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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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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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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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페리온
프리드리히 횔덜린 저/장영태 역
휘페리온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저/권혁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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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버
막스 프리쉬 저/정미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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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세상
레이날도 아레나스 저/변선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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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저/서은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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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테로와 나 - 을유세계문학전집 59
후안 라몬 히메네스 저/박채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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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을유세계문학전집 67
메리 셸리 저/한애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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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의 실종
아시아 제바르 저/장진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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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기병 (하)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저/권미선 역
폴란드의 기병 (하)
폴란드의 기병 (상)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저/권미선 역
폴란드의 기병 (상)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저/서광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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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 을유세계문학전집 63
블레즈 파스칼 저/현미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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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장희창 역
파우스트
키 재기 외
히구치 이치요 저/임경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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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저/이현경 역
쾌락
콜리마 이야기
바를람 샬라모프 저/이종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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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들, 행인들
보토 슈트라우스 저/정항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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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희곡선 - 을유세계문학전집 53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저/박현섭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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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벤구르 -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저/윤영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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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주머니 속 이야기
카렐 차페크 저/김규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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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음부
마누엘 푸익 저/송병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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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 역정
존 번연 저/정덕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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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존 니컬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저/윤혜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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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혼
니콜라이 고골 저/이경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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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자
너새니엘 호손 저/양석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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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하 - 을유세계문학전집 5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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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상 - 을유세계문학전집 55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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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 전원교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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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플로야
샬럿 대커 저/박재영 역
조플로야
제인 에어 - 을유세계문학전집 64
샬럿 브론테 저/조애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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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베르터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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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의 수기 모르핀
미하일 불가코프 저/이병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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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하)
레프 톨스토이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전쟁과 평화 (하)
전쟁과 평화 (중)
레프 톨스토이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전쟁과 평화 (중)
전쟁과 평화 (상)
레프 톨스토이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전쟁과 평화 (상)
저주받은 안뜰 외
이보 안드리치 저/김지향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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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박소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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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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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하)
볼레스와프 프루스 저/정병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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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상)
볼레스와프 프루스 저/정병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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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신인섭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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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물질
테레지아 모라 저/최윤영 역
이상한 물질
이방인
알베르 카뮈 저/김진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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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들
알렉산더 클루게 저/이호성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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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외사 (하)
오경재 저/홍상훈 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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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외사 (상)
오경재 저/홍상훈 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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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을유세계문학전집 47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저/김태우 역
위대한 개츠비 - 을유세계문학전집 47
원잡극선
관한경 외저/김우석,홍영림 공역
원잡극선
워싱턴 스퀘어
헨리 제임스 저/유명숙 역
워싱턴 스퀘어
워더링 하이츠
에밀리 브론테 저/유명숙 역
워더링 하이츠
우리 짜르의 사람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저/박종소 역
우리 짜르의 사람들
요양객
헤르만 헤세 저/김현진 역
요양객
오이디푸스 왕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2
소포클레스 저/김기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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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을유세계문학전집 60
제인 오스틴 저/조선정 역
오만과 편견 - 을유세계문학전집 60
오레스테이아 3부작
아이스퀼로스 저/김기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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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푸슈킨 저/김진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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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자
알랭 로브그리예 저/최애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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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66
스노리 스툴루손 저/이민용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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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연
조지프 콘래드 저/이석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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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비얀 빌딩
알라 알아스와니 저/김능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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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통행증·사람들과 상황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저/임혜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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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저/강초롱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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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스터리츠
W. G. 제발트 저/안미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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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비극 (하)
시어도어 드라이저 저/김욱동 역
아메리카의 비극 (하)
아메리카의 비극 (상)
시어도어 드라이저 저/김욱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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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로베르토 볼라뇨 저/김현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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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51
로렌스 스턴 저/김정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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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蝕) 3부작
마오둔 저/심혜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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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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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삼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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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프란츠 카프카 저/이재황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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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푼짜리 오페라 / 남자는 남자다 - 을유세계문학전집 54
베르톨트 브레히트 저/김길웅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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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박혜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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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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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여인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저/손영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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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폰 쉴러 저/이재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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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슐츠 작품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61
브루노 슐츠 저/정보라 역
브루노 슐츠 작품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61
변신·선고 외
프란츠 카프카 저/김태환 역
변신·선고 외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 을유세계문학전집 52
알프레트 되블린 저/권혁준 역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 을유세계문학전집 52
물망초
요시야 노부코 저/정수윤 역
물망초
문명소사
이보가 저/백승도 역
문명소사
무사시노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6
구니키다 돗포 저/김영식 역
무사시노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6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베네딕트 예로페예프 저/박종소 역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맥티그
프랭크 노리스 저/김욱동,홍정아 공역
맥티그
망자들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저/김태환 역
망자들
마쿠나이마
마리우 지 안드라지 저/임호준 역
마쿠나이마
마의 산 -하
토마스 만 저/홍성광 역
마의 산 -하
마의 산 -상
토마스 만 저/홍성광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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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저/진인혜 역
마담 보바리
리어 왕.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이미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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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소설 전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12
루쉰 저/김시준 역
루쉰 소설 전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12
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저/윤혜준 역
로빈슨 크루소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서경희 역
로미오와 줄리엣
로르카 시 선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저/민용태 역
로르카 시 선집
러시아의 밤
블라지미르 오도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러시아의 밤
라이겐
아르투어 슈니츨러 저/홍진호 역
라이겐
라셀레스티나
페르난도 데 로하스 저/안영옥 역
라셀레스티나
돈후안 외
티르소 데 몰리나 저/전기순 역
돈후안 외
돈키호테 성찰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저/신정환 역
돈키호테 성찰
도화선
공상임 저/이정재 역
도화선
데미안 - 을유세계문학전집 65
헤르만 헤세 저/이영임 역
데미안 - 을유세계문학전집 65
대통령 각하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저/송상기 역
대통령 각하
노인
유리 트리포노프 저/서선정 역
노인
노생거 사원
제인 오스틴 저
노생거 사원
에밀 졸라 저/최애영 역
그라알 이야기
크레티앵 드 트루아 저/최애리 역
그라알 이야기
골짜기의 백합
오노레 드 발자크 저/정예영 역
골짜기의 백합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저/이동렬 역
고리오 영감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저/이혜수 역
걸리버 여행기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저/서은혜 역
개인적인 체험
갈라테아 2.2
리처드 파워스 저/이동신 역
갈라테아 2.2
1984년 - 을유세계문학전집 48
조지 오웰 저/권진아 역
1984년 - 을유세계문학전집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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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권력은 풍자를 낳는다 평점10점 | m****4 | 2019.04.23 리뷰제목
권력은 풍자를 낳는다.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풍자문학의 도전을 받기 마련입니다. 독재정권의 압제에 맞서 작가들은 풍자라는 무기로 억압된 현실을 표현하고 저항하게 되는 것입니다. 쿠바 작가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소설 <현란한 세상>(El Mundo Alucinante) 역시 그런 작품입니다.콜럼부스 이래 이어진 라틴 아메리카 민중에 대한 억압의 역사를 마중물로 혁명
리뷰제목
권력은 풍자를 낳는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풍자문학의 도전을 받기 마련입니다. 독재정권의 압제에 맞서 작가들은 풍자라는 무기로 억압된 현실을 표현하고 저항하게 되는 것입니다. 쿠바 작가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소설 <현란한 세상>(El Mundo Alucinante) 역시 그런 작품입니다.

콜럼부스 이래 이어진 라틴 아메리카 민중에 대한 억압의 역사를 마중물로 혁명의 시대였던 19세기 초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혁명과 혁명의 배신, 계속된 민중에 대한 핍박의 역사를 세르반도 수사라는 인물의 회고를 통해 풍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레이날도 아레나스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남미 문학 특유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쿠바 바티스타 독재정권에 저항해 쿠바혁명에 참여했지만, 혁명 후 또 다른 독재가 되어가는 카스트로 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아 미국으로 망명하였던 레이날도의 삶은 어쩌면 세르반도 수사의 삶과 판박이입니다. 또 동성애자였던 그는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사람입니다. 정치사회적 소수자로서 작가는 소외된 자로서 경험에 의해서 현실의 여러 층위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고민이 현실을 다층적으로 보게 하고, 이를 작품에서 마술적 현실주의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을 것입니다. <현란한 세상>에서 다수의 횡포에 맞서는 소수자로서 세르반도 수사 역시 작가 자신의 분신이라 할 것입니다.

"내 소설을 우연히 읽는 독자들은 하나의 모순이 아닌 여러 가지 모순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색조가 아닌 다양한 색조, 하나의 선이 아닌 여러 원형들. 그래서 내 소설이 연계된 사건의 역사가 아니라, 퍼졌다가 돌아오고 확대되었다가, 참기 힘든 것이 때때로 자유로운 것이 되는 극한 상황에서, 쉼없이 더 부드럽고 더 열정적으로 다시 돌아오는 파도와 같기를 바란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교리, 하나의 규정이나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야 할 신비다. 파헤치려는 목적이 아니라(그것이 끔찍할 것이다) 우리가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p.16 세르반도 수사, 지칠 줄 모르는 피해자 중

세르반도 수사는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어떤 경험에 의해 도시로 가서 수도사가 됩니다. 그리고 멕시코의 수호성인인 과달루페 성모에 대한 설교에서 교회권력과 다른 견해(과달루페 성모가 유럽인들이 멕시코에 오기 전부터 있었다는 설교)를 말함으로써 이단으로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스페인의 수도원 감옥에 갇힙니다. 이때부터 세르반도 수사의 탈옥과 망몀, 투옥, 탈옥이 반복되는 삶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 스페인의 종교재판과 마녀사냥, 프랑스 혁명, 미국의 노예제, 멕시코 혁명의 과정에서 권력과 민중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조국 멕시코에서 혁명이 성공하지만, 여전히 권력은 존재하고 민중의 삶은 피폐한 것을 목격한 그는 조용히 죽음을 준비합니다.

이 수도사의 혁명으로 가득한 삶은 절대왕정의 억압에 글로써 저항했던 바로크 문학의 작가들처럼 단순한 서사가 아닌 그로테스크한 표현과 알레고리, 아이러니, 과장과 풍자를 통해 묘사합니다. 또 1인칭에서 2인칭으로, 다시 전지적 시점까지, 이야기를 전개하며 작가는 시점을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이런 표현과 시점의 교차는 현실과 환상을 모호하게 하여 이 이야기의 흡입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 ... 악행은 즐기기를 원하는 그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얽매이는 예속성과 영원한 의존성에 있다는 것을 너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끝없는 탐색과 발견한 것에 대한 계속되는 불만... ..." p.47

이야기 속에서 권력과 부는 악과 동일시 됩니다. 심지어 혁명마저 그것이 성공하여 권력을 잡은 뒤에는 또 다른 악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무작정 민중에 대한 예찬을 늘어 놓지는 않습니다. 세르반도 수사의 눈과 입을 통해 핍박받는 인디오와 민중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보이지만, 동시에 민중의 가벼움과 변덕에 대해서도 차가운 평가를 내립니다.

이처럼 <현란한 세상>은 혁명의 시대를 살다간 한 수사의 삶을 통해 권력의 억압과 혁명, 그리고 민중에 대한 바로크적 서사입니다. 역사적 지식과 혁명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바탕으로, 그로테스크한 풍자와 아이러니,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권력과 혁명, 민중에 대한 가슴 뜨거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날카롭게 차가운 지적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와 죄인은 성서의 언어로 볼 때 동의어다. 왜냐하면 권력은 그들을 거만함과 시기로 가득 채우고 억압하는 방법을 용이하게 해 주고 형벌을 받지 않는다는 확식을 갖게 한다. ... ..." p.70

"... 나에 대한 비방 선전이 너무 심해 멕시코 국민 전체를 격노하게 했는데 그들은 원래 온화하지만 논리가 부족해서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고..." p.71

"... 그러나 내가 마녀라고 말할 때는 진짜 마녀를 뜻하는 것이고, 결코 화형을 당하지는 않을 마녀들인데 바로 그녀들이 화롯불을 지피기 때문이지. 스페인 전역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들이야, 또 궁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지. ..." p.140

"걱정 마세요. 그 사람은 결코 자기 작품을 끝내지 못할 거예요. 그 사람이 '추구하는 사람들의 땅'에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들은 찾는 것을 결코 발견하지 못할 테니까요." p.150

시점을 넘나드는 이야기와 풍자, 알레고리, 그로테스크한 표현으로 가득찬 작품이라 처음 몇 장은 읽기 힘들었습니다. 계속 읽다 보니 마술처럼 이야기에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마치 진짜 회고록을 본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가장 현실적인 느낌을 얻었다는 … …
?
#현란한세상 #레이날도아레나스 #을유세계문학전집 #바로크문학 #쿠바문학 #마술적사실주의 #을유문화사 #풍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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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현란한 세상 평점10점 | f********e | 2019.04.14 리뷰제목
책을 펼친 순간 정말 눈이 핑핑 돌아가게 '현란한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문장과 어휘, 이야기의 전개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르반도 수사'의 회고록이라고 시작한 이 작품은 관점의 변화가 숨가쁘게 이루어집니다.  읽으면서 따라가느라 숨이 턱에 차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가지 목소리가 들려와서 쉽지 않은 걸음이었습니다. 정확히 알
리뷰제목
책을 펼친 순간 정말 눈이 핑핑 돌아가게 '현란한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문장과 어휘, 이야기의 전개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르반도 수사'의 회고록이라고 시작한 이 작품은 관점의 변화가 숨가쁘게 이루어집니다.  읽으면서 따라가느라 숨이 턱에 차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가지 목소리가 들려와서 쉽지 않은 걸음이었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셀 수 없는 상징들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이야기들.
자유를 갈구 하지만, 어느 곳에선가 수사가 갖혀있던  수 천  개의 새장으로 이루어진 저택처럼 이야기들이겹겹이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수사가 여정을 이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일 수 없을 것 같지만, 또 수사가 혹은 내가, 또는 네가 걷는 그 모든 순간이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간혹 비유로 사용되는 낯익은 이름들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설정, 낯선 전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들. 이 작품 자체가 '현란한 세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평생 모르고 지났을 수도 있었을 작가라고 생각됩니다. 그랬다면 무척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을유세계문학전집 #국내초역 #레이날도아나레스 #회고록 #사실주의소설 #바로크문학 #스페인문학 #외국어작품상 #세계문학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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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낯선 소설 근데 빠져든다 평점10점 | h****1 | 2019.04.13 리뷰제목
낯선 형식. 기이한 이야기. 환상과 우화를 넘나들어 읽다 계속 제목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근데 자꾸 페이지를 넘기며 이 기이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엉뚱하고도 재밌고 또 가련하기도 한 세르반도 수사에 이입이 되어서 일까?또 눈앞에 펼쳐지는 듯 묘사가 세밀하고 정확하게 요점을 말하고 있어 재밌다.세르반도 수사는 고도리와 레온으로 대표되는 스페인 관료들에게 쫓겨 감옥에
리뷰제목
낯선 형식. 기이한 이야기. 환상과 우화를 넘나들어 읽다 계속 제목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근데 자꾸 페이지를 넘기며 이 기이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엉뚱하고도 재밌고 또 가련하기도 한 세르반도 수사에 이입이 되어서 일까?

또 눈앞에 펼쳐지는 듯 묘사가 세밀하고 정확하게 요점을 말하고 있어 재밌다.

세르반도 수사는 고도리와 레온으로 대표되는 스페인 관료들에게 쫓겨 감옥에 수감되지만 탈옥에 성공하여 여러 나라를 떠돌고 도망다니고 있다. 세르반도 수사가 추격을 당하는 이유는 그들이 추앙하는 과달루페 성녀의 설교를 잘못 했다는 어의없는 이유이다.

그로 인해 수감, 탈옥, 여러 나라를 떠돌며 모험을 한다. 같은 장이 3번씩 반복되고 시점을 달리하여 서술되서 이또한 특이하다. 몬테레이를 떠나는 이야기인 2장 역시 시점이 달리 3번 반복되고 있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16장 '플로나에 도착한 것과 도착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거기서 내게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 일에 대하여'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해가 기울고 카스티요 광장을 거니는데, 숨을 크게 들이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밤이 되자 나는 다락방에 숨는다. ..(중략)이곳이 우리가 왜 태어나야 하느냐고 묻기에 적합한 곳이 아닐까? 가장 끔찍한 결과가 사면인 이 변치 않는 형벌을 왜 견뎌야 하는지를?..이곳이 의심하기에 적지가 아닌까?팜플로나.도주한다는 것이 꿈만 같은 곳. 나는 팜플로나에 있고 더러운 물은 성벽을 천천히 핥아 가는 기름진 거울처럼 테두리를 두른다. P.171

레온이 수사를 발견한 장면.P.172

경찰들은 흙빛 옷을 입고(흙빛이 그 지역색이다.)도시와 조화를 이루는 무기들을 들고 온다.

"신과 왕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멈춰라, 수사!"

"오,팜플로나,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기운이 쇠한, 그러나 파괴되지 않은..신과 왕..나를 부르는 저 소리를 들으시오."

수사는 변장과 변신술에도 용하다.새, 물고기,일렁이는 물로도로 변해 지붕들을 넘나들고 늪을 떠다닌다.

"그건 아직 당신을 교란시켜 믿음을 잃게 할 만큼 중대한 일을 겪지 않아서 하는 소리지요"

"내 믿음은 항상 내 결과를 초월해서 존재하오"

"뭘 믿으시나요?"

"나 자신, 그것은 거의 다른 모든 것을 믿는다는 말이지. 그래서 결코 배신당하지 않을 거요"

P.103

삶은 통속적인 전투였지. 빛들은 가라앉았어. 지금은 회색빛 비늘로 덮인 물고기들이 소란을 떨며 수영을 하고 있지. 배에 부딪혀 피 흘리는 물고기를 찾아 배 주위를 배회하는 기이한 뱀들.나이 지긋한 인어들은 노래를 부르는 대신 지치고 음탕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지. 주체할 수 없는 허기를 드러내며 질주하는 상어들. P.91

서두에 해당하는 글 역시 인상깊었다.

우리가 어떤 시간에서건 진실되고 비통한 인간을 발견할 때 놀라운 것은 그들 모두가 시간을 초월한다는 사실이다. 즉 그들의 현재성, 즉 무한성이라는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그가 존재했느냐 안 했느냐와 상관없이 분노와 사랑으로 인해 영원하며, 그리스도는 역사가 기록하든 안 하든 그의 실현하기 힘든 철학으로 영원하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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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설을 통해 하나의 현실이 아닌 모든 현실 또는 적어도 몇 가지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c*****g | 2019.04.12 리뷰제목
이것은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 수사의 삶으로 정말 그러했듯이, 그럴 수도 있었듯이, 그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삶이다. 역사소설이나 자서전보다는 단순한 소설이고자 한다. - R. A.       휴전 직후인 1953년 북한에서 처형당한 임화가 살아생전 썼던 소설이 70여년이 지난 현재 발견된다면 그 소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물론 임화는 시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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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 수사의 삶으로 정말 그러했듯이, 그럴 수도 있었듯이,

그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삶이다.

역사소설이나 자서전보다는 단순한 소설이고자 한다.

- R. A.

 

 

 

휴전 직후인 1953년 북한에서 처형당한 임화가 살아생전 썼던 소설이 70여년이 지난 현재 발견된다면 그 소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물론 임화는 시인이자 평론가였기에 시와 평론을 주로 썼지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회고록 형식으로 남겼다거나 혹은 자전적 소설의 형식으로 남겼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그 글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혹은 1958년에 숙청된 김원봉이 죽기 전에 회고록을 남겼다면 그 글은 어떤 내용일까 

 

레이날도 아레나스(Reynaldo Arenas)가 살았던 당시의 쿠바도 한국의 식민시대나 해방전후, 그리고 한국전쟁 전후처럼 격동의 현장이었다. 아레나스가 태어난 1943년은 바티스타 독재 정권 시기였다. 우리가 잘 아는 체 게바라가 혁명군으로 활동했던 것이 바로 쿠바 혁명전쟁이고, 이들이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려서 쿠바 혁명에 성공하게 된다. 아레나스 역시 혁명에 가담하여 몇 년간 반군에 협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 아레나스가 접한 카스트로 정권은 그의 이상이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아레나스는 이에 환멸을 느끼고 카스트로 체제를 비판하는 소설을 썼고, 이로 인해 카스트로 정권에 쫓기는 삶을 살게 되었다. 평생 그를 따라 다닌 수식어는 반체제 인사였다. 쿠바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었던 아레나스는 결국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지만 그곳에서도 순탄치 못한 삶을 살다가 1990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목숨을 끊을 당시 아레나스는 에이즈 말기였다. ‘동성애자라는 꼬리표는 반체제 인사와 더불어 그의 평생을 따라다닌 낙인이었다.

 

아주 간략하게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삶을 요약해보았다. 한국 독자에게 매우 생소한 쿠바의 작가 레이날도 아레나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쿠바의 현대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고, 작가에 대한 이런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할 때 『현란한 세상』에 대한 오독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레나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거론했던 게 임화나 김원봉이었는데, 만약 이 둘을 잘 모른다면 최인훈의 『광장』을 떠올려봐도 될 것 같다. 『광장』의 주인공인 이명준의 삶과 그가 선택했던 것들, 그리고 그의 최후를 떠올려본다면 레이날도 아레나스라는 낯설고 생소한 작가가 좀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테고, 그가 살았던 당시의 쿠바나 그가 정치적 망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오독을 방지하기 위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실 이 작품은 독자의 입장에서 아주 잘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이야기가 관점을 달리해서 거듭 반복되곤 하는데, 따라서 집중해서 줄기를 따라가지 않으면 이야기 속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익사할 수도 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작가의 의도를 분명히 이해하는 것, 이 소설을 통해 아레나스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책의 독서 방법이 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소설의 내용이나 형식에 따라 독서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여러 의미에서 매우 생소한이 소설을 읽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이해와 집중이란 생각이 든다. 이것은 결코 쉬운 글읽기의 방식은 아니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는 낯선것이 주는 새로움의 여운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이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차도 별로 없는 안전한 포장도로만 운전하다가 처음으로 오프로드를 달린  경험 같은 거라고 해두자. ‘다시는 오프로드는 안 간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두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프로드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면 또다시 오프로드를 운전할 날만 고대하게 될테니까.

라틴 아메리카의 복잡한 역사나 정치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와도 접점이 있어 보이고, ‘실재는 환상이 되고 환상은 실재가된다는 측면에서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와 겹치는 부분도 있다.    

 

 

한마디로 『현란한 세상』이 표면적으로는 중남미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라는 신부의 회고록을 패러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아레나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남미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라는 신부의 회고록을 패러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아레나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중남미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라는 신부의 회고록을 패러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아레나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남미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라는 신부의 회고록을 패러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아레나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란한 세상』에서 내용보다 중요한 건 이 소설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레나스가 이 소설을 쓰면서 차용한 쿠바문학의 전통들, 바로크 문학적 요소들을 수용한 네오 바로크 문학적 성격들 말이다. 1969년 프랑스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 함께 이 소설이 최고의 외국어 작품상을 받았을 때, 몇몇 평론가들이 『현란한 세상』이 『백년 동안의 고독』의 마술적 사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평가를 했는데, 아레나스는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 소설 속에서도 다소 강한 어조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반박하는데, 실제로 『백년 동안의 고독』이 1967년이 출간된 반면 『현란한 세상』은 1965년에 쓰였으니 직접적으로 마르케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당시 라틴아메리카의 전반적인 경향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겠지만, 쿠바 문학의 전통 안에서 『현란한 세상』을 이해하는 편이 더 타당한 듯하다.

소설가로서 아레나스는 이런 오해를 상당히 불쾌해하며 경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을 오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또다른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소설을 오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형식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평역(評譯) 같은 작품이다. 평역이란 무엇인가? 평역의 사전적 의미는 재해석하여 번역함이다. 번역을 할 때 원본에 없던 것을 구성하여 넣거나 있는 것을 삭제하는 등 번역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원본을 재해석한 것을 평역이라고 한다. 독자들이 가장 잘 알만한 평역 작품으로는 이문열의 『삼국지』가 있다. 원본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원본을 번역자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는 평역은 따라서 번역자의 관점이나 시각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라는 신부의 회고록을 패러디한 이 작품은 작가인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관점이나 시각이 상당부분 반영되고 개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일까?

 

 


레이날도 아레나스는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혔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밑줄은 원본에 없는 것인데 강조를 위해 삽입했다)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라는 신부의 회고록을 패러디한 이 작품은 작가인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관점이나 시각이 상당부분 반영되고 개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일까 

 

레이날도 아레나스는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혔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밑줄은 원본에 없는 것인데 강조를 위해 삽입했다.)

 

1. 오래 전에 집필해서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소설의 서론인 이 글에, 세르반도 수사와 에레디아의 인생 역정을 기록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중요한 순간처럼 '공식' 역사라는 것이 기록하지 않는, 시인과 모험가가 유사한 불명예를 많이 겪고 앞으로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광대한 파노라마를 앞두고 멕시코에서 만나는 그 순간을 생각한다. 두 사람 다 사랑하는 조국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무엇을 보았나?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p.12)

 

2. 나는 항상 '상세하고 정확한' 자료라는 '역사적인' 것을 불신했다. 역사란 결국 무엇인가? 대략 연대기적으로 나열된 문서철인가? (중략) 충동, 동기, 인간에게 밀려드는 비밀스러운 생각들은 등장하지 않고 역사에 의해 수거되어 등장할 수도 없다. 이것은 외과의조차도 고통받는 환자의 아픈 감정을 절대 포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사는 전쟁이 일어난 날짜나 전쟁을 빛낸 사망자, 즉 명확한 것만을 기록한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방대한 책은 순간적인 것만을 요약한다(그리고 충분하다), 원인이 아닌 영향을. 그래서 나는 역사보다는 시간에서 찾는다. 그 영원하고 다양한 시간에서. 인간은 비유다. 왜냐하면 비록 외견상 역사를 수정하려 시도하고 어떤 이들에 의해 그렇게 한다고 할지라도, 인간은 결국 역사의 비유이기 때문이다. (pp.13-14)

 

3. 시간을 순서대로 나열하려는 인간의 천진함, 점진적으로 '진보주의적'이기까지 한 의도로 배열하려고 하는 것조차 시간은 거부한다. 어떻게 영원한 것을 정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인간은 공포스러운 이 일을 단념하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고사본, 날짜와 축일 같은 것에 많은 중점을 둔다. 우리가 어떤 시간에서건 진실되고 비통한 인간을 발견할 때 놀라운 것은 그들 모두가 시간을 초월한다는 사실이다. , 그들의 현재성, 즉 무한성이라는 것이다. (p.14)

 

4. 나는 하나의 현실이 아닌 모든 현실 또는 적어도 몇 가지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 (p.16)

 

이 소설의 번역가인 변선희는 이러한 아레나스 소설의 특징을 현실 세계에 대한 고정 관념으로부터의 탈피라고 요약적으로 설명했는데, 그녀는 아레나스의 이러한 소설쓰기 방식의 연원을 쿠바의 바로크 문학의 전통에서 찾았다.

 

 

아레나스는 삶과 현실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바로크 미학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으며, 17세기 바로크 시인들이 환멸을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중남미의 척박한 현실과 쿠바 혁명 초기의 기대에 대한 실망으로 환멸을 느낀다. 언어밖에 기댈 것이 없던 16세기와 17세기 바로크 작가들처럼 중남미의 유일한 주인공은 언어라고 하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한다. 현실 재현을 거부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현실을 파헤치면서 언어적 층위보다는 바로크 사고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즉 과장, 풍자, 그로테스크, 아이러니, 알레고리 등의 바로크 미학을 통해 영원한 인간 비극을 동정적인 아이러니를 갖고 완화시킨다. (pp.378-379)

 

 

정통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온갖 핍박과 추방을 당하고 여러 차례 투옥까지 됐던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 신부의 삶은, 쿠바의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라 교육도 거의 못 받고 절대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았을 뿐더러, 쿠바 혁명에 대한 초기의 믿음이 깨지면서 실망과 환멸을 느끼며 카스트로 정권하에서 쫓기고 투옥까지 당했던 아레나스의 삶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아레나스는 소설의 다양한 시점 변화를 이용한다. 왜 일까? 한 가지 사건을 서로 다른 시점으로 반복해서 서술하는 것은 반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기실 이를 통해 아레나스가 말하고 싶었던 건 반복을 통한 메시지의 강화는 아니었다. 아레나스는 시점이 달라지면 관점이 달라지고 이야기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서독스(orthodox)에의 회의와 의문을 제기하기 위한 장치로 이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소설을 통해 하나의 현실이 아닌 모든 현실 또는 적어도 몇 가지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던 아레나스의 의지와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오서독스(orthodox)에 대한 강력한 회의와 의문을 제기하는 것.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현란한 세상』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이로부터 거의 20년 후가 될자기 자신의 비참한 말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결말이다.

 

 

세르반도 테레사 데 미에르 수사는 죽어서도 평안을 얻지 못했다. 자유당이 수사들을 수도원에 가두고 성당과 수도원을 점령했을 때, 보물을 발견하리라는 기대감에 산토 도밍고회 수사들의 무덤을 파헤쳤다. 기대했던 것을 찾지 못하자 격노한 카레온이라는 작자가 무덤에서 미라 열세 구를 꺼냈는데, 세르반도 수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사제복 조각이 발견되었다. 이 미라들은 며칠 동안 노천에 으스스하게 진열되었다. 한 이탈리아 사람이 이 바짝 마른 약탈품 몇 개를 구입해 아르헨티나로 가져갔다. 세르난도 수사는 바로 바다를 건너야 했다. 아르헨티나어서는 어느 서커스 단장이 수사의 미라를 사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져가 종교 재판의 피해자로 전시했다. 지난 세기말, 바로 그 미라가 벨기에의 가장 우화적인 서커스 중 한 곳에서 전시되었다. 실제로 그의 유골은 합당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실재가 환상이 되고 환상이 실재가 되는 이야기들을 통해 아레나스가 극복하고 싶었던 것은 집단적이고 정통적인 것들이 아니었을까? 끝끝내 현실과 타협하지 못했던 아레나스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조차 그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부디 이제라도 그의 영혼이 합당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덧붙임] 이 소설이 여러 의미에서 마음 깊이 남아 있는 독자라면 그레이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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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현란한 세상 평점10점 | y****s | 2019.03.30 리뷰제목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현란한 세상>에 동물이 있다. 쥐, 사자, 나귀, 콘도르, 전갈, 뱀, 고래... 동물은 말을 하고 수사를 움켜 쥔다. 동물들은 수사를 구속하는 장면에서 나오고, 동물한테서 부각되는 것은 끔찍한 것. 이를테면 흉포함, 위압감, 간교함이다. (그래서 동물이라기 보다는 짐승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나는 삶에서 짐승을 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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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날도 아레나스의 현란한 세상에 동물이 있다. , 사자, 나귀, 콘도르, 전갈, , 고래... 동물은 말을 하고 수사를 움켜 쥔다. 동물들은 수사를 구속하는 장면에서 나오고, 동물한테서 부각되는 것은 끔찍한 것. 이를테면 흉포함, 위압감, 간교함이다. (그래서 동물이라기 보다는 짐승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나는 삶에서 짐승을 보곤 했는데 짐승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뒷통수 치는 직장 동료가 나한테는 뱀이었고, 당신이 했잖아. 떠넘기는 직장 상사가 사나운 침팬지였고, 눈치 없는 직장 후배가 곰이었다. 그때 나는 그들의 눈에 생쥐, 돌맹이, 잡초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뱀, 침팬지, 곰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양이었다고 믿고 싶지만...소설에서 짐승이 말을 하는 대목이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었던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소설의 시점 변화가 매우 흥미로웠다. 1인칭, 2인칭, 3인칭. 다양한 시점이 나오는데, 특히 1인칭 시점으로 사건을 서술하고, 이야기가 끝나자 같은 장면을 3인칭 시점으로 다시 서술하는 대목은 정말 좋았다. 두 가지 시점이 한 이야기를 서술한다. 그러자 소설은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이 되었고, 일기면서 역사서가 되었다. 들은 이야기면서 말하는 이야기가 되었고, 내 이야기이면서 남의 이야기가 되었고, 환상이면서 실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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