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산 건 사실 3월인데, 결국 5월 말 독서모임으로 겨우겨우 읽네요. (독서모임장이 책을 안 읽을 순…) 이 책은 과학 도서와는 억 광년쯤 떨어진 저에게 표지도 너무 예쁘고, 또 출판사의 마케팅보단 입소문으로 과학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니까 그 부분이 너무 궁금해서 샀습니다. 아니 무슨 추천사가 ‘책의 모양을 한 작은 경이’고, 리뷰는 ‘최대한 정보를 모른 채 읽으라’고 달려있으니…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근데 책을 막상 받고 나서 약간 서운했어요. 역시 책은 보고 사야 해요. 책 색상이 제 생각보다 약간 바랜 느낌(?), 색소가 옅은 느낌이라 제 생각만큼 소장 욕구가 샘솟는 책은 아니었어요. 또 책 일부분에 오염이 있었고, 맨 뒤 면지는 울퉁불퉁해서 손으로 뜯어낸 줄 알았어요. 뭐, 이런 부분이 약간 아쉽긴 했지만, 일단 책 전체적인 느낌은 신화 책, 잔혹 동화책 느낌이었습니다. (일러가 너무 멋있습니다.)
줄거리
우선, 책 내용을 모르고 읽는 게 좋다는 리뷰에 대해선 동의합니다. 엄청난 반전이 존재하고 그 반전이 나오면 그 책에 대한 인상이 제대로 변하는 느낌입니다. 그 반전을 책을 읽기 전에 알고 보면 읽으면서 지루했던 기분(반전이 나오기 전)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에 모르고 읽는 게 좋습니다. 단, 이 책에서 엄청 칭찬받을 만한 그런 반전, 엄청 한참 뒤에 나와요…(거의 끝) 그래서 읽다가 리뷰가 사기는 아닌지, 방금 그 부분이 사람들에겐 엄청난 반전이고 나만 딱히 감흥을 못 느끼는 게 아닐까 고민했습니다. 그만 볼까 하다가 독서모임 해야 하니까 계속 넘겼는데, 고민이 무색하게, 끝부분에서 한순간에 딱 감탄이 나왔습니다. 왜 모르고 읽는 게 좋은지 바로 알겠더라고요. 이게 진짜 엄청난 스포였던 거죠. 그 부분에 도달해야 ‘아, 이 책 추천사가 사기가 아니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딱 그냥 전기물입니다. 주인공 ‘룰루 밀러’인 자신의 이야기기도 하고, 데이비드 조던에 대한 전기물이기도 합니다. 작 중 저자는 신 없는 세계 속 인간이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면, 어떤 희망으로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고 싶어 했고, 그 답을 데이비드 조던에게서 얻고자 그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해 말합니다.
-예비 독자들에게-
사람들이 언제 충격을 받는지 아시나요? 당연히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부정당했을 때 충격받습니다. 이번 책도 그런 책이었고, 왜 베스트셀러인지 단숨에 납득이 간 책이었습니다. 지루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충격적인 책이라고 말하고 싶고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서평에선 이번 책의 ‘지루함’’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솔직히 과학 책은 어렵고 지루할까 봐 읽고 싶지 않잖아요? 근데 과학이 어려워서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과학 도서인데 지루하지 않을까?>
우선 제가 왜 지루함을 느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단지, 과학적인 내용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반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전이 언제 나오지 기다렸는데 계속 안 나오다 보니 지루해졌습니다. 또 처음엔 ‘데이비드 조던’의 이야기가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작품 속에서 전반적으로 등장하거든요. 그의 분량은 많은데 초반부터 그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더욱 지루하다고 느꼈습니다. 위인전이나 전기물은 흔히 주인공이 그렇게 좋은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 불편해지고, 그만 읽고 싶어지잖아요? 그런 개인적인 인물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로 지루하다고 느낀 거라 데이비드 조던이 마음에 든다면, 아마 같은 이유로 지루하다고 느끼시지 않을 것 같아 우선 기본적으로 전기물, 위인전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 책이 과학 도서다 보니, 과학이 어려워서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과학 내용이죠. 하지만, 이 책에는 철학, 과학, 자기 성찰, 전기가 다 섞인 책이고, 과학도 특정 과학 주제를 심도 있게 파는 전공 이야기라고 하기보단,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을 과학자인 데이비드 조던의 삶 속에서 찾는 와중에 그의 삶에 녹아 있는 과학을 보는 거라, 기존 과학 도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메인이 아니라, 메인을 다루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그런 과학적 부분이라 어렵지 않습니다.
-책의 물성-
마지막으로 책의 물성에 대해 다른 글로 이야기하지 않고 여기서 가볍게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미 위에서 좀 언급해서…) 이번 책의 제목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내용과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부제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는 초반엔 ‘사랑’이란 표현이 너무 의아했지만, 다 읽은 지금은 너무 잘 정리된 부제란 생각이 듭니다. 그 밑에 영어로 제목을 표기했는데, 여러 가지 표지를 고민하다가 그렇게 결정된 걸 텐데, 다른 디자인은 어땠을지 궁금했습니다.
앞 띠지의 추천사를 너무 잘 정한 것 같고, 개인적으로 ‘책의 모양을 한 작은 경이’는 기억해 놨다가 나중에 편집자가 된다면 사용해 보고 싶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문구였습니다.
앞표지의 디자인은 앞서 말했듯이 실물이 조금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책 색상이 약간 바랜 느낌이라 색감이 조금 더 강하게 나왔다면 좋았을 것 같고, 작은 오염이나 면지 마감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인어가 물고기와 내려가는 장면에서 반짝이를 넣는 후보정을 넣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사심을…)
책 자체의 크기는 요즘 보는 책에 비해 좀 길었고, 본문을 보면 쪽수와 장 제목을 위에 기입돼 있었습니다. 장 부분이 위쪽에 있는 걸 오랜만에 봐서 그 부분이 좀 독특하다고 느꼈고, 목차 구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조금 그의 이야기를 줄였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반전 전에 그만 보면 인상이 엄청 좋게 남지는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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