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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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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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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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사람이 먼저다 평점10점 | p******0 | 2017.10.10 리뷰제목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하면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그럼에도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까닭은 영화「변호인」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되돌려「변호인」을 보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묵직
리뷰제목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하면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그럼에도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까닭은 영화「변호인」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되돌려「변호인」을 보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묵직하고 호소력이 묻은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즉,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아있다는 것, 그래서 계란은 바위를 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다운 삶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다운 삶.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사항’ 이니까요.

 

사회역학자 김승섭의『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회 곳곳의 부당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몰랐다고 변명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차별, 혐오, 질병, 가난, 재난, 성소수자라는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픔을 듣고 있으면 앞서 말한 누구에게나 해당사항이었던 사람다운 삶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계란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해당사항은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대답으로 되돌아올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은 병들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데이터는 사회적 약자가 어렵지 않게 환자가 된다는 근거를 합리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합니다. 우리는 몸이 아플 때 적절한 휴식을 가져야 합니다. 몸이 계속해서 건강에 빨간불을 깜박이며 위험 신호를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멈추지 않고 달기만 하면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들은 지금 당장의 건강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가령,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몸이 아파도 일해야만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바커 가설(Baker's Hypothesis)’에 따르면, 비정규적 근로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모순이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보통 그 대답으로 적절한 치료를 많이 듣게 됩니다. 가령, 금연을 하면 폐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처방입니다. 물론 이런 처방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폐암의 원인을 오로지 담배에게만 책임을 따지면서 담뱃값을 올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담뱃값을 걱정하면서 금연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더 망가질 뿐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탐구합니다. ‘역학(Epidemiology)'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흡연은 폐암의 주요 원인입니다. 하지만 폐암의 원인을 찾아보면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우리를 아프게 만든다면, '원인 그물망'의 한가운데에 있는 '거미'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금연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흡연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금연제도보다 현실적으로 스트레스가 없어야 금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사회역학을 전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입니다. 또한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사회역학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살다보니 더 많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료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으로 사회적인 차별과 혐오를 치료할 수 없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사회적인 문제를 사회적 약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질병을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는 사회적으로 단절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라는『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어 나가면서 ‘정의로운 건강’을 생각했습니다. 정의로운 건강은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으며 평등해야 합니다. 정의로운 건강은 정의로운 사회와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건강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단지 사회적 약자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폭력 혹은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얼마든지 죽거나 죽어도 슬퍼하지 않을 존재가 되어 버리는 현실은 너무나 아팠습니다. 만약에 아픔이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았다면 공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궂은비를 맞았습니다. 비록 아픔을 멈출 수 없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아픔이 길이 되기를 진심으로 변호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픔이 길이 될 때 정의로운 건강이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한발자국 다가가며 공감하는 저자를 보면서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변호인’이 우리 눈앞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픔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정의로운 건강을 몸소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함께 하는 세상은 이런저런 제도에서 벗어나 ‘사람이 먼저다’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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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버지의 기일 즈음에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s*****l | 2022.09.24 리뷰제목
며칠 전에 아버지의 기일이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밉고 싫었던 사람인데 당신의 모든 것을 간병인에게 맡긴 채 하물며 눈을 뜨는 것조차 힘에 겨워 내내 숨을 몰아 쉬던 나의 아버지. 삶은 그렇게 쉽게 허물어지는 것임을 푸르렀던 당신의 청춘 시절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리뷰제목

며칠 전에 아버지의 기일이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밉고 싫었던 사람인데 당신의 모든 것을 간병인에게 맡긴 채 하물며 눈을 뜨는 것조차 힘에 겨워 내내 숨을 몰아 쉬던 나의 아버지. 삶은 그렇게 쉽게 허물어지는 것임을 푸르렀던 당신의 청춘 시절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자면 이랬다. 물려받은 땅과 재산을 이래저래 모두 탕진한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강원도 산골짜기의 탄광지대로 이사를 했고, 그때부터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형들과 누나들은 직장과 학업을 핑계로 도시로 나가 살았고, 할머니는 지인의 농사를 도우며 1년의 반 이상을 떨어져 살았으며, 집에는 나와 어린 여동생 그리고 엄마와 아버지만 남았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엄마와는 달리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언제나 술에 취해 있었고, 그때마다 몇 명 남지도 않은 가족들에 대한 폭력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아버지를 피해 달아났던 나와 여동생은 아버지가 잠들 때까지 마을 아곳저곳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생활에 신물이 났던 나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결국 나는 중2 겨울 방학과 함께 형과 누나들이 있는 도시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증오했던 내가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 노력했던 계기는 아버지가 6.25 참전 용사 국가유공자로 등록하였을 때였다. 부자간의 대화라고는 딱히 없이 살았던 까닭에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전혀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20대 초반의 아버지가 낙동강 전투에 참전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전쟁터에서 아버지가 겪었을 충격과 공포가 아버지를 결국 알코올 중독에 이르게 했고, 술을 통해서도 지울 수 없었던 그날의 기억으로 인해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했던 것은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국가유공자라는 허울뿐인 명예가 우리 가족의 비극을 얼마나 보상할 수 있을까.

 

나는 김승섭 교수의 저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는 내내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었다. 2017년 5월 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은 사적 공간에서 업무와 관련 없는 합의된 상대와 맺은 A대위의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고, 이를 규탄하는 긴급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한 자신의 연설 말미에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p.219)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아버지는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았던 게 아닌가 싶다. 그때의 참혹했던 기억은 알코올 중독으로, 그리고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지면서 당신을 괴롭혔을 테고, 벗어날 수 없는 불안과 공포는 가족에 대한 가혹한 폭력으로 변질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를 책임져야 할 국가는 참으로 멀기만 했고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아버지의 화와 분노는 오롯이 내 가족들에게 지워진 천형처럼 여겨졌었다.

 

"한국사회에는 그동안 여러 참사가 있었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까지요. 저는 세월호 생존 학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발생했던 여러 참사들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만큼 기록이라 할 만한 게 없었어요. 간혹 발견되는 신문기사 말고는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시간에 대해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픔이 기록되지 않았으니 대책이 있을 리도 없었겠지요."  (p.166)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6.25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당신의 아버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야 했으며 그것도 아무런 죄가 없는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질병을 노출시켰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나로서도 알 길이 없다. 다만,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전체가 아버지를 증오했으며, 돌아가신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가족들의 증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애써 애증의 그림자로 조금씩 변모하고 있음에 안도하고 있다고.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픕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습니다."  (p.7 '들어가며' 중에서)

 

추분도 지난 계절은 이제 제법 가을빛을 띠고 있다. 아버지의 기일 즈음에 읽었던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어쩌면 그 책으로 인해 나는 우리 가족이 떠안아야만 했던 비극의 실체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까이 있어야 할 국가는 너무나 멀리 있었고, 개인의 비극은 개인에게서 그치지 않고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무심한 상처와 그늘을 남기고 말았다. 아픔은 여전히 길이 되지 못한 채 갈팡질팡 혼돈의 세계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기록하고 반성하지 않는 아픔은 그 아픔이 누군가에게 전가되고 확대될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가을에 책을 통하여 다시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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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픔이 길이 되려면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18.08.09 리뷰제목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이 사회 역학이다. 사회 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원래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역학 연구는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고 노동자가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
리뷰제목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이 사회 역학이다. 사회 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원래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역학 연구는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고 노동자가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시멘트 공장 지역 주민들이 단체로 폐렴에 걸렸을 때도 역학조사를 한다. 이 병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아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들어가는 말에서 이야기 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 살아간다.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는다. 이런 문제들을 네 개의 주제로 묶어서 설명한다.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등이 그것이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같은 대답이지만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의 경우, 그 말이 사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너무 괴로웠지만 도움을 요청할 수조차 없었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p.20)” 비교적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에도 이렇게 아픔이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만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고,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요즘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Me Too 운동도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40여 년 전 레이온과 석면을 생산하는 일이 노동자들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잘 알면서도, 일본은 한국에 동양레이온의 기계를 넘기고 합작회사인 제일화학을 설립하면서 한국의 노동자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에 한국 노동자들이 겪을 이황화탄소 중독과 악성 중피종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그토록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이 누군가에게 1964년의 동양레이온이나 1971년의 일본석면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p.119)” 그러나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암으로 죽어갈 때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 오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지금도 중국, 인도네시 등 20여 곳에 생산거점 공장을 세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험한 작업은 하청을 주어 해결하고, 하청 기업은 개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힘없는 근로자만 오롯이 그 피해를 떠안고 살아간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동남아 국가 등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 그 위험을 지난날 일본이 우리에게 넘기듯 떠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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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품이 길이 되려면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24.03.03 리뷰제목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동아시아/2018.1.10. 메리스나 AI처럼 급격히 전염되는 질병이 휩쓸고 지나갈 때나,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생명이 스러질 때, 또는 세월호나 제천 목욕탕화재 같은 사건 사고 등이 발생하면 매스콤은 온통 그 소식으로 도배 된다. 그러나 몇 달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그 피해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이주 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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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동아시아/2018.1.10.


메리스나 AI처럼 급격히 전염되는 질병이 휩쓸고 지나갈 때나,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생명이 스러질 때, 또는 세월호나 제천 목욕탕화재 같은 사건 사고 등이 발생하면 매스콤은 온통 그 소식으로 도배 된다. 그러나 몇 달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그 피해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이주 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고 한다. 이렇게 아픔을 간직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들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세상에 내 놓았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6년부터 2년 연속으로 고려대학교 최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수상했다. 재소자 인권, 결혼이주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한국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고 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이 사회 역학이다. 사회 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원래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역학 연구는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고 노동자가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시멘트 공장 지역 주민들이 단체로 폐렴에 걸렸을 때도 역학조사를 한다. 이 병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아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들어가는 말에서 이야기 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 살아간다.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는다. 이런 문제들을 네 개의 주제로 묶어서 설명한다.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등이 그것이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같은 대답이지만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의 경우, 그 말이 사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너무 괴로웠지만 도움을 요청할 수조차 없었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p.20)” 비교적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에도 이렇게 아픔이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만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고,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요즘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Me Too 운동’도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40여 년 전 레이온과 석면을 생산하는 일이 노동자들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잘 알면서도, 일본은 한국에 동양레이온의 기계를 넘기고 합작회사인 제일화학을 설립하면서 한국의 노동자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에 한국 노동자들이 겪을 이황화탄소 중독과 악성 중피종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그토록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이 누군가에게 1964년의 동양레이온이나 1971년의 일본석면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p.119)” 그러나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암으로 죽어갈 때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 오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지금도 중국, 인도네시 등 20여 곳에 생산거점 공장을 세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험한 작업은 하청을 주어 해결하고, 하청 기업은 개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힘없는 근로자만 오롯이 그 피해를 떠안고 살아간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동남아 국가 등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 그 위험을 지난날 일본이 우리에게 넘기듯 떠넘기고 있다.

“소방관이 화재 진압 현장에서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암에 걸려도 공무 중 부상 처리를 받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경험이다.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떠넘기는 한국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p.185)”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담보로 근무하는 그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비정규직 고용이 전 사회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경제적 위기가 사회적 약자의 생존에 위험을 주기 시작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깊은 통찰과 연구 없이 그저 보여주기식의 일과성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동성애가 치료받을 질병이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성적 지향이고 HIV감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과학적 사실 위에서 한국사회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p.215)” WHO는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WHO, 1992). 유엔 인권이사회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존중한다.(2012).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한국에서는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 한다. 그리고 2013년 출판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는 스무 살 젊은이가 HIV에 감염되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평균 51.4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HIV/AIDS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가 단일민족 신화에 기초한 민족주의이고, 그 종교의 교인이 될 수 없는 이들은 내내 한국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람이 아닌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귀화한 지 20년이 넘는 한국 사람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그 말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현하는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지닌 의미를 알고 있을까요?(p.230)” 이와 같이 인종차별의 편견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식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자신이 왜 상처받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희망은 항상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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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픔이 길이 되려면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18.02.27 리뷰제목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동아시아/2018.1.10.sanbaram   메리스나 AI처럼 급격히 전염되는 질병이 휩쓸고 지나갈 때나,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생명이 스러질 때, 또는 세월호나 제천 목욕탕화재 같은 사건 사고 등이 발생하면 매스콤은 온통 그 소식으로 도배 된다. 그러나 몇 달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그 피해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이주 여성이나 성
리뷰제목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동아시아/2018.1.10.

sanbaram

 

메리스나 AI처럼 급격히 전염되는 질병이 휩쓸고 지나갈 때나,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생명이 스러질 때, 또는 세월호나 제천 목욕탕화재 같은 사건 사고 등이 발생하면 매스콤은 온통 그 소식으로 도배 된다. 그러나 몇 달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그 피해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이주 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고 한다. 이렇게 아픔을 간직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들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세상에 내 놓았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6년부터 2년 연속으로 고려대학교 최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수상했다. 재소자 인권, 결혼이주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한국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고 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이 사회 역학이다. 사회 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원래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역학 연구는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고 노동자가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시멘트 공장 지역 주민들이 단체로 폐렴에 걸렸을 때도 역학조사를 한다. 이 병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아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들어가는 말에서 이야기 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 살아간다.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는다. 이런 문제들을 네 개의 주제로 묶어서 설명한다.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등이 그것이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같은 대답이지만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의 경우, 그 말이 사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너무 괴로웠지만 도움을 요청할 수조차 없었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p.20)” 비교적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에도 이렇게 아픔이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만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고,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요즘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Me Too 운동도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40여 년 전 레이온과 석면을 생산하는 일이 노동자들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잘 알면서도, 일본은 한국에 동양레이온의 기계를 넘기고 합작회사인 제일화학을 설립하면서 한국의 노동자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에 한국 노동자들이 겪을 이황화탄소 중독과 악성 중피종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그토록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이 누군가에게 1964년의 동양레이온이나 1971년의 일본석면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p.119)” 그러나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암으로 죽어갈 때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 오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지금도 중국, 인도네시 등 20여 곳에 생산거점 공장을 세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험한 작업은 하청을 주어 해결하고, 하청 기업은 개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힘없는 근로자만 오롯이 그 피해를 떠안고 살아간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동남아 국가 등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 그 위험을 지난날 일본이 우리에게 넘기듯 떠넘기고 있다.

 

소방관이 화재 진압 현장에서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암에 걸려도 공무 중 부상 처리를 받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경험이다.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떠넘기는 한국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p.185)”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담보로 근무하는 그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1997IMF 경제위기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비정규직 고용이 전 사회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경제적 위기가 사회적 약자의 생존에 위험을 주기 시작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깊은 통찰과 연구 없이 그저 보여주기식의 일과성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동성애가 치료받을 질병이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성적 지향이고 HIV감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과학적 사실 위에서 한국사회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p.215)” WHO는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WHO, 1992). 유엔 인권이사회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존중한다.(2012).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한국에서는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 한다. 그리고 2013년 출판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는 스무 살 젊은이가 HIV에 감염되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평균 51.4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HIV/AIDS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가 단일민족 신화에 기초한 민족주의이고, 그 종교의 교인이 될 수 없는 이들은 내내 한국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람이 아닌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귀화한 지 20년이 넘는 한국 사람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그 말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현하는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지닌 의미를 알고 있을까요?(p.230)” 이와 같이 인종차별의 편견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식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자신이 왜 상처받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희망은 항상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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