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이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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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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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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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22.12.22 리뷰제목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이선희 해냄/2020.7.15.   장례식장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소라는 정식 직원이 되어 일을 배우며 겪는 3가지 이야기를 엮은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미소라는 죽은 이의 혼과 귀신을 보는 영감이 발달한 대학 졸업반이다. 어려서부터 죽은 언니의 혼이 수호령으로 있으면서 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고, 장례식장사장이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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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이선희

해냄/2020.7.15.

 

장례식장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소라는 정식 직원이 되어 일을 배우며 겪는 3가지 이야기를 엮은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미소라는 죽은 이의 혼과 귀신을 보는 영감이 발달한 대학 졸업반이다. 어려서부터 죽은 언니의 혼이 수호령으로 있으면서 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고, 장례식장사장이 아버지 친구이고 아르바이트비가 비싸 택한 것이 장례식장 아르바이트다. 장례식을 진행하는 사람은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다. 그는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죽은 자와 상주를 만족시키는 유능한 사람이지만 일에서는 냉정하고 완벽을 추구한다. 불교식으로 진행되는 장례식에서 불경을 읊어주는 사토미는 우루시바라의 대학교 동창으로 영을 볼 수 있는 영안이 뛰어난 소유자며 정이 많은 스님이다. 이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 이야기 이별하는 곳은 임신한 젊은 여인의 장례식 이야기로 주인공 미소라의 영적인 감각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으며, 장례식이 진행되면서 죽은 여인의 사연이 독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나에게 언니가 있었다고 말해준 사람은 할머니였다. 아직 철없던 시절,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 할머니에게 나는 왜 형제가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할머니는 말없이 나를 불단 앞으로 데려가더니 어린 소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당시의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어려 보였다. 그 소녀가 바로 언니였다. p.51

 

두 번째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에서는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5살 어린이의 병마와 싸우다 죽은 장례식이다. 자기의 장례식을 부모님과 함께하는 놀이터로 생각하는 영을 달래 저승으로 보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시신에는 살았을 때의 기의 흔적이 남는 법이다. 하지만 이 작은 시신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이 아이는 자신이 죽었다는 시실을 모르고 있다. 그로 인해 아이의 영혼은 아직 부모님 곁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p.131

 

세 번째 이야기 수국의 계절에서는 명망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반대하는 결혼으로 결국 자살을 하게 된 사연을 가진 장례식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이런 거야. 아무리 깊이 사랑해도, 아무리 간절히 생각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엔 닿지 않아. 그토록 사랑했던 나오 씨와 남편 사이에서도 반지에 깃들어 곁에 있었는데도 서로마음이 통하지 않았지. 그렇게 생각했더니 가슴이 무너지더군.” p.275

세상에는 사랑받은 기억만으로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아. 가까운 곳에서 남편의 존재를 느꼈다면 나오 씨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그래, 사람은 참 섬세한 동물이야. 사소한 걸로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지.” p.275

 

저자 나가쓰키 아마네는 다이쇼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다. 2018머지않아 이별입니다로 제19회 소학관문고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 각자의 등불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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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20.08.01 리뷰제목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나가쓰키 아마네/이선희해냄/2020.7.15.sanbaram   장례식장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소라는 정식 직원이 되어 일을 배우며 겪는 3가지 이야기를 엮은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미소라는 죽은 이의 혼과 귀신을 보는 영감이 발달한 대학 졸업반이다. 어려서부터 죽은 언니의 혼이 수호령으로 있으면서 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고, 장례식장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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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이선희

해냄/2020.7.15.

sanbaram

 

장례식장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소라는 정식 직원이 되어 일을 배우며 겪는 3가지 이야기를 엮은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미소라는 죽은 이의 혼과 귀신을 보는 영감이 발달한 대학 졸업반이다. 어려서부터 죽은 언니의 혼이 수호령으로 있으면서 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고, 장례식장사장이 아버지 친구이고 아르바이트비가 비싸 택한 것이 장례식장 아르바이트다. 장례식을 진행하는 사람은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다. 그는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죽은 자와 상주를 만족시키는 유능한 사람이지만 일에서는 냉정하고 완벽을 추구한다. 불교식으로 진행되는 장례식에서 불경을 읊어주는 사토미는 우루시바라의 대학교 동창으로 영을 볼 수 있는 영안이 뛰어난 소유자며 정이 많은 스님이다. 이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 이야기 이별하는 곳은 임신한 젊은 여인의 장례식 이야기로 주인공 미소라의 영적인 감각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으며, 장례식이 진행되면서 죽은 여인의 사연이 독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나에게 언니가 있었다고 말해준 사람은 할머니였다. 아직 철없던 시절,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 할머니에게 나는 왜 형제가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할머니는 말없이 나를 불단 앞으로 데려가더니 어린 소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당시의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어려 보였다. 그 소녀가 바로 언니였다. p.51

 

두 번째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에서는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5살 어린이의 병마와 싸우다 죽은 장례식이다. 자기의 장례식을 부모님과 함께하는 놀이터로 생각하는 영을 달래 저승으로 보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시신에는 살았을 때의 기의 흔적이 남는 법이다. 하지만 이 작은 시신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이 아이는 자신이 죽었다는 시실을 모르고 있다. 그로 인해 아이의 영혼은 아직 부모님 곁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p.131

 

세 번째 이야기 수국의 계절에서는 명망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반대하는 결혼으로 결국 자살을 하게 된 사연을 가진 장례식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이런 거야. 아무리 깊이 사랑해도, 아무리 간절히 생각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엔 닿지 않아. 그토록 사랑했던 나오 씨와 남편 사이에서도 반지에 깃들어 곁에 있었는데도 서로마음이 통하지 않았지. 그렇게 생각했더니 가슴이 무너지더군.” p.275

세상에는 사랑받은 기억만으로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아. 가까운 곳에서 남편의 존재를 느꼈다면 나오 씨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그래, 사람은 참 섬세한 동물이야. 사소한 걸로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지.” p.275

 

저자 나가쓰키 아마네는 다이쇼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다. 2018머지않아 이별입니다로 제19회 소학관문고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 각자의 등불을 출간했다.

 

(예스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0
종이책 [서평]머지않아 이별입니다 - 나가쓰키 아마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0.07.12 리뷰제목
빈 식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산 사람은 어떤 때라도 먹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비록 이런 곳에서라도. (36p)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책이 있다. 여러번 읽었던 책이다. 책 내용은 둘째치고 그 제목이 참 마음에 콕 박혀서 그 제목 때문에 여러번 다시 손에 들었었다. 죽은 자들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육체적인 몸에서 떠나는 순간 고통이나 슬픔같은 그런 인간적인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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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식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산 사람은 어떤 때라도 먹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비록 이런 곳에서라도. (36p)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책이 있다. 여러번 읽었던 책이다. 책 내용은 둘째치고 그 제목이 참 마음에 콕 박혀서 그 제목 때문에 여러번 다시 손에 들었었다. 죽은 자들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육체적인 몸에서 떠나는 순간 고통이나 슬픔같은 그런 인간적인 감정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살아있는 사람들만, 살아남은 자들만 슬프고 고통스럽고 서럽고 아쉬울 뿐이다. 장례식은 그런 살아남은 자들을 달래주는 그런 일종의 의식행위다.

 

이력서를 내는 족족 다 떨어지는 그녀 ,미소라가 있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일에 지친 그녀는 마침 자신이 전에 일했던 반도회관의 선배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바쁘지 않으면 도와달라는 것.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있었던 그곳으로 돌아간다. 장례식장으로 말이다.

 

 

 

<출처:http://blog.naver.com/octagonman/20152061380>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난 영화가 있다. 바로 <오쿠리비토>라는 제목의 일본영화다. 영어 제목으로는 <굿바이>  제목 그대로 이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첼리스트였던 남자가 장례를 집도하는 염습사가 되는 이야기를 그렸던 영화. 처음에는 첼로소리가 좋아서 그 음악을 듣고자 했던 영화였는데 어느 틈엔가 감동적인 스토리에 빠져들었더랬다. 우리네와는 다른 장례문화이기는 하지만 죽은 자를 성심성의껏 대해준다는 그 마음이 뭉클하게 남아있었다.

 

 

단지 영혼이 보이거나 기를 느끼는 것뿐이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29p)

 

'장례'라는 공통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이 책에는 영화와는 다른 조건이 하나 더 주어진다. 그것은 미소라가 죽은 자를 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언니가 옆에 있다. 마구 뛰어난 능력은 아닌지 언니가 있다가 사라져도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면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어려운 위기에 놓인 그들만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간다.

 

수습직원은 성장분투기라해도 좋고 조금은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라 해도 좋다. 그 판타지스러움이 돌출되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실제로도 그런 그녀가 반도회관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장례식. 할머니를 시작으로 동생이 그리고 할아버지와 이별을 했다. 물론 시간적인 간격을 두었기에 그나마 회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앞으로 또 어떤 이별이 남아있을지 잘 알고 있다. 내가 이 세상과 이별하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또 다른 사람들과의 이별이 먼저일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인간이 자신의 출생을 선택하고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죽음 또한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죽음을 제외하면 보통 대부분은 다 그러하다). 머지 않아 이별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렇지 않을까. 머지 않은 때에 조용히 그리고 한점 후회 없이 이별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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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마음을 다독여주는,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평점8점 | k****e | 2020.11.23 리뷰제목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년 혹은 그 이상이 지나도 슬픔은 고스란히 남아 떠나보낸 이를 생각나게 하며 내내 마음 한 구석을 허전하게 만든다. 슬픔을 비롯한 공허감, 애틋함, 그리움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감정들을 담담히 담아낸 이야기를 만났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절망과 슬픔, 그 상실의 끝에서 만난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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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년 혹은 그 이상이 지나도 슬픔은 고스란히 남아 떠나보낸 이를 생각나게 하며 내내 마음 한 구석을 허전하게 만든다. 슬픔을 비롯한 공허감, 애틋함, 그리움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감정들을 담담히 담아낸 이야기를 만났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절망과 슬픔, 

그 상실의 끝에서 만난 따뜻한 한 줄기 빛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에 열심이던 미소라는 노력과 달리 취업이 여의치가 않던 찰나 6개월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반도회관에서 일손이 부족해 도움을 요청하는 선배의 연락을 받는다. 워낙 친한 선배의 부탁이기도 하고 일이 잘 안 풀리기도 해서 미소라는 지금 하던 취업준비를 잠시 미뤄두고 꽤 익숙한(?) 일이라 할 수 있는 반도회관의 일을 돕기로 한다. 


사실 반도회관은 '세상의 소란스러움에서 격리된, 엄숙한 이별 의식을 치르는 장소(p96

)', 즉 '장례식장'이다.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그녀는 왠지 이 곳이 익숙하면서도 불편함이랄까 그런 걸 느끼는데 그것은 그녀가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 성가실 만큼 전해지거나 상대의 온몸에 깃들어 있는 생각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영감(靈感)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p28


그런 그녀이기에 보통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심지어 보기까지 하는데 다시 일을 하게 되며 만난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와 스님 사토미 역시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들과 함께 불운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임산부와 사랑만 듬뿍 받아도 모자랄 어린아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놓을 수 없었던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장례를 치르며 미소라는 뭔가를 깨닫게 되는데...!!


"그래도 추모식을 하나요?"


"문제는 남은 사람의 마음이니까." p28



"사람은 참 섬세한 동물이야.

 사소한 걸로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지." p275



***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는 주제의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따스하게 들려준다. 각각의 사연이 몹시 애틋하면서도 애처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잘 보내주는 것'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느낌이 들었다. 저자도 그런 아픔을 겪었기 때문인 듯 한데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잘 보내주기가... 참 쉽지 않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 역시 다시금 떠나보낸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 중 내 안에 가장 깊숙이 각인되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오래 전, 할머니의 장례식이 생각났다. 여전히 싫은 장소로 꼽는 곳이 병원과 장례식장인데 그때 그곳의 분위기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슬픔속에서도 참 따뜻했던 것 같다. 


조금 신기했던 게 가장 큰 특실에 빈소를 차렸는데 그날따라 늦게까지 손님이라곤 없이 썰렁해서 장례식장 직원들이 걱정 반 염려 반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었다. 슬퍼서 힘든데 그들의 영업 걱정까지 들어야 하다니 슬그머니 화가 나려고 하는데 마침 차가 고장이 나 늦게 온 친척들이 당도했고 그때서야 우르르 손님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장례식장 안을 가득 채웠었다. 마치 할머니가 우리 가족들로만 힘들까봐 친척이 올 때까지 아무도 못 오게 한 것처럼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밥 넘기기가 모래알 씹는 것처럼 힘들었는데 다음날부터는 나오는 밥이 맛있어 상이 끝날 때까지 한 그릇씩 뚝딱 비웠었다. 그치만 상을 다 치르고 난 뒤에 먹은 밥은 참 맛이 없었는데 문득 할머니가 상을 치르는 내내 같이 계셨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렇듯 이 소설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슬픔과 함께 앞으로 얼마만큼 잘 보내줄 수 있는지, 그리고 잘 보내주어야 하는 지를 일깨워준다. 요만큼의 상상도 미리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아무래도 좀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여도 한번쯤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일본소설 특유의 잔잔한 감동과 함께 그 안에 담긴 따스한 위로를 느끼며 누군가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마음을 잘 다독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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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죽음을 맞이하는 정성 평점8점 | r*********s | 2020.07.21 리뷰제목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어디서 일하든,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그 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무턱대고 돈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업무가 쉽다는 생각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게 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 그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가쓰키 아마네의 『머지않아 이별입니다』의 주인공 시미즈 미소라의 일의 경우도 그랬다. 그녀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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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어디서 일하든,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그 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무턱대고 돈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업무가 쉽다는 생각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게 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 그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가쓰키 아마네의 『머지않아 이별입니다』의 주인공 시미즈 미소라의 일의 경우도 그랬다. 그녀는 대학 졸업반이지만 취업을 하지 못했고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반도회관의 연락을 받는다. 원하는 분야는 부동산 업무지만 현재는 장례식에서 일하고 있다. 장례식장을 떠올리면 뭔가 슬픔이 몰려온다. 그 슬픔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되도록 가고 싶지 않은 곳 가운데 하나가 장례식장이니까.


소설은 장례식장 빈도회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들려준다. 그러니까 미소라에게는 고객들의 사연이라고 할까. 미소라에게도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자신이 태어나기 하루 전 언니가 죽은 것이다. 그 언니의 영향으로 미소라는 죽은 자를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쩌면 장례식장에서 그녀는 꼭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미소라는 반도회관에서 특별한 죽음의 장례식을 담당하는 우루시바라와 함께 일을 진행한다. 우루시바라는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베테랑이다. 그랬기에 그에게는 자실이나 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죽음의 장례 의뢰가 많다.


살아있는 동안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온 이가 마지막으로 분신을 통해서라도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이의 장례식, 임신한 채로 사고로 죽은 임산부의 장례식, 인해 아파서 제대로 뛰어다니지 못한 어린아이의 장례식, 병으로 떠난 남편을 부정하는 아버지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결국 죽음을 맞은 아내, 모두 안타까운 사연이다. 온전히 이별하는 일은 죽은 자와 남겨진 자 모두에게 힘겨운 일이다. 특히 미소라가 볼 수 있는 영혼에게는 더욱 그랬다. 비슷한 나이에 죽은 언니에 대한 기억이 더욱 컸다. 자신의 장례식에 가방을 들고 찾아온 임산부, 엄마 곁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 미소라는 그들을 이야기를 들어준다. 소설이니까 하고 생각하다가도 만약 그런 이들이 가족이라면 어떨까 싶다. 그렇다면 미소라 같은 이가 존재하기를 바라는 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 세상을 떠났다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아. 이런 식으로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하는 수밖에 없지. 장례는 그런 자리이기도 해.” (40쪽)


우루시바라의 말처럼 장례는 가족에게 이별의 시간이자 마지막으로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을 집도하는 일이 참 대단한 일이라는 걸 느낀다. 소설은 장례식장의 업무와 죽음에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미소라의 경우엔 죽은 언니와 심장이 아픈 할머니를 통해 죽음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간다. 동생을 무척 기다린 언니, 자신을 향한 애정을 무한정 표현했던 언니가 미소라가 태어나기 하루 전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할머니를 통해 듣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미소라는 장례식장에서 다양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계속해서 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읽는다. 선뜻 장례식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군가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이구나 싶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97쪽)


우리는 모두 안다. 죽음이 찾아오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죽음을 생각하거나 준비하는 일은 되도록 미루려 한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란 제목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머지않은 시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은 그 머지않은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죽음을 다룬다고 해도 좋을까. 죽음을 맞이하는 정성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을 만나고 죽음을 만지는 공간인 장례식장을 다룬 소설이지만 꺼림직하거나 무서운 기운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소설이다. 아마도 그건 떠난 이를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떠올리면 아프고 슬프지만 우리 삶은 죽음과의 동행이라는 걸 알기에 이제는 그 슬픔도 삶의 힘이라는 걸 믿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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