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현진건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조모주 병환 위독."삼월 그믐날, 나는 이런 전보를 받았다. 이는 ××에 있는 생가에서 놓은 것이니 물론 생가 할머니의 병환이 위독하단 말이다. 병환이 위독은 하다해도 기실 모나게 무슨 병이 있는 게 아니라, 벌써 여든을 둘이나 넘은 그 할머니는 작년 봄부터 시름시름 기운이 쇠진해서 가끔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그동안 자손들로 하여금 한두 번 바쁜 걸음을 아니 치게 하였다.그 할머니의 오 년 맏이인 양조모는 갑자기 울기 시작하였다.“아이고 이승에서는 다시 못 보겠다. 동세라도 의로 말하면 친형제나 다름이 없었다. 육십 년을 하로같이 어데 뜻 한번 거슬려 보았을까.”연해연방 이런 넋두리를 섞어 가며 양조모는 울었다. 운다 하여도 눈 가장 자리가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릴 뿐이었다. 워낙 연만한 그는 제법 울음답게 울 근력조차 없었다.“그래도 그 할머님은 팔자가 좋으시다. 자손이 늘은 듯하고 아이고.”끝으로 이런 말을 하며 울음이 한숨으로 변하였다. 자기가 너무 수(壽)한 까닭으로 외동자들을 앞세워, 원(怨)이 되고 한이 되어, 노상 자기의 생을 저주하는 그는 아들이 둘 (본래 셋이더니 그 중에 중부(仲父)가 일찍이 돌아갔다), 직손자가 여덟이나 되는 그 할머니를 언제든지 부러워하였다.--- “할머니의 죽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