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읽기 전에 불가코프의 다른 작품을 먼저 접해보았었다. 인간에 의해 의학적 개조를 받고 인간이 되어버린 개의 모습에서 소비에트 러시아의 정치체제를 비판한 "개의 심장", 인간적인 관점에서 본디오 빌라도가 겪었을 고뇌에다가 생판 너무 악독하지만은 않은 악마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소비에트 러시아에 한바탕 뻑쩍지근하게 장난질을 치는 모습을 그리면서도 당시의 정치사회체제의 비판의 칼날이 날카로웠던 "거장과 마르가리타"였다.
본작품은 볼가코프가 젊은 시절 의사였을 당시에 직접 겪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한 것들이다. "젊은 의사의 수기"는 의대를 갓 졸업해서 벽지로 단신 부임한 주인공은 - 임상경험은 전무한 상태 - 온갖 환자들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의사로서의 능력과 고질적인 소비에트 체제하에서 의료물자 부족에 대해 강한 회의감을 갖게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환자들을 잘 치료해낸다. 물론 어느 에피소드에서는 눈보라를 뚫고 환자를 직접 찾아가지만 아쉽게도 환자는 치료시기가 늦어 목숨을 잃고 만다. 제일 분위기가 우울한 에피소드였다.
"모르핀"의 경우 모르핀에 중독된 의사가 주인공이다. 그동안 많은 책을 읽었어도 이 당시에 알콜중독을 제외하고는 약물 중독에 대한 폐해를 묘사한 소설은 보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실제 중독 극복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투여하는 모르핀의 양은 늘어만가고, 온종일 모르핀 확보하는데만 혈안이 되어 본업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어지고, 애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모르핀 중독이 심해져만 가다가 결국에는 목숨을 잃게되는 과정. 어떤 마약 관련 다큐나 르포보다도 더 리얼하게 다가왔다.
사실 이 책을 구입할 때는 볼가코프의 초기 작품 - 그런데도 작가 사후 20여년 뒤에 전집에 묶여서 출판되었다고 한다 - 이라서 앞서 말한 두 작품보다는 풋풋하고 말랑하고 감동이 주가 되는 작품일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실장은 앞서 말한 두 작품 - 사회풍자가 가득한 - 을 만들어 내기 위한 맹아를 잔뜩 품고 있었다. 벽지에서 치료하는 의사를 소재로 하는 감동에 그당시 열악한 소비에트 러시아를 살짝 비판하면서 모르핀을 마구 구하기 쉬웠던 그당시 모습까지 더해져서 말이다. 이후 볼가코프는 작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다가 하도 체제에 대한 비판을 해대니 요리조리 탄압을 받다가 망명도 거부당한채로 생을 마감했으니까. 체호프처럼 말랑하게 갔어도 됐었을 것인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단한 작가다. (매끄러운 번역은 덤이다. 좋다.)
거기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맥을 짚어 보았다. 차디찬 손에 맥박은 멎어 있었다. 몇 초 후에 나는 약하게 뛰는 맥을 겨우 감지할 수 있었다. 맥박이 지나가고... 그러고는 멈추었다. 순간 나는 파랗게 변한 그녀의 콧등과 창백한 입술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죽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행히 나는 참고 있었다. '갈기갈기 찢긴 사람이 여기 이렇게 죽어 가고 있는데, 너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단 말인가.'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낯선 목소리로 준엄하게 말했다. "캠퍼 주사!" (중략) '죽어라, 빨리 죽어라.' 나는 생각했다. '죽어라. 내가 너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중략) "캠퍼 주사 한 번더!" 나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의사보가 다시 고분고분 주사를 놓았다. '정말 죽지 않을까?' 나는 절망적으로 생각했다. '정말 죽어야 하는데...' 어떤 지침서에도 의지하지 않고, 어떤 충고나 도움도 없이 지금 당장 생애 처음으로, 다 죽어 가는 사람을 절단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내 머리를 환하게 스쳤다.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23살의 초보의사가 가장 가까운 도시가 40베르스타 (약 42km) 거리에 있는 러시아 시골병원에 홀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근무 첫날 그에게 온 환자는 기계에 다리가 끼어 다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과다출혈로 생명마저 꺼져가고 있는 한 여인. 그는 당연히 전력을 다해 환자를 살리고 싶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절망하며 환자가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환자가 죽기를 바라는 의사. 그러나 이 상황에서 그를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의사도 사람이다. 현대과학으로 무장하여 신을 따라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의사는 신이 되지 못한다. 죽어가는 환자 앞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느낄때 의사는 한없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차라리 환자가 죽어서 이런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캠퍼 주사!' (강심제) 를 외치며, 본능적으로 절단수술을 준비한다. 이런 의사의 인간적인 측면, 특히 초보의사들의 고뇌와 성장과정은 최근 국내외 여러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장면들이다. 미드 ER이나 그레이 아나토미, 우리나라 드라마 종합병원, 외과의사 봉달희 등을 보면서 이들에게 공감했던 적은 자신이 의사이건 아니건 몇번쯤은 있을 것이다. 본 작품은 그런 드라마들의 조상격이라 할 수 있는, 100년 전에 살았던 한 의사 출신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100년 전의 러시아 시골병원 의사의 생활과 감정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공감이 된다는 점이다. 상황자체도 의대 졸업 후 전남 신안군 외딴 섬으로 홀로 파견되는 우리나라 공중보건의의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저 유행하는 질병과 치료약들의 이름만 달라졌을 뿐이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가 고전을 읽을 필요성을 여기서 느낄 수 있었다. --------------------------------------------------------------------------------------------- 이 소설의 저자 미하일 불가코프는 안톤 체호프의 뒤를 잇는 '의사 작가'이자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다. 그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1916년부터 1년간 러시아 스몰렌스크 현 니콜스코예 마을에서 의사로 복무했다. 당시 러시아는 한창 혁명이 일어나던 시절로 불가코프는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던 러시아의 상황에 의사 일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는다. 이 소설 '젊은 의사의 수기'와 '모르핀'은 불가코프의 데뷔작으로 실제로 자신이 시골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그 묘사의 세세함과 넘치는 리얼리티는 아마도 이 소설의 에피소드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만큼 공감이 되고, 몰입도가 높다. '음, 만일 여자가 실려 왔는데, 난산이라면? 혹은 환자가 왔는데 탈장이라면? 나는 어떻게 하지? 제발 알려 주세요. 48일 전 의과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했지만, 우등은 우등이고 탈장은 탈장이다. 교수님이 하는 탈장 수술을 한 번 보았다. 그는 수술을 했고 나는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만...' 이 소설을 읽으며 5년 전 봄, 제주 어느 병원의 응급실이 떠올랐다. 당시 의대를 졸업한지 한 달 된 나는 제주 어느 병원 응급실로 파견와 있었고, 당연하게도 머리속에 있는 것은 의학책의 구절구절뿐 실제로 환자가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내게 가장 두려웠던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점점 가까워지는 '삐뽀~ 삐뽀~' 사이렌 소리.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그런 상황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었고, 그런 스트레스에 근무가 끝나는 시간이면 제주의 봄을 만끽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바로 침대에 쓰러져 다음날 좀비처럼 겨우 일어나곤 했었다. 마침내 나는 생각을 멈추고 소심하게 주머니에서 금색으로 인쇄되고 빨간 표지로 제본된 편람을 꺼냈다.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의사 생활을 하면서 계속 가지고 있던 나의 동반자였다. 처치 곤란한 처방 때문에 곤경에 빠졌 있을 때 몇 번이고 그 편람은 나를 구해 주었다. 나는 환자가 옷을 입는 동안 슬그머니 편람을 뒤적여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의사들에겐 생명과도 같은 편람이 있다. 환자 몰래 슬쩍슬쩍 편람을 뒤져서 치료법을 확인하는 것은 100년 전 러시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나도 초보의사 시절에 많이 했던 일이며, 의학이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도 아예 슬쩍슬쩍 빨리 확인 잘 하라고 편람이 만들어지고 있고, '워싱턴 매뉴얼'이라는 이 편람은 벌써 몇십년째 전세계 의학도서의 베스트셀러이다. "다리를 잡고 태아 회전술을 해야지." 그러자 눈앞에 되데를라인의 책이 아른거렸다. 한 방향으로 돌리는 태아 회전술, 복합 회전술, 우회해서 돌리는 태아 회전술... 그 책을 읽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게다가 집중해서 모든 단어를 심사숙고하고, 부분들의 연관성과 모든 방법을 상상하면서 줄까지 쳐 놓았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텍스트 전체가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읽은 것 중에서 한 구절만 떠오를 뿐이다. '횡위는 절대적으로 좋지 않은 위치이다.' (중략) 이 순간에 모든 학술 용어들은 아무 소용이 없다. 중요한 건 하나다. 한 손은 안으로 집어넣어야 하고, 다른 손은 밖에서 태아 회전술을 도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책이 아니라 의사에게 꼭 필요한 감각에 의지하여 조심스럽고 끈기 있게 한 다리를 끌어 내리고 그걸 잡아서 아기를 꺼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침착하고 신중해야 하며 동시에 아주 단호하고 겁이 없어야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힘들지만 한걸음 한걸음씩 전진해간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여러가지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오고, 분만 그것도 난산 환자도 오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몰래몰래 책을 컨닝해가며 수술하고, 조산사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태아 회전술을 해낸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우리나라의 10만명의 의사들도 모두 이런 시절을 겪으며 성숙해 갔고, 이는 비단 의사뿐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던 학생에서, 성인이 되어 자기 스스로 직업을 갖고 돈을 벌고 가족을 만들어간다. 이런 '처음'의 이야기는 모두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그때 그랬었지'라는 회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삶이 힘들 때 이 '처음'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계기를 찾기도 한다. 결국 이는 의사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주인공은 약간의 운과 넘치는 패기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간다. 어려운 수술로 환자를 살려내기도 하고, 그래서 주변 마을에서 유명해진 그는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초보의사의 길에 항상 운이 따르는 것만은 아닌 것, 오진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는 왼쪽 눈이 없었다. 눈 대신에 엷고 늘어진 눈꺼풀에는 작은 사과 크기의 노란 구술이 들어 있었다. 아이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벌벌 떨었고 여자는 흐느껴 울었다. 그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게 뭐야, 뇌수가 흘러나온 것인가. 음, 애는 살아 있고... 육종인가... 음, 감촉이 보드라운데... 전혀 본 적이 없는 악성 종양인가. 이게 어디서 생긴 걸까? 전에 있던 눈에서. 이마 눈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의욕에 차서 말했다. "한쪽 눈을 절개해아 할 겁니다." (중략) "잠깐, 잠깐... 그래요, 이게 누구요. 잠시만... 이 아이가 바로 그 아기란 말이에요?" 아이는 여자의 손에 말없이 안겨 갈색 눈으로 주위를 보고 있었다. 황색 수종은 전혀 없었다. "당신은 눈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봐요, 생겼어요." 여자가 조롱하듯 비웃었다. '알겠어요, 제기랄!' 아이의 눈 아래쪽에 커다란 종기가 생겨 자라서는 눈을 밀어내고 완전히 덮어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마치 사라지듯 고름이 흘러나왔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다. 의사의 오진은 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긴 하나, 위의 이야기처럼 환자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에도 심리적으로 많은 충격과 부담이 된다. 하물며 혹시라도 오진으로 인해 환자의 생명이 왔다갔다 하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그 때는 의사로서의 정체성마저 상실할 정도로 많은 타격을 입게 되곤 한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의사는 신을 모방하려 하는 존재일 뿐 신은 아니다. 오진은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이미 일어났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이로 인해 배울 수 있는 점에 더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결국 다른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며, 이에 저자도 '더 깊이 공부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한편, 본 책에는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젊은 의사의 수기' 외에 역시 의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모르핀'이라는 단편 소설도 실려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모르핀 중독에 점점 빠져들어가는 대학 동기 의사 폴랴코프의 일기를 읽게 된다. 양귀비에서 최초로 모르핀을 추출한 사람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인류의 진정한 은인이다. 주사를 맞고 7분이 지나면 통증이 멈춘다. 흥미롭게도 고통이 파도처럼 쉴 새 없이 지나갔다. 그 결과, 나는 마치 달군 쇠 지렛대를 배 안에 꽂고 돌리는 것처럼 완전히 숨을 헐떡거렸다. 주사를 맞고 4분 뒤, 나는 고통의 파고를 구별하기 시작했다. 만약 의사가 많은 약물을 스스로에게 실험할 수 있었다면 아주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의사는 약물의 효능에 대해 많이 이해했을 것이다. 주사를 맞은 후, 최근 몇 개월 동안 처음으로 난 단잠을 잤다. 날 기만하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고. (중략) 목에 촉감이 느껴지는 첫 번째 순간. 이 촉감은 따뜻해지고 온몸으로 퍼진다. 갑자기 명치끝에 서늘한 파도가 지나가는 두 번째 순간이 찾아온다. 그다음에 생각이 아주 분명해지고 작업 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모든 불쾌한 감각이 완전히 중지된다. 이것은 인간의 영적 능력이 발현되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의학을 체계적으로 배워 타락하지 않았다면 사람은 모르핀 주사를 맞고 난 후에야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 불가코프는 시골병원에서 일하던 시절 병에 걸려 통증 조절을 위해 모르핀을 맞게 된 후, 모르핀 중독에 빠져서 힘겨운 시절을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모르핀을 '스스로에게 실험했던' 저자는 모르핀을 맞았을 때의 느낌을 상세하고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모르핀을 맞았을 때가 '인간의 영적 능력이 발현되는 가장 높은 지점'이라며 극찬하며 모르핀 중독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병원에 있으면 이런 약물 중독 환자를 만날 일들이 종종 있게 된다. 이들도 불가코프처럼 대체로 어떤 이유에서 모르핀 등의 마약성 진통제를 몇번 맞았다가 중독에 빠지게 되어, 병이 나은 후에도 아픈 척을 하며 병원에 와서 모르핀을 달라고 한다. 한편, 마약류 약품을 접하기 쉬운 의사들 중에도 약물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몇년 전 레지던트 시절에도 앞길이 창창한 레지던트 한 명이 약물 중독에 빠져서 레지던트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소설을 읽은 후 이들을 이해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오바겠지만, 그래도 실제로 중독을 겪었던 저자의 글은 환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 불가코프의 소설 '젊은 의사의 수기'는 한 의사의 이야기이다. 100년 전을 살았던 의사의 이야기라서 유행하는 병의 이름과 그 치료법, 약의 이름들은 달라졌지만 사람은 달라지지 않았다. 의대를 갓 졸업하고 시골병원에서 여러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그의 모습에 우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며, 성장스토리 특유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의사들에게는 초보의사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고, 초보의사들, 특히 시골에서 근무하게 되는 공중보건의들에게는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환자들을 만나게 되는 자신의 상황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며, 결국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며, 의대생이나 의사의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앞으로의 삶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수 있으며, (물론 의사 생활이 다 이정도로 힘들지는 않다) 그냥 보통 사람들에게도 리얼리티가 넘치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10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지만 친절한 번역과 해설로 요즘 소설처럼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의사의 길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