓰러져 가는집 사람의 신경을 대팻밥같이 꾸겨 놓은 것은 이것이다. 쓰러져 가는 집을 눈앞에 보아야 함은 사람의 가장 괴로운 의무일 것 같다. 숫제 발길로 차서 헐어 버리는 것이 낫지. 사람이란 개신더기여서 원대한 계획도 없이 필요에 따라 그 자리에 흙을 묻고 기둥을 세우고 솥을 걸고 측간을 꾸민다. 사람의 심청 머리같이 고식적이요 일시적이요 당삼치기인 것은 드물 것 같다. 대체 거리의 명예로운 시장은 무엇을 하고 있는 셈인가. 쓰러져 가는 집은 버려 두고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현명한 시장이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거리의 집을 정리하여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시민의 이름에 값갈 만한 아니 인간의 위신에 부끄럽지 않을 만한 한 채의 집을 먼저 장만한 연후에 다스림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우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떳떳한 백성으로서의 다스림이 아랑곳일까. 집, 집, 신경을 대팻밥같이 꾸겨 놓는구나.--- “인간산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