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백신애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그래도 벌써 몇 년 전 일입니다.우리 집 가까이 내가 참 좋아하는 동무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응칠(應七)이라고 부르는데 나이는 그때 열두 살인 나와 동갑이었고 학교도 나와 한 반으로 오학년 일조였습니다. 이 응칠군이야말로 씩씩하고도 용기 있는 무척 좋은 동무였습니다.응칠군의 아버지는 고기 장사를 하는데 사흘 만큼 한 번씩 열리는 장날마다 고기뭉치를 지고 가서 팝니다. 그의 어머니는 날마다 집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남의 집에 가서 빨래도 해 주고 또 농사철에는 남의 밭도 매 주고 모두 심어 준답니다. 그리고 그의 동생은 열살 짜리 계집아이 순금이하고, 일곱 살 짜리 응팔이, 세 살 되는 응구하고 도합 셋이었는데 순금이는 날마다 노는 사이 없이 어머니 일을 거들어서 참 부지런한 것 같습니다마는 거의 날마다 그의 어머니에게 얻어맞고 담 모퉁이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응팔이는 응구를 업고 길가에 나와 놀다가 무거우면 그냥 땅바닥에 응구를 내려놓고 저는 저대로 놀고 있으면 응구는 코를 잴잴 흘리며 흙투성이가 되어 냅다 소리를 질러 울기를 잘 했습니다.응칠이는 그래도 한 날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잘 다녔습니다. 공부는 나보다 조금 나을까요, 평균점은 꼭 같이 갑(甲)이었으니까요.응칠이는 마음도 좋고, 기운도 세고 한 까닭에 우리 반 생도뿐만 아니라 아무하고도 잘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싸움을 하면 반드시 복판에 뛰어 들어가서 커다란 소리로 웃기고 떠들고 하여 싸움 중재를 일수 잘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에게는 거의 날마다 꾸지람을 받았습니다.--- “멀리 간 동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