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작품 중 하나.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Scribners 출판사의 원서로도 읽었고, 민음사, 문예출판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펭귄클래식코리아 번역본으로도 읽었습니다. 옛날 세계명작 시리즈 같은 판본으로도 읽었고요. 때문에 이 작품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차피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다르고, 어느 한 작품을 지나치게 사랑하게 되면 자칫 객관성을 잃기 쉬우니까요.
다만, 사소한 몇 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을유문화사의 책들을 여러 권 읽었었고, <골짜기의 백합> 같은 경우는 참 괜찮게 읽었습니다.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도 번역에 만전을 기하는 듯하여 기대했는데, <위대한 개츠비>는 좀 아쉽네요. 번역에 있어서 몇 가지 오류들도 있고, 그 오류를 역자가 인지하지 못하여 해설에서 작품을 저평가하는 근거로 삼기도 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면, 개츠비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 묘사 장면에서, yellow cocktail music을 문자 그대로 "노란 칵테일 음악"이라 번역해 놓고, 이런 부분을 예로 들어 해설에서 "쓸데없는 묘사가 흠이 된다"는 요지의 서술을 했습니다. 작품의 단점 중 하나로 불필요한/지나친 묘사를 꼽으며 yellow cocktail music을 든 것이죠. 그런데 이 yellow cocktail music은 문자 그대로 "노란 칵테일 음악" 즉 소설상에서 공감각을 활성화시키고 분위기를 조성하며, 소설에 드러나는 노란색의 상징성을 강화하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 "싸구려 음악/저속한 음악"이라는 뜻도 있습니다(마치 삼류 가쉽지를 yellow paper라 부르는 것처럼). 이럴 경우, 이 표현은 개츠비의 저택에서 열리는 화려한 파티가 실상 얼마나 속물적이고 천박한가를 암시하는 게 됩니다. 즉 yellow cocktail music은 중의적인 표현이며, 동시에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표현인 겁니다. 헌데 역자는 이 표현을 문자 그대로 옮기고, 문자 그대로 해석해 버렸습니다. 20년대 시대상이라든가, 당시 통용되던 은어나 속어, 유행어 등을 좀 더 주의깊게 공부했더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또한, 해설의 초점을 굳이 '개츠비는 위대한가?'라는 주제에 맞추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20년대에 The Great ~는 "대단한 누구누구"라는 식의, 감탄 반 조롱 반의 표현이었고, 그러므로 제목 자체가 이중적인 의미를 띱니다. 역자분이 이 사실을 분명 아셨을 텐데 제목의 의미를 단선적으로 해석하여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해설이 좀 어설프고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으나, 혹 20년대 미국 언어에 대해 소홀히 접근하셨나...라는 의심이 약간 듭니다. 그렇진 않겠죠.
여하간, 이러한 아쉬움들이 남는 번역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번역이 나쁜 건 아닙니다. 일정 수준은 보장합니다. 다만, 을유문화사 번역본만의 특색이 약하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번역과 해설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 겁니다. 그래도 새로운 번역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피츠제럴드 같은 작가의 작품에 대해 완벽한 번역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기대인지도 모르죠. 원서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우리말로 옮기려 들었을 때 얼마나 난감해지는지 아실 테니까요.
P.S. ; 참맛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원서를 읽어보세요. 현대 영미소설과 표현이 다소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장이 필요 이상으로 난해한 작품은 아닙니다. 영어에서만 가능한 중의적 표현, 단어나 표현의 미묘한 배치/교체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산문체, 무엇보다도 번역으로는 100% 살려낼 수 없는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 번역본을 접했지만 100% 이거다 싶은 번역본은 없었어요. 어느 번역본이든 하나씩은 모자란 부분이 있기에, 영어를 조금 하실 줄 아는 분이라면 사전 끼고 원서로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피츠제럴드가 읽기 어려운 작가는 아니에요. 난해한 문장을 쓰는 작가는 아니거든요. 읽기에는 좋은데 다른 언어로 번역하려 들면 난감해지는 작가입니다.
국내도서 "위대한 개츠비"로 81개의 검색결과가 있습니다
많은 출판사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펴내고 있다.
그 중 나는 도서관에서 을유문화사 편을 보았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김영하 역을 보았으면 이 작품의 위대함을 보았을런지 모르겠지만 난 여전히 개츠비가 위대한 지 모르겠다.
며칠 전 '골든벨'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를 보여준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이라는 문제가 나왔다.
내가 아는 피츠제럴드의 작품이라곤 '위대한 개츠비'밖에 없어서 '위대한 개츠비'가 그런 내용인가 했는데 답이 맞단다.
읽으면서 이게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를 보여준 작품이야?
난 그런 느낌을 눈꼽만큼도 받지 못했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읽는 작품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보편성을 지닌 인간형은 아니더라도 그 특수함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간만이 세대를 아울러 시간을 거슬러 국경을 뛰어넘어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뭐야? 이런 허접한....
내가 보기엔 그렇다.
매력적이질 않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다.
내가 느낀 건 이정도이다.
그나마 가장 상식적인 인물이 작중 화자인 '나'뿐이다.
부모를 무시하고 자신을 신의 아들이라고 말하며 닥치는 대로 돈을 모아 5년전 첫사랑을 찾는 '개츠비'에게 순정은 느껴지지 않고,
남편이 바람피는 걸 알지만 안락한 부를 놓기 싫어 이혼하지 않는 여주인공 데이지,
자기가 바람 피는 건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내연녀의 남편에게도 뻔뻔스럽기 그지 없는 데이지의 남편 톰,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화자인 닉의 애인 테니스 선수 조던 베이커.
그러니까 전에 내가 이 작품을 고전이라서 들었다가 중간에 놓아버렸던 이유를 알 것 같은 거다.
유명하다고 굳이 나까지 볼 필요는 없다.
고전이라고 해서 끝까지 볼 필요는 더더욱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