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효석의 소설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웃으니까 그도 따라 웃고 설매도 입을 열고 고운 잇줄을 구슬같이 내 보인다. 이때까지 다른 술좌석에서 설매를 만난 일이 여러 번이었어도 그가 건도의 짝일 줄은 몰랐다. 익숙한 두 사람의 눈치로 보면 여간한 사이가 아닌 듯하다. 그 원앙 같은 쌍이 합심해서 내게 베푸는 정성을 생각하면 거나한 김에 마음이 따끈해지면서 나도 건도를 위해서 마음의 정성을 베풀어야 할 것을 가슴속에 굳게 먹게 되었다.그날 밤 술이 과했던지 이튿날 개운치 못한 정신으로 교단을 오르내리면서 건도의 일건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부회의원 선거 한 표를 얻기 위한 그 극진한 대접. 설매의 아슬아슬한 아첨. 건도의 장황한 설화. 의원이 되어야 면목이 서고 행세를 할 수 있다고 거듭 되풀이 하는 그의 조바심이 내 일만 같이 마음속에 살아 나왔다. 이날부터 내게도 뒤를 이어 오게 된 우표 없는 약속우편의 무수한 편지들 속에 건도의 것도 끼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씩이나 비슷한 판에 박은 선거 희망의 서장을 보내 오는 속에서 건도의 것도 그들과 다름없는 같은 격식 같은 내용의 것이었다. 그를 후원하는 후원회에서 보낸 추천장에는 십여 명의 후원자의 열명 아래에 그의 학력과 경력과 인물을 세세히 적어 후보자로서 가장 적당함을 증명했고 그 자신이 보낸 서장 속에는 피선된 후의 포부와 계획을 당당 오륙천 자의 장황한 문자로 논술 설명해 왔다.--- “일표(一票)의 공능(功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