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계용묵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십 년 전까지도 응팔은 남의 집에 쌀 꾸러는 다니지 아니하고, 비록 몇 날갈이의 발뙈기에서 더 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부모가 물려준 것을 받아가지고 제 손으로 벌어서 목구멍에 풀칠을 하기에는 그리 군색함이 없었다.그러나 장가를 들자부터 생활은 차츰 쪼들러 오게 되었고. 그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 저도 모르는 사이 그야말로 꿈 같게도 하루아침에 아내도, 세간도, 다 남의 손으로 넘어가고 알몸만 댕그라니 돌리워 한지에 나서게 되었던 것이니, 속살 모르는 아내를 아내로서만 믿고 돈을 벌어다는 의심 없이 맡겨 오던 것이, 그 근본 불찰이었다. 남 같은 지혜를 못 가졌다고 보이는 그 남편을 아내는 형식으로서밖에 섬기지 아니하고 은근히 따로이 정부를 두고는 돈을 솔곰솔곰 뒤로 빼어돌리다가 나중에는 도장까지 훔쳐내어 남편의 이름에 있는 밭날갈이, 아니 집까지 옭아가지고 어디론지 뺑소니를 쳤던 것이다.그리하여 생계가 어려워진 응팔은 거지처럼 이리저리 밀려 돌다가 이 진초시네 머슴을 살게 되기까지의 쓰라린 경험이 이미 있었건만 그래도 그는 사람을 믿기에는 의심이 없었다. 오직 자기를 해친 그 사람만이 대하지 못할 사람이라 욕을 해 넘길 뿐, 그 사람의 마음에 비취어 다른 사람까지도 의심할 생각은 조금도 않았다.--- “마부(馬夫)”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