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나도향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오월의 안동(安東) ─ 경상도 ─ 하늘은 왜청빛으로 끝없이 개이어 깨끗한 창공을 맥없이 배회하는 구름장 하나 찾아낼 수 없다.북으로 영남산이 우두커니 솟아 그 허리 중턱에는 만개한 복사꽃이 드문드문 늘어서서 누구를 부르는지 연지 입술을 바른 듯한데 남으로 서로 휘어드는 낙동강(洛東江)에 남강(南江)이 합수되어 영호루(映湖樓) 옛 집을 쳐다 본 듯 만 듯 다시 남으로 흐르려고 서악사(西岳寺) 저편에서 허리를 두른다.김상인(金相仁)은 어제야 비로소 여장을 풀어놓고 처음으로 동료인 이종수(李種秀)와 은행 집무를 끝마치고 영호루와 서악 부근의 이름난 고적도 찾을 겸 오월 하늘에 가득한 향내 도는 바람도 마시고 시원히 흐르는 강물에서 자동차 바람에 마신 티끌도 떨려니와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살 속으로 스며드는 청렬한 기운을 쏘여 보기로 하였다영호루에 올랐다. 다 떨어지는 판대기라도 오히려 옛날의 영화를 자랑하는 듯 가장자리 이러지고 쪽이 떴으며 글자가 시치인 헌액들을 쳐다 볼 때 그는 끝없이 그윽한 옛날 일을 추억하며 지금 거기 선 사람의 감개무량함을 속 깊이 느끼었다.종다리 하늘을 송곳질 할 듯이 높이 떠서 바람개비 모양으로 날개 치며 종알대다가 저쪽 보리밭을 향하여 떨어지면 땅 속으로 들어갈 듯이 내려 앉는다.두 사람은 영호루를 내버리고 둑 위로 걸어갔다. 발길에 스치는 부드러운 풀냄새며 가장자리에 늘어선 작고 큰 나무들의 기름 향내가 신선한 기운을 콧속으로 전하여 준다.바람이 분다. 여름 폭풍도 아니요 겨울 찬 바람이 아니라 연하고 부드러운 봄바람이니 바람이라 함보다도 향기다.상인은 모자를 벗어 옆에다 끼고서 단장을 끌며 걸어가며 다만 유한한 맛에 취하여 말이 없을 때,"여보세요 상인 씨"하고 조선옷에 뒷짐을 진 종수가 말을 꺼낸다."말씀을 들으면 상인 씨 삼촌 어른께서 상인 씨를 퍽 종애하신다는데요"--- “화염에 싸인 원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