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레프 톨스토이/ 을유문화사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고,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한 독특한 작가 톨스토이
천재적인 필력을 가진 작가이면서도 지성을 증오한 모순된 삶을 살아냈다니 그의 삶은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까.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이것이 그가 찾은 핵심이다.
석영중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中>
각성한 귀족의 자기계급에 대한 수치심이 사회변혁운동으로 시작되면서 1812년 민중을 통해 전쟁을 발견하고 자기존재의 위선을 뼈아프게 경험한다. 1805년에서 1850년대에 이르는 장대한 민족 대서사시, 러시아 역사를 톨스토이가 다루게 된 것이다.
총 333장으로 이루어진 4권의 책, 28장에 이르는 에필로그를 더하였으며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조합해 총 5백명 이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인간군상의 사건적 얽힘과 운명의 전개를 풀어놓으며 그 가운데 전쟁이라는 주제를 놓아 두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로스토프가와 볼콘스키,베주호프가의 인물들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안드레이와 니콜라이 , 피에르를 중심으로 삶의 의미와 소명을 찾아나가는 대서사. 특히 책의 마무리에 가장 이득을 본 집안은 볼콘스키가가 아닐지 세속적인 생각도 얹어본다.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달라졌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사랑, 질투, 시기, 우정, 건강, 질병 사상, 학문, 열정 등이 삶의 한가운데서 이리 저리 뒤섞여 인간관계의 사슬이 되고 법칙이 되어 존재함을 톨스토이는 소설을 통해 증명한다. 삶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원인이 있고 결과가 따르며 그것은 운명처럼 어떤 사슬에 의해 정해진 느낌, 책을 읽는 동안 그 운명론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며 가치관 또한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
톨스토이는 나폴레옹에 대해 비판도를 높힌다. 실상 전쟁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는다. 군주의 열망, 자신이 돋보이고 공을 세우려는 장군들의 열망이며 무익하고 해로움을 알면서도 지시하고 결국 애꿎은 병사들은 희생을 당하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많은 역사가들이 나폴레옹이 천재적인 능력으로 군대를 지휘하는 능력을 갖춘 인물로 칭송하지만 톨스토이는 이 책을 통해 오히려 그와 정반대인 어리석고 파멸적인 것들을 선택하는 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어리석은 인물임을 논리적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전쟁을 통해 러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프랑스 병사들을 약탈과 파괴를 일삼는 스스로 죽음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죽기 직전의 상처입은 짐승으로 묘사한다.
니콜라이와 마리아공작영애의 결혼, 나타샤와 베주호프가의 피에르의 결혼으로 또 하나의 가정이 탄생한다. 니콜라이는 백작이 남긴 수많은 빚을 유산으로 상속받고 백작부인의 어릴적 부터 고착되어 온 사치스러움에도 일조를 기하며 부지런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빚을 상환해 나간다. 영지경영을 시작하며 그 일에 빠져들기 시작한 니콜라이는 특히 농민에게 많은 관심을 두었다. 농민들의 욕망과 취향을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말하며 그들과 함께 하며 자신의 의무를 수행했을 때 눈부신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니콜라이는 누구보다 제대로 된 지주의 역할을 수행해 내고 있었다. 단 한가지 군대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불같은 성격은 고쳐지지 않았는데 이는 마리아 공작영애의 천사같은 성품으로 점점 순화되어 가고 있었다.
마리아는 가끔 외로웠다. 니콜라이가 소냐를 버리지 못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것도 이유가 되지만 점점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것 같아 섭섭했고 늘 니콜라이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 자신이 못생겨서 남편 니콜라이가 싫어하는게 아닐까 하는 낮은 자존감이 그 이유로 보인다. 니콜라이는 그런 아내를 감싸며 사랑을 표현한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이들 가족을 감싸안는다. 그 행복은 나타샤와 피에르의 가정에도 동일하게 머무른다.
톨스토이가 말하는 필연이라는 공동법칙이 삶에는 존재함을 복잡하게 풀어 주장한다. 톨스토이의 머리속에는 너무나 많은 지식과 단어들이 자리하고 있어 그것을 일일이 풀어내는데 스스로도 힘들었을 느낌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자유로운 것으로 인식하며 스스로의 말과 생각을 묵묵히 실천해 내고자 노력했다.
톨스토이가 말하는 전쟁이 어디 군대간의 충돌만을 뜻하는 것일까? 인간 생존, 삶의 본질속에서도 무수히 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또 운좋게 평화가 따라오기도 한다. 이는 삶의 본질에 일어나는 두 축임을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보여지기도 한다. 어느 곳에도 악은 존재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것이고 아름다움, 선, 진리, 그리고 행복이 우선임을 기억하며 전쟁과 평화의 대장정을 마친다.
레프 톨스토이 - 전쟁과 평화 (하) (2019)
을유문화사, 852p
3권 3부 ~ 에필로그 2부
3권 3부) 보로디노 전투로 모스크바를 사수했지만 여러 상황으로 쿠투조프는 모스크바에서 철수한다. 시민들은 당황해서 서둘러 모스크바를 빠져나가고 잇다른 약탈과 방화로 큰 화재가 일어나 도시가 불타오른다. 로스토프가도 급히 피난을 떠나는데 피난행렬에 부상당한 안드레이가 함께 있는 걸 안 나타샤는 극진하게 그를 간호한다. 피에르는 나폴레옹을 죽이겠다는 다소 황당한 목적을 가지고 모스크바에 남는다. 하지만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하려다가 프랑스군에 포로로 잡히고 만다.
4권 1부) 피에르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던 엘렌은 협심증으로 쓸쓸히 사망한다. 로스토프는 보로네시에서 마리아를 다시 만나고 소냐를 버리고 마리아와 결혼할 결심을 한다. 피에르는 포로생활중에 플라톤 카라타예프를 만나 또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안드레이는 마리아와 나타샤의 보살핌끝에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다.
2부) 프랑스군은 모스크바를 버리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측면 행군으로 큰 피해를 입는다. 피에르는 극심한 결핍에 시달리는 포로 생활중에 오히려 인생의 행복을 느끼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3부) 데니소프와 돌로호프는 파르티잔 전투로 도주중인 프랑스군을 괴롭히고 있다. 젊은 혈기로 가득한 페탸(나타샤의 동생)는 데니소프의 부대에서 전투에 참여하다가 전사하게 된다.
4부) 데니소프부대의 공격으로 포로에서 구출된 피에르는 모스크바로 돌아오고 나타샤를 다시 만나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에필로그) 피에르는 나타샤와 결혼하고 로스토프는 마리아와 결혼한다. 로스트포는 결혼 후 영지경영에 대단한 수완을 드러내며 로스토프가의 빛을 다 갚고 재산을 불려나간다. 마리아와 나타샤 모두 많은 아이들을 낳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유일한 갈등은 피에르와 로스토프의 사상적인 부딪힘 정도이다.
결국 등장인물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들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가정과 육아에 올인하는 나타샤나 고결한 인격을 가지고 있지만 남편의 눈치를 살피는 마리아도 본인들의 생활에 만족하고 피에르와 로스토프 모두 대내외적으로 만족한 삶을 살아간다.
에필로그에는 나폴레옹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알렉산드르 1세에 대한 찬사, 대부분이 비난하는 쿠투조프에 대한 애정 같은 단편적 내용부터 역사란 무엇인가, 개인의 자유의지 같은 난해한 철학적 이야기들, 아마도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다소 길게 나온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인물, 인생, 가족사가 있다. 귀족들중에도 로스토프가는 방만하고, 볼콘스키가는 고결하고, 쿠라긴가는 탐욕스럽다. 경망스럽거나 다혈질이거나 편집증적이거나 우유부단하거나, 고상하거나 헌신적인 인물들까지 한명 한명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 중에서도 피에르가 가장 눈에 띈다. 프랑스유학에서 처음 귀국했을때의 재기어림은 베주호프가의 상속자가 되고 엘렌과 결혼하면서 우유부단함의 극을 달린다. 그 뒤 갖은 인생의 부침을 격으며 인격을 완성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깨달음의 과정을 함께 하는것은 왠만한 철학서를 읽는 것 못지 않다.
다 읽고나서도 머릿속에 오래 남는 책이다.
이 명작을 이제야 읽다니........... 을유문화사의 번역은 역시 탁월합니다. 다른 출판사의 전쟁과 평화도 샀지만... 을유문화사의 번역이 워낙 마음에 들어서 다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톨스토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정말 역대급 명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은이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은 금이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한 그 무엇도 다스릴 수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모든 것을 소유한다. 만약 고난이 없다면 인간은 자기 한계를 알지 못하고,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할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피에르는 꿈속에서 계속 생각하거나 또는 듣고 있었다) 자기 마음속에서 모든 것의 의미를 결합할 줄 아는 것이었다. - 책에서...
길고 길었던 작품 전쟁과 평화의 서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톨스토이는 가문, 서자, 신부, 자작 상권에서는 주인공들이 전쟁과 삶 사이를 오가면서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달아가며 “행복하게도 나를 받아들여 준 사교계의 특히 여성들의 지성과 교양이 지닌 매력에 흠뻑 빠져서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삶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며 그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정복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복자가 있었고 그리고 국가에 격변이 일어날 때는 언제나 위대한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역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정복자들이 출현 했을 때에는 언제나 전쟁이 있었다고 그리고 인간의 이성은 답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복자들이 전쟁이 원인이었으며 한 사람의 개인적인 행동에서 전쟁의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베니히센은 자신의 러시아적인 애국심을 열렬히 내보이면서 모스크바 방어를 고집했고 그 목적이란 방어에 실패할 경우 전투도 치르지 않고 군대를 보로비요비 고리까지 후퇴시킨 쿠투조프에게 잘못을 덮어 씌울 계획이었다. 만약 방어에 성공할 경우에는 그것을 자기 공으로 돌리겠다는 얍삽한 음모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전쟁과 평화 하권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7년의 결혼 생활 후 피에르는 자신이 나쁜 인간이 아님을 기쁘게 자각했는데 아내에게 반영된 자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 안에서 선한 것과 악한 것이 온통 뒤섞여 하나가 다른 하나를 탁하게 만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진실로 선한것만 반영되어 있었고 전혀 선하지 않은 것은 전부 다 버려졌습니다. 생활 방식, 생활 장소, 교제, 관계, 나타샤의 일, 자녀 양육까지도 자신의 의지대로 하려고 하고 나타샤는 열정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쓸데 없는 것들은모두 사라졌습니다. 피에르가 돌아온 것으로도 기쁘고 중요한 사건이었으므로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귀족사회의 경멸하고 러시아의 나폴레옹이 되고자 전장으로 향하지만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죽음을 맞이한 안드레이 공작 , 아내의 부정에 환멸하고 프리메이슨에 가입했지만 실망한 채 보로디노 전장에 나갔다가 민중 속에서 삶의 엄숙함과 경이로움을 자각하게 되는 피에르, 그래도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 인생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의 화신과도 같은 아름다운 처녀 나타샤와 깊은 신앙심으로 진정한 영혼의 안식을 추구하는 마리야, 목적과 명분을 따지고 명예를 중시했던 안드레이는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살았던 것과 달리, 톨스토이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한 피예르는 작품 전반에 걸쳐 언제나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톨스토이의 작품 속 변치 않는 화두를 던집니다. 그는 전쟁이 끝나 삶으로 돌아온 후 선을 실현하는 실천가로 살게 되고, 그것은 톨스토이가 언제나 영원했던 도덕적 완성을 향한 길이었다고 합니다. 작품을 통해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해볼 수 있는 고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