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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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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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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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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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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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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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테로와 나 - 을유세계문학전집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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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을유세계문학전집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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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 을유세계문학전집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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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존 니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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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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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하 - 을유세계문학전집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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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상 - 을유세계문학전집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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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플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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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 을유세계문학전집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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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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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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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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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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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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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소설 전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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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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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카 시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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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지미르 오도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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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겐
아르투어 슈니츨러 저/홍진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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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셀레스티나
페르난도 데 로하스 저/안영옥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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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후안 외
티르소 데 몰리나 저/전기순 역
돈후안 외
돈키호테 성찰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저/신정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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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을유세계문학전집 65
헤르만 헤세 저/이영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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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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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노인
유리 트리포노프 저/서선정 역
노인
노생거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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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사원
에밀 졸라 저/최애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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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의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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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의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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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 저/이동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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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저/이혜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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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저/서은혜 역
개인적인 체험
갈라테아 2.2
리처드 파워스 저/이동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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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 을유세계문학전집 48
조지 오웰 저/권진아 역
1984년 - 을유세계문학전집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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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19세기 프랑스 의료현장의 분위기 평점10점 | y*****2 | 2021.09.15 리뷰제목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죽는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어 죽는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죽음이기에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지 가늠이 서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혹은 멋진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에 적극
리뷰제목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죽는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어 죽는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죽음이기에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지 가늠이 서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혹은 멋진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에 적극적인 사람도 그리 흔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아주 편안한 죽음을 고른 것은 죽음에 대한 공부의 일환입니다. 1963년 작가의 어머니가 욕실에서 넘어져 대퇴골 목 부분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말기 암이 발견되었고, 그로 인해 장폐색증이 생겨 죽음에 이르는 동안 환자, 가족, 의료진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섬세하고도 담담한 필치로 적어내려 갔습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님과 자매 사이의 관계도 돌이켜보았는데, 아마도 임종에 즈음하여 어머니와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아주 편안한 죽음이었다고 작가는 술회했습니다만, 19세기 중반의 프랑스의 병원 풍경과 21세기 초반의 그것은 사뭇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의료진은 물론 가족들 모두 말기암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감추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는 재수 없게 넘어져 고생하고 있고, 조만간 퇴원하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또 그래야 한다는 집념을 보였습니다.

 

병원 근무자들은 환자의 존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료의 편의성만을 중시했던 것 같습니다. “물리 치료사가 침대로 다가와 이불을 걷어 올리고는 엄마의 왼쪽 다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잠옷이 벌어지면서 얼떨결에 쭈글쭈글하고 잔주름이 진 복부와 한 오라기의 털도 없는 음부가 드러났다. ‘이제 내가 부끄러워할 건 아무 것도 없잖니.’ 엄마는 당황한 듯 말했다.(25)”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 오래 입원하셨는데, 간병하는 분에게 속살을 보여야 하는 상황을 아주 치욕적으로 생각하셨습니다. 환자중심진료를 내세우고 있는 요즘에는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드리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고 있는 환자경험평가가 시작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감춘 것도 그렇고, 개복수술을 하는 과정에서도 환자에게는 복막염을 치료하기 위해서 수술한다고 속인 것입니다. 심지어는 가족들에게도 병명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 역시 종양으로 소장이 막혔다고 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환자에게 행하는 시술의 목적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지 않은 듯합니다. 작가는 주치의인 듯한 N박사에게 왜 관을 삽입하는 겁니까?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다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머니를 괴롭히는 거죠?’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겁니다.’ 그는 문을 밀치면서 들어가 버렸다. () ‘새벽까지만 해도 어머니께서 고작해야 네 시간 정도 사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제가 다시 살려 드린 겁니다.’(36-37)”

 

과연 N박사는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린 것이 맞았을까요? <아주 편안한 죽음이라는 이 책의 제목대로 작가의 어머니는 아주 편안한 죽음을 맞은 것일까요? 대퇴골 목 부분의 골절을 입어 입원한 병원에서 뒤늦게 발견된 암으로 인한 소장폐색을 꼭 수술해야 했을까요? 수술 후에 수술부위가 아물지 않아서 고통을 받다가 임종을 맞은 것을 보면, 수술 없이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통증관리나 수액요법 등으로 편하게 해드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환자가 비겁하게 나도 모르게 수술을 하다니!(67)’라고 화를 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수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환자 혹은 환자 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수술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2
종이책 구매 나는 삶을 붙잡고 싶다 평점10점 | f******7 | 2022.01.06 리뷰제목
보부아르에 대해서라면 좀 복잡한 마음이다. 그러니까,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심 한나 아렌트랑 보부아르를 내 안에서 경쟁시켜놓고서는 단번에 한나 아렌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제2의 성》이란 엄청난 책을 써낸 것도 보부아르고, 지금도 나는 내가 읽은 그 책으로부터 많은 인용문을 가져오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정체화하지 않은 한나 아렌트 쪽을 너무나
리뷰제목

보부아르에 대해서라면 좀 복잡한 마음이다. 그러니까,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심 한나 아렌트랑 보부아르를 내 안에서 경쟁시켜놓고서는 단번에 한나 아렌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제2의 성》이란 엄청난 책을 써낸 것도 보부아르고, 지금도 나는 내가 읽은 그 책으로부터 많은 인용문을 가져오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정체화하지 않은 한나 아렌트 쪽을 너무나 좋아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한나 아렌트가 왜이렇게 좋은걸까. 반면에, 왜 이 위대한 보부아르에 대해서라면 한나 아렌트만큼 좋아하지 않는걸까?

 

그런데 어젯밤 자기 전에 이 책을 마저 읽으면서 보부아르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어. 이 책을 통해 보부아르의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에 대한 생각과 어머니에 대한 생각, 그 어머니를 이름으로 호명하며 하나의 인격체로 되살려놓은 것까지, 그 사유가 깊어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래도 날 안좋아할 수 있니?"

 

별 수없이,아 나는 좋아해, 좋아합니다, 다 읽을게요 보부아르 님. 했다. 한나 아렌트 책을 한 권씩 모으자고 생각했지만 보부아르에 대해서는 아직 그 마음까지는 아니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별 다섯을 주고 책장을 덮으면서 다 읽자, 보부아르 다 읽자, 하게된 거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해서 사두고서도 여태 미뤄뒀었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것은 상상만 해도 벌써 슬프고 힘들기 때문이다. 여동생과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언니 시간이 지나면 엄마도 돌아가실텐데 그 때 어떡하지, 라고 동생이 물을라 치면, 야, 상상만 해도 벌써 다리가 후달리고 눈물이 나와, 했던 터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으면서도 읽지 말까, 종내는 울어버리지 않을까 했던 거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받게될 감정의 격함을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있을까, 했던 것.

 

이 책속에서 보부아르는 자신의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을 앞에 두고 엄마와 딸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그 삶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뒤에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면 이 책의 의미는 그부분에 더 있는것 같은데, 사실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암으로 육체적 고통에 괴로워하는 어머니를 수술로 그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과연 더 옳은 일이었을까. 그것이 어머니에게 과연 더 나은 일이었을까. 어머니는 저렇게 고통을 당하느니 차라리 돌아가시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를 하며 의사들에게 이 생명 연장이 의미가 있냐 따져물어도 의사들은 이것이 본인들의 할 일이라고 답하는 거다. 이런 고통속에 어머니의 삶을 연장하는 것은 괴롭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며 오늘 하루를 또 벌었다고 즐거워하는, 이토록이나 삶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노라면, 어쩌면 이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아프면서도 하루라도 더 살아있는 것, 어쩌면 그게 더 나은 것일까. 게다가 엄마를 잃지 않은 나로서의 기쁨도 있다. 고통속에, 그 고통이 주는 두려움속에 살게 하는 것은 인간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닌가 싶으면서도 막상 살아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나에게도 기쁜 것. 이런 일을 대체 어떻게, 누가,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엄마가 이 상황에 놓인다면 무엇을 원할까. 만약 이렇게나 통증이 심해서 비명을 질러야 한다면 그러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끔 생명을 연장하지 않는 쪽을 택해야 하는 건 아닐까, 죽어가는 사람이 하루라도 더 살아있기를 바라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닌가. 당사자를 위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안락사인가 수술로 인한 생명연장인가. 나는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것은 내 이야기가 된다. 당사자로서의 나, 이렇게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는 게 노년의 나라면. 나에게 닥칠 미래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다시 생각하게 되는거다. 나는 무엇을 원할까. 너무 아프니 나를 이대로 죽도록 놓아달라 할까, 죽음으로써 나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길 바랄까, 아니면 삶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켜달라고, 나는 이렇게 하루를 또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고 울부짖을까. 어쩌면 나는 그 고통속에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삶을 사랑한다. 나는 삶을 더 연장하고 싶다. 할 수 있는 최대로 연장해 어떻게든 부여잡고 싶다.

 

 

가끔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 일상이 답답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가끔은 내가 집에 돌아갔을 때 내가 혼자이길 원하기도 한다. 몇 년후에는 따로 사는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은 함께 살고 있으면서 거기에서 오는 좋은점과 나쁜점들을 두루 겪고 있다. 보부아르의 책을 읽고 결국 보부아르 어머님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지금 엄마 옆에 있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토록 신앙이 깊었던 보부아르의 어머님이 죽음 앞에서 오히려 종교를 찾지 않은 것은 놀랍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어도 죽음 앞에서 더러 종교인이 된다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여러차례 들은바, 이해하고 있는것이다. 그런데 신앙을 가진 사람이 죽음을 앞에 두고 오히려 신앙과 멀어진다니. 거기에 대한 보부아르의 생각들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글로 써내는 보부아르가 진짜 자지러지게 좋았다.

 

 

나는 신앙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에게 종교는 삶의 버팀목이자 핵심이었다. 엄마의 검은색 서랍에서 찾아낸 문서를 통해 우리는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엄마가 기도를 기계적으로 하는 단조로운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낱말 맞추기보다 묵주신공이 더 피곤한 일이라고 느끼진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기도를 회피했던 건 오히려 그녀가 기도를 집중력과 성찰을 요하는 일종의 수련, 즉 영혼을 어떤 상태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신에게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저를 치유해 주소서. 하지만 당신이 뜻하신 바라면 죽음을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말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실해야 하는 기도의 순간에 엄마는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신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권리를 자신에게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엄마는 침묵을 택한 것이었다. "하느님은 인자하시니"라고말하면서.
"이해할 수가 없네요"라며 보티에 씨가 놀랍다는 듯 내게 말했다.
"그렇게 믿음이 깊고 독실하신 어머니께서 죽음을 그리 두려워하시다니요!"
  p.131-132

 

 

나는 이들에게 마음속으로 답했다. 당신들 모두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종교는 나나 어머니 모두에게 죽고 나서 거둘 성공에 대한 희망이 될 수 없었다. 천국에서든 지상에서든 영원불멸하길 꿈꾸는 것은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있어 죽음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p.133-134

 

다 읽고는 내 생각보다 슬픔이 크진 않았는데 두려움이 크게 찾아왔다. 자기 전에 읽었는데 다 읽고 불을 끄고 눈을 감아서도 두려웠다. 죽음이 나에게 닥칠 미래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해서 두려웠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내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려준다. 다 괜찮다, 다 괜찮다, 괜찮아. 평안해질 것이다. 그래도 쉬이 잠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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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주 편안한 죽음 평점10점 | g*****3 | 2021.04.25 리뷰제목
<도서협찬/을유문화사>   시몬 드 보부아르에 대해선 작년 한 권의 책으로 알게 되었다. 여성이나 작가로 그리고 다양한 시위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에 참으로 대단한 인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소설은 아직 접하지 않았으나 오늘 읽은 [편안한 죽음]을 통해 저자에 대해 조금은 아니 몰랐던 부분에 극히 일부분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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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을유문화사>

 

시몬 드 보부아르에 대해선 작년 한 권의 책으로 알게 되었다. 여성이나 작가로 그리고 다양한 시위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에 참으로 대단한 인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소설은 아직 접하지 않았으나 오늘 읽은 [편안한 죽음]을 통해 저자에 대해 조금은 아니 몰랐던 부분에 극히 일부분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에세이로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와 시몬 드 보부아르가 겪었던 감정들을 보여준 책이다. 그저 슬프다는 감정이 아니라 한 여성으로 살았던 엄마의 삶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참고 살아야 했던 시간들 그리고 동시에 딸로서 이제서야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평상시처럼 엄마와 같이 휴가를 보내기로 했지만 병원에 입원한 소식을 접하고 시몬과 여동생 푸페트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원에서 보내게 된다. 시대는 1963년 아무리 의학이 발달 했다 하더라도 지금만큼은 아니었을 테지...병원에 입원 후 엄마의 병이 암이라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수술을 하지만 숨이 멈추는 그날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시몬은 편안한 죽음을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친척 중 너무 고통스러운 병으로 인해 권총을 달라고 했던 일을 기억하면서 현재 엄마의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생명이란 것을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몬은 엄마와 어색했던 거리가 조금씩 좁아지지만 이건 엄마를 이해했기에 느낄 수 있던 것이었다. 엄마 프랑수아즈는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좋아하는 여성이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시몬은 엄마가 자신의 주장을 펼였다면 진취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자신을 포기하고 한 남편의 아내로 살기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그 삶의 모든 부분이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다. 병실을 지키면서 엄마의 쇠약해져가는 모습을 보고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그저 고통만 덜하기를 바랬지만 병원에서는 생명을 연장하기에만 집중하니 환자의 고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시몬과 여동생. 두 자매가 엄마와 보냈던 그 시간들을 보면서 문득, 나에게도 엄마가 존재하는데 어떤 삶을 살았을까? 

 

부모가 자식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듯이 자식 역시 부모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는 점이고 그저 그 시기가 언제인지 모를 뿐이다. 부모의 존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그 마음에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간접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묵직한 감정이 넘나들어 힘들긴 했지만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렵다는 감정보다는 현재 삶을 조금 더 신경쓰면서 살아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시몬이 말했듯이 죽음은 누구나 겪지만 오직 혼자서 겪어야 하는 것인데, 엄마의 장례식을 통해 그건 엄마가 아닌 자신들의 장례식 예행연습이었음을 말할 때 마지막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 될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죽음 그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야.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무서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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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그래도 남은 건 슬픔이려니 『아주 편안한 죽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1.06.23 리뷰제목
며칠 전에 장례식에 다녀왔다. 돌아가신 분은 103세. 이 나이까지 사신 분을 처음 봤고, 최근에 장례식에 다녀온 것도 오랜만이었다. 코로나 상황에 장례식은 조촐했다. 가장 낯설었던 것은, 기존에 경험했던 장례식의 분위기와 너무 달랐던 거였다. 죽은 이를 보내는 자식들의 나이가 보통 70~80세. 아무리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해도, 이 정도 나이라면 죽음이 가까워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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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장례식에 다녀왔다. 돌아가신 분은 103. 이 나이까지 사신 분을 처음 봤고, 최근에 장례식에 다녀온 것도 오랜만이었다. 코로나 상황에 장례식은 조촐했다. 가장 낯설었던 것은, 기존에 경험했던 장례식의 분위기와 너무 달랐던 거였다. 죽은 이를 보내는 자식들의 나이가 보통 70~80. 아무리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해도, 이 정도 나이라면 죽음이 가까워지지 않았던가. 실제로 죽은 이의 가장 큰 자식은 오래전에 먼저 하늘로 갔다고 한다. 103세의 부모를 보내는 70~80대 자식들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오래 사셨다면서 슬픔을 거두는 표정이었지만, 아무리 나이 많은 부모를 보내는 일이라도, 같이 늙고 죽어가는 나이의 자식이라도, 부모의 죽음이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낯선 감정은 사라지고, 오직 부모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슬픈 건, 슬픈 거다.

 

돌아가셨어.”

우리는 병실로 올라갔다. 그토록 기다렸으면서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시신의 모습을 한 존재가 엄마 대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시신의 손과 이마는 차가웠다. 그건 여전히 엄마였지만, 앞으로 엄마는 영원히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움직이지 않는 얼굴을 둘렀단 가제 천이 턱을 받치고 있었다. (124페이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고 쓴 글을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겪을 일이고,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지금, 이 글이 어떻게 읽힐지 가늠되지 않았다. 어쨌든 슬픔이고, 그래서 슬퍼질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글은 의외로 담담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간이 마냥 슬픔으로 채워진 게 아니라, 그 기회로 한 여자의 생을 더듬고 육체의 죽음을 바라보며, 딸의 시선으로 어머니를 본다. 죽어가는 엄마의 옆에 머물면서 모녀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이제야 엄마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1963년의 어느 날, 시몬은 로마의 한 호텔에서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욕실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것. 겨우 전화기까지 간 어머니는 친구에게 전화하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다. 넘어져서 다쳤으니 병원 생활은 누워있는 것이 전부다. 곧 시몬과 여동생이 왔고, 자매는 교대로 엄마의 곁을 지킨다. 넘어져서 다친 것을 치료하려고 간 병원에서 어머니가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엄마가 욕실에서 넘어지지 않았다면 암에 걸린 것도 몰랐을 테니, 오히려 넘어진 게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 어떤 병 앞에서도 다행인 건 없으리라. 이제 수술이라는 중요한 선택이 남았다. 수술하면 한 달 정도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르고, 수술하지 않으면 곧 죽는다고 하고. 근데 나는 여기서 참 궁금하더라. 수술하고 한 달을 더 사는 것과 수술하지 않고 곧 죽는다는 시간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이라는 시간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정말 고민이 되더라는. 그래서 다시 이 상황에 나를 대입하면서 문장을 읽어내려갔다. 나는 이 상황에서, 엄마의 죽음과 수술을 앞에 두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자매는 어머니에게 복막염 수술이라고 말하고 암 수술에 동의한다. , 여기서 또 궁금해지네. 엄마는 정말 자기가 복막염 수술을 했다고 믿었을까? 자식들이 자기 앞에서 병을 숨기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른 척한 건 아닐까? 어쨌든 시몬의 어머니는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듯 보이다가 통증이 심해지다가 다시 괜찮아지는 듯하면서도 결국 나아지지 않는 쪽으로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깊은 잠에 빠져 꿈속에서 헤매고, 어느 날은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고, 누군가의 문병에 담소를 나누다가도 귀찮아하고, 아주 오래전 기억을 꺼내기도 한다. 아무래도 이렇게 가까이서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이 생기다 보니, 으레 그렇듯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거리를 좁힌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삶이 이제 조금씩 보이는 일을 여기서도 듣는다. , 인간은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왜 항상 지나고 나야 보이는 것들이 이렇게도 많은 거냐고. , . 그냥 그때 그 순간에 바로 알게 해주면 안 되나? 매번 뒤늦게 알아채는 것들 때문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괴롭다.

 

우리는 엄마가 임종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회복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걸 보는 게 괴로웠다. 또한 그걸 지켜보면서 모순적 감정을 느끼는 우리의 처지로 인해 특히나 힘들었다. 고통과 죽음 사이에 경주가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죽음이 이기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죽은 듯 잠든 엄마의 얼굴을 바라볼 때면, 우리는 시계를 매달아 둔 검은색 리본이 미미하게나마 움직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엄마가 입고 있는 하얀색 실내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조심스레 관찰하곤 했다. 이게 마지막 경련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위가 쪼그라들 정도로 괴로워하면서. (106페이지)

 

원래 이 작가가 이렇게 글을 쓰는가 싶을 정도로,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을 차분하게 적은 느낌에 놀랍기도 했다.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하나 싶기도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완독한 게 없기에 안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 비교 대상이 없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애매한 분위기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기에는 충분했다. 더불어 내가 경험할 죽음을 동시에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엄마는 어제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오셔서 1차보다 심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 이러다가 뉴스에서나 보던 심각한 부작용 사례를 내가 눈앞에서 보는 건 아닐까 걱정하다가, 마침 읽고 있던 이 책을 생각하니 또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도 없었고. 원래 병원행이 잦았던 엄마였지만, 최근 반년 사이에 병원 생활은 사람을 너무 지치게 했기에 다시 또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시간의 기억은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니 작가가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담기 시작했던 많은 것이 내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는 거다. 그 문장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아마 자신의 경험이 가장 정확한 죽음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 거다. 그러니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앞에서 시들시들 누워계시는 엄마를 생각하며 문장의 여러 곳을 곱씹었다.

 

어머니가 죽어가는 시간에야 비로소 화해의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게 또 다른 슬픔이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자,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거북했던 딸의 시선은 어머니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온전히 받아들인다. 외면했던 장면들을 되살리고 그 외면의 일부였던 어머니를 소환하며 화해한다. 그걸 화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적당한 표현을 못 찾겠다. 어쩌면 작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고, 어머니는 또 다른 시선으로 딸을 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머니는 그동안 한 번도 딸을 외면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다 알게 되지는 못할 테니까.

 

자기 생각을 스스로 반박해 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주 많은 걸 얻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며 살았던 것이다. 다양한 욕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것을 참아 내기 위해 엄마는 온 힘을 쏟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엄마는 유년 시절 내내 규범과 금기라는 갑옷을 두른 채 몸과 마음 정신을 억압당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끈으로 옭아매도록 교육받았다. 그런 엄마의 내면에는 끓어오르는 피와 불같은 정열을 지닌 한 여인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뒤틀리고 훼손된 끝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어 버린 모습이었다. (58페이지)

 

어머니의 늙은 육체를 보는 것도 어색하고 어렵기 그지없었다. 늙어가는 게 어디 육체의 한 군데뿐이겠냐마는, 언제 봐도 적응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작가의 놀란 마음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아서 그대로 전해진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엄마랑 목욕탕에 가는데, 예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보일 때마다 놀랍고, 마음이 아프다. 엄마의 등을 밀어드리는데, 갈수록 늘어지는 근육에 타올을 낀 내 손이 다른 방향으로 밀릴 때마다, 혹시나 살이 아프지 않을까 물어보면서 조심스럽게 등을 미는 일을 계속하는 게 그저 편하지만은 않다. 작가가 적어낸 그 과정을 보는 것처럼, 이렇게 늙어가는 엄마의 몸은 어느 순간 죽음에 훨씬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을 아니까 말이다. 그 어떤 말을 해도 경험을 능가하는 감정과 표현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빨리 그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완벽하게 공감하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그 공감에 바탕에 되는 건 슬픔일 테니.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그 과정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작가는 이 시간 동안 죽음이 우리 곁의 일상으로 여긴다. 그래서인지 죽음의 민낯을 드러낸다. 고통 속에서 죽어갔을 어머니를 곁에서 지킨 가족들이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작가는 이것도 알았다. 어떤 죽음도 자연스럽지 않으며, 누구라도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알지만, 외부에서 기인한 것들로 죽어가는 인간에게 죽음은 폭력이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보면서 자신의 장례식 예행연습을 하는 거로 생각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은 단순하지 않았다. 그것도 가족을, 어머니를 보내는 일에 많은 사유가 담겨 있었다.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친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 (153페이지)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아직 엄마가 내 옆에 있을 때 시간을 좀 더 같이 보내야지 하는 한 가지 바람만이 남는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도, 앞집 아저씨 뒷말을 하는 의미 없는 수다라도, 아픈 엄마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시간이라도. 작가의 말처럼, 자기가 죽을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나의 엄마 역시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흔히 노인들이 어서 죽어야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는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자기는 죽기 싫다고, 이제야 좀 숨 쉴만한데 왜 죽냐고, 자식들하고 손주들하고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고. 나는 엄마가 이렇게 말해주어서 정말 고맙다. 다행이다. 아마 엄마가 내 앞에서 입버릇처럼 어서 죽어야지 한다면 막 화를 냈겠지. 듣기 싫다고. 아직 엄마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화내는 것밖에는 없어서.

 

작가가 써 내려간 죽음의 정의 같은 문장들은 언젠가 내가 겪을 순간을 준비하는 것만 같다. 병원 생활이 더 잦아지는 엄마를 보는 일은 괴롭고, 그때마다 혹시 모를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고통스럽다. 어떤 죽음도 자연스럽지 않으며, 돌아가실 만큼 연세를 잡순 사람도 없다. 그러니 103세 노인의 죽음이 호상이라며 장례식장에 있던 사람들의 말은 틀렸다. 죽음은 죽음이고, 어떤 죽음도 평범하지 않으며, 죽음 앞에서 나이는 없다. 죽음은 인간에게 닥친 사고일 뿐이라는 작가의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저, 우리에게 다가온 일상의 불행이라고.

 

#아주편안한죽음 #시몬드보부아르 #문학 #책 #소설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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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주 편안한 죽음 : 시몬 드 보부아르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c*******l | 2021.07.12 리뷰제목
* 언제나 엄마를 살아 있는 존재로 여겨 왔던 나는 언젠가, 그것도 얼마 안 가서 곧 엄마가 죽는 걸 보게 되리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게 있어서 엄마의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시간의 차원에 속한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실 만큼 연세를 잡순 거라고 말했을 때, 그건 내가 했던 다른 수많은 말처럼 빈말에 불과했다.   * 단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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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엄마를 살아 있는 존재로 여겨 왔던 나는 언젠가, 그것도 얼마 안 가서 곧 엄마가 죽는 걸 보게 되리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게 있어서 엄마의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시간의 차원에 속한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실 만큼 연세를 잡순 거라고 말했을 때, 그건 내가 했던 다른 수많은 말처럼 빈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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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고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글이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리뷰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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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에 관해 글을 쓰고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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