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효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두 대의 객차는 완전히 다리 밑에 떨어졌고 한 대는 다리를 건너 길 옆에, 한 대는 다리 어귀에 삐뚜름히 걸려 있었다. 떨어진 차체는 장난감같이도 무르게 땅에 닿은 편이 와싹 부서져 있다. 다리 위 철로는 휘어서 튀이고 나무토막은 조밥이 되어 산산이 흩어졌다. 좁은 개천 양편 돌밭에는 수십명의 부상자가 마른 풀 위에 물건같이 되구 말구 놓여 있다. 조난의 현장, 무시무시 엿보이는 한 폭의 지옥이다. 얼굴이 전면 피투성이인 것도 보기에 괴로운 것임을, 머리가 찢어져 뼈가 엿보이고 가슴이 뚫어져 피고 솟는 것이다. 피는 귀한 것이면서도 가장 흔하고 천한 것 같았다. 유리조각으로 입에서 코밑까지를 뚫리운 사람, 이마가 혹같이 부어나와서 얼굴이 이지러진 사람 육체가 물건의 취급을 받아 상자같이 배틀어지고 흙같이 으끄러졌다. ‘하나님’은 사람을 물건 이상으로 귀여워하시는가.의사가 오기까지에 학생들이 동원되어 응급 시중에 분주하였다. 중상자을 마른 풀 위에 눕히고 한 자리에 사오 인씩 붙여 저고리를 벗어서 덮어도 주고 햇빛을 가리워도 주었다. 저고리가 피에 젖건 말건 그런 것 쯤은 관심 이외의 일이었다. 초자연의 도움을 빌기 전에 사람은 사람끼리 먼저 피차에 구원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위급한 자리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다.---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