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무영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아무래도 할멈 말이 옳을까부다"만보 영감은 간신히 몸을 모로 세우며 한숨을 내쉬었다.살았을 때는 꼬리를 밟힌 독사처럼 악만 바락바락 쓰던 할멈이었지마는 그래도 할멈밖에 자기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는가 했다. 저승에 가서까지 영감 걱정을 했으니까 그 혼백이 자기를 찾아온 게거니 했다.먹고살기에 쪼들려서 화풀이할 곳이 없으니까 자기에게 그렇게 억척으로 군 것을 모르는 영감은 아니면서도 아침 저녁으로 갖은 포악을 다 듣고 어떤 때는 대추씨만큼밖에 안 남은 꼭뒤상투까지 꺼들리는데 진저리가 나서 시원스레 잘 죽었다고 진정으로 생각한 일까지 있던 자기 자신이 새삼스레 돌아다보이었다. 홧김에 한 말이지만서도 거꾸러지지도 않는다고 갖은 악담을 한 것이 새삼스레 후회가 났다.할멈이 죽은 지는 보름도 채 나지 않았는데 영감은 오늘까지 할멈의 꿈을 세 번이나 꾸었다. 여덟 달 동안이나 바깥 출입을 못하고 골골하던 할멈이니만큼 두 번은 다 몽달귀신 같은 화상을 하고 영감한테로 나타났다. 눈은 퐁 들어가고 광대뼈가 톡 튕겨진 것이 물귀신처럼 머리를 풀어 헤뜨린 그 화상은 죽기 전 석 달 동안 보아온 병석의 할멈 바로 그대로였다. 그것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앙상한 해골에다 벽지를 발라놓은 것 같았다.그대로 처음 두 번은 할멈은 살아서 보였다. 한번은 진옆구리가 쑤신다고 영감더러 주물러달라고 아우성을 치던 꿈이었고, 또 한번은 숨도 제풀로 쉬지 못하는 반송장이 누워서 다홍저고리와 남치마를 해달라고 조르던 꿈이었다. 전에 또 한번 그런 꿈을 꾸고 나서 '인젠 가려나보다!' 했더니 과연 그런 지 사흘 만에 할멈은 숨을 거두었다. 그 꿈을 영감은 또 한번 되풀이했던 것이다.--- “만보(萬甫) 노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