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는 인상파를 옹호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변하고 그에 따라 바뀌는 풍경을 화면 위에 잡아내려고 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과학적인 노력이 인간의 유전적 오인까지 소설적 고려에 넣었던 자연주의의 과학 중시와 맞아 떨어졌기 떄문이다. 졸라는 마네를 옹호하는 살롱전 관전평을 썼고 마네는 답레로 1868년 청년 졸라의 초상을 그리기도 했다.
자신을 모델로 한 주인공 클로드가 예술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자살로 최후를 맞는 마무리에 격분한 세잔은 졸라에게 냉담한 편지를 보냈고, 이후 이들은 절연했다.
졸라의 절친한 친구였던 세잔느는 이 책이 출간되자 ‘흘러간 나날들의 뜨거운 추억’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짧은 축문을 보낸 후 졸라와 절교했다. 화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이 글은 절대미를 추구하는 뜨거운 열정을 잘 그렸지만, 새로운 시대를 연 화가들의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열정이 집착으로 화하고, 한 치도 발전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고통을 주다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다.
화가가 아름다운 여인을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새로운 예술을 향한 젊은이들의 열정적 모임이 그려진다. 모임을 주도하는 클로드는 낙선전에 혁신적인 그림을 걸었다가 대중의 비난을 받는다. 애인이 임신하자 교외로 이사가 전원을 즐긴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갈망에 파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점차 빈곤해지고 세상의 무관심 속에 아내를 모델로 삼아 최고의 작품을 그리고자 노력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아들이 죽고, 이를 그린 그림이 친구의 도움으로 살롱전에 입선한다, 과거 함께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지만 변한 삶을 확인할 뿐이다. 결국, 영혼이 갈 곳을 찾지 못한 클로드는 자살한다.
졸라는 자연주의 작가이나 이 글은 낭만적이다. 사건을 세밀하게 묘사하지만, 이야기는 열정에 취해있다. 미술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 우리에게도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넘치는 시대를 그렸는데, 그에 상응하는 위대한 화가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저자가 세잔느를 모델로 쓴 글이라고 밝혔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한편, 소설 속 모임에 나오는 젊은이들 중 사회에서 성공한 이는 작가 뿐이다. 그림, 조각, 건축에 관여한 다른 이들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다른 길로 가거나 야합한다.
(강가의 물놀이를 해수욕이라 번역했다.)
에밀 졸라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저/권유현 역'작품 '을 읽어보고나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에밀졸라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는데 재미있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도 더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예술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파 화가의 삶이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