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효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나는 거의 날마다 뜰의 낙엽을 긁어야 된다. 아무리 공들여 긁어모아도 다음 날에는 새 낙엽이 다시 질볏이 늘어져 거듭 각지를 들지 않으면 안된다. 낙엽이란 세상의 인종 같이도 흔한 것이다. 밑빠진 독에 물을 기르듯 며칠이든지 헛노릇으로 여기면서도 공들여 긁어 모은다. 벚나무 아래 수북이 쌓아 놓고 불을 붙이면 속으로부터 푸슥푸슥 하면서 푸른 연기가 모로 길게 솟아오른다. 연기는 바람 없는 뜰에 아늑히 차서 물같이 고인다. 낙엽 연기에는 진한 커피의 향기가 있다. 잘익은 깨금의 맛이 있다. 나는 그 귀한 연기를 가장껏 마신다. 욱신한 향기가 몸의 구석구석에 배어서 깊은 산 속에 들어갔을 때와도 같은 풍준한 만족을 느낀다. 낙엽의 연기는 시절의 진미요, 가을의 마지막 선물이다.화단의 뒷자리를 깊게 파고 타 버린 낙엽을 재를 묻어 버림으로서 가을은 완전히 끝난 듯싶다. 뜰에는 벌써 회초리만의 나무들이 섰고 엉성긋한 포도시렁이 남았고 담쟁이 넝쿨이 서리었고 국화 포기의 글거리가 솟았고 잡초의 시들어 버린 양이 있을 뿐이니 말이다. 잎새에 가리웠던 둥근 유리창이 달덩이같이 드러나고 현관 앞에 조약돌이 지저분하게 흩어졌으니 말이다.--- “낙엽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