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는 소녀를 데리고 와서는 용궁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일방으로는 손에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밤에 화공은 처녀의 체취와 황홀한 눈매에 취해 몸을 떨었고
밝는 날에 두 사람은 이제 남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솔거는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그 눈이 더 이상 아니었습니다.
애욕의 눈이었던 것입니다.
수일 후에 한양 성내에는 괴상한 여인의 화상 하나를 들고 음울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광인 하나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수년간 방황하다가 돌베개를 베고 죽었습니다.
경복궁 밖 뽕밭에 중로의 사나이가 오뇌의 얼굴을 하고 숨어 있습니다.
날이 어둡기를 기다려 오막살이로 돌아갑니다.
그는 매우 흉한 얼굴의 주인으로 백주에는 부끄러워 다니지를 않습니다.
솔거는 열여섯 살에 장가를 들었지만 처녀는 얼굴을 보고 놀라 달아났습니다.
그 다음에 또 장가를 들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후 사람들을 피해 오막살이를 하나 지어 근 삼십 년을 칩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인에게 소모되지 않는 정력이 머리로 모이게 되고
다시 손끝으로 가서 마침내 수천 점의 그림을 완성시켰으며 솔거는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