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채만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차 떠날 시각을 세 시간이나 앞두고 서울역으로 나온 것이 오후 두시. 차는 다섯시에 부산으로 가는 급행이었다.차표 사기에 드는 시간은 말고 단지 일렬에 가 늘어서기에만 엉뚱한 시간을 여유 두고 서둘지 아니하면 좀처럼 앉아 갈 좌석의 천신 같은 것은 생의도 못하는 것이 이즈음의 기차여행이었다.그런데다 본이 사람이 부질없이 다심한 탓에 차 한 번 타는 데도 남처럼 유유히 볼 일 골고루 다 보고 돌아댕기느라고 시간 바싹 임박하여 허둥지둥 정거장으로 달려나가고 기적이 울고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붙잡아 타고는 조금도 아슬아슬해함이 없이 동지섣달에도 땀이나 뻑뻑 씻고 하는 신경 굵은 짓은 감히 부리지 못하는 담보가 되어 가뜩이나 남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하여야 하였다. 나보다도 더 성미가 급한 사람들이라고 할까 한가한 사람들이라고 할까 두 줄로 백여 명씩이나가 벌써 늘어서 가지고 있었다.인간의 수효보다 보따리의 수효가 서너 갑절은 되는 그리고 부피로도 인간의 부피보다 보따리의 부피가 갑절은 되는 그래서 인간의 열이기보다는 보따리의 열에 더 가까운 그 괴상한 열에 가 하여커나 꼬리 참례를 하고 섰다. 내가 맨 꼬리인 것은 그러나 순간이요 꼬리는 연해연방 뒤로 뒤로 뻗어나간다.편성이요 무단한 결벽임에는 갈 곳 없되 도대체 나는 거리에서나 정거장이며 찻간에서나 모르는 남에게 담뱃불을 청하기를 즐겨 아니하는 성질이다. 몹시 즐겨하는 담배였지만 성냥이 떨어졌으면 못 피우고 말았지 생면부지의 남더러 굽실하면서"불 좀."--- “역로(歷路)”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