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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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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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윤회하는, '망자들'(Die Toten) 평점9점 | YES마니아 : 골드 c*****g | 2021.11.07 리뷰제목
I 소설의 제목이 '망자들'(Die Toten)인 것처럼, 이 소설에는 수많은 죽음들이 있다. 소설의 첫 장부터 죽음으로 시작한다. 한 일본인 장교가 할복자살하고 그것을 무비카메라로 촬영하여 한 편의 짧은 영화 기록물이 만드는 것이 1장의 내용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네길리라는 인물인데, 아버지의 죽음이 소설 내내 그의 의식을 따라다닌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일본에
리뷰제목

I

소설의 제목이 '망자들'(Die Toten)인 것처럼, 이 소설에는 수많은 죽음들이 있다.

소설의 첫 장부터 죽음으로 시작한다.

한 일본인 장교가 할복자살하고 그것을 무비카메라로 촬영하여 한 편의 짧은 영화 기록물이 만드는 것이 1장의 내용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네길리라는 인물인데, 아버지의 죽음이 소설 내내 그의 의식을 따라다닌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일본에 와 있는데, 그 동안에 그의 어머니도 죽는다. 네겔리가 사랑하던 토끼는 이웃 농부에게 넘겨져 가죽이 벗겨져 죽고, 네겔리의 친척 아주머니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마카스 마사히코의 보모 역시 그가 어렸을 때 자동차 사고로 처참한 죽음을 당한다. 마사히코는 도진보에 갔다가 젊은 여자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소설의 시작부터 이렇듯 죽음으로 점철하다 보니 '망자들'이라는 제목은 이 소설에 매우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망자들'이 단순히 죽은 사람을 가리키는 개념만은 아니다.  

 

II

아마카스와 네겔리는 서로를 보자마자 서로가 같은 종에 속한다는 것을 알아본다. 그 종의 이름이 '망자'다. 왜냐하면 아마카스와 네겔리는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윤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죽은 적이 있는 자들이고 그래서 망자라고 불린다. 죽음을 앞에 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뒤에 둔 사람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말하는 윤회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반드시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다.) 

이 소설에서는 아마카스와 네겔리의 입을 통해 이들이 윤회하고 있다는 걸 직접 명시하거나 입증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번의 언급을 통해 이들이 고독한 윤회를 하고 있다는 걸 증언할 뿐이다.

 

망자는 하나의 삶과 다른 삶 사이의 세계에 대한 기억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다. 윤회하는 망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삶과 죽음의 장벽을 넘은 자로서, 삶에서 죽음으로는 넘어갈 수 있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결코 다시 넘어올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은 중간세계(하나의 삶과 다른 삶 사이의 세계)를 체험하는데, 이 자체가 그들이 윤회하는 자이자, 윤회하는 망자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III

네겔리는 망자로서 일상적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 수 있다.

 

네겔리는 일본에서 귀국하여 영화를 발표하는데,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망자들'이다.

이것은 네겔리가 허구 세계의 차원과 그것을 창조한 작가의 차원을 오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 이 책의 저자인 크라흐트가 주인공이 '망자들'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드는 내용의 소설을 썼고 이에 따라 소설 자체의 제목도 '망자들'로 정해졌다는 것, 혹은 (2) 네겔리가 크라흐트의 소설 제목을 알고 의도적으로 같은 제목을 자신의 영화에 붙였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이것은 네겔리가 중간세계에 빠졌을 때 얻은 능력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간 세계를 체험한 네겔리가 자기 삶의 마지막 순간을 분명히 눈앞에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나, 또 한 사람의 망자인 마사히코가 네겔리와 마주친 순간 그도 자신과 같은 망자임을 알아본 것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

 

마사히코는 네겔리의 저주로 자신에게 닥쳐올 불행한 운명을, 네겔리를 처음 만난 순간 바다의 향기를 환각하는 형태로 예감한다.

 

그러나 네겔리와 마사히코가 오가는 중간 세계는 그들에게 꿈이나 무의식, 수수께끼 같은 회상을 통해서만 얼핏 모습을 드러낼 뿐, 그들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그것을 아예 외면하거나 망각하려 애쓴다.

 

IV

인간에게 삶이 고통이라면 죽음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윤회하는 자에게는 죽음조차 그 고통을 끝내지 못한다. 죽음 이후에 다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윤회의 길이 고되고 끔찍한 것은, 망자가 단순히 윤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윤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망자는 자신을 윤회하는 자로서 자각하고, 윤회의 길의 괴로움을 느낀다. 망자는 영원에 대한 감각을 가지며, 지상의 유일한 삶과 그 세계의 한계에 갇혀 있지 않고 윤회의 과정 전체를 직관할 수 있는 어떤 초월적 차원에 진입한 자이다. 또한 망자는 그 영원의 차원에 대한 감각이 있기에 지상의 삶을 무한 반복하여 돌을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의 저주스러운 운명처럼 느끼면서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영원한 고향에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자이다.

망자의 불행은 그가 이중세계의 거주자라는 점, 세상의 고통과 잔인함에 내던져진 비참한 존재인 동시에 그렇게 내던져지기 이전의 영원한 동일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이중 세계 존재자로서의 망자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대상도 이중적 관점에서 보려는 경향을 보인다. 기억을 통한 상징적 환생을 경험하면서 네겔리는 예술을 통한 구원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

 

네겔리는 무비 카메라에서 이런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그의 예술적 역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이루는 영화 초창기에 무비 카메라가 재현 매체로서 가지고 있던 특성과도 관련 있다. 

네겔리의 견해에 따르면, 영화는 대상을 재현하되 망막의 미성숙한 혼돈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현 속에서 영화 고유의 형이상학을 구현한다. 

 

네겔리는 무비 카메라가 찍은 현실과 무비 카메라에 포획된 영상이 현실처럼 보이는 무언가는 만들어내는 간극에 숨어 있는 존재의 근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차원을 끌어내고자 한다. 삶의 고통과 잔인함을 뒤집어 놓을 구원의 가능성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V

네겔리가 일본에 도착했을 때 일본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국면에 접어 들어 있었다. 젊은 장교들의 총리 암살 사건은 일본의 본격적인 군국주의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독일과 일본의 평행적 발전과 상호 접근은 이후 인류 역사에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독일과 일본의 영화 합작 시도는 실제로 이런 정치적, 외교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네겔리의 행적은 이런 정치적 음모와 역사적 격랑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면서도 그 영향을 비껴가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는 스위스적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친나치주의자의 지원을 받아 일본에 오지만, 뜻하지 않는 사정으로 일본-독일 합작 사업이 파탄나자 어떤 정치적 압력이나 의무 이행에 대한 요구도 받지 않게 된다. 네겔리는 그 누구와의 합작도 없이,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되는 대로 일본 이곳저것을 돌아다니다가, 다소간 우연히 촬영된 필름만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현실을 초극하는 위대한 예술적 걸작이 현실과의 수상쩍은 연루에 기원을 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겔리가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 독일 우파 영화사의 대표는 후겐베르크에서 괴벨스로 바뀌어 있었다. 파시즘과 전쟁의 광기로 나아가는 세계 속에서 조용한 고국 스위스로 돌아와 예술적 성공을 구가하는 네겔리의 모습을 목도하는 감정이 복잡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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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2132] 망자들 평점6점 | YES마니아 : 골드 h*****p | 2022.05.05 리뷰제목
윤회의 길은 다른 동류의 인간과 함께 나누기에는 너무 고되고 끔찍한 것이다. 망자들은 끝없이 고독한 피조물이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유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혼자 태어나서 죽고, 또 혼자서 다시 태어난다.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을 배경으로 천재 일본인 젊은이와 쇠락한 스위스 영화감독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다. 사실 이 소설을 소개함에 있어서
리뷰제목

윤회의 길은 다른 동류의 인간과 함께 나누기에는 너무 고되고 끔찍한 것이다. 망자들은 끝없이 고독한 피조물이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유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혼자 태어나서 죽고, 또 혼자서 다시 태어난다.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을 배경으로 천재 일본인 젊은이와 쇠락한 스위스 영화감독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다. 사실 이 소설을 소개함에 있어서 줄거리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별로 복잡하지도, 의미도 없는 사건들이고, 단지 그 사건 속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의 묘사에 집중해서 보면 될 터이다. 

사실 소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해설을 보니까 여러가지 장치들이 정교하게 삽입되어 있는 소설이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각종 영화나 예술작품들이 실명으로 끊임없이 언급되지만 내가 그걸 다 알수도 없는 노릇이긴하나, 분위기 하나는 그럴싸하다. 그 분위기 하나만으로도 읽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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