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들처럼 비극적인 연인은 옛 전설이나 신화, 중세 로맨스에도 등장한다. (피라보스와 티스베, 트리스탄과 이졸데, 트로일로스와 크리세이드 등) 15∼16세기 유럽에서는 원수 집안에서 태어난 두 연인을 소재로 한 노벨라가 유행했다. 루이지 다 포르토의 1530년 작품, 『로메오와 줄리에타』의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은 셰익스피어 작품과 유사하다. 여기에 살을 붙이고, 번역되고 다시 변형된 아서 브룩의 『로메우스와 줄리엣의 비극적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중요한 출전으로 간주된다.
앞선 작품들을 자유롭게 참조하고 차용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집필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학자들은 문체상 특징과 표현, 주제적 측면의 연관성을 들어 『한 여름 밤의 꿈』, 『리처드 2세』와 비슷한 시기인 1595년 혹은 그 전후 집필되었으리라 본다. 이 ‘불운한 별자리 얽힌 한 쌍 연인(a pair of star-cross'd lovers)’의 비극적 결말은 낭만적 사랑의 신화로 자리 잡았다. 유명세에도 불구,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극의 주인공들이 운명의 ‘행위자’가 아니라 ‘희생자’로 그려져 성격 비극의 공식에 못 미치기 때문이었다.
해설자가 등장하여 극의 내용을 소개하자마자 펼쳐지는 베로나 길거리의 싸움은 저속하기 그지없다. 몬터규와 캐풀렛 집안의 하인들과 주인들이 한데 섞여 칼을 휘두르는 이 엉망진창의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름’이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름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물음을 던진다.
줄리엣 오, 로미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
이름에 뭐가 들어 있단 거죠?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그 꽃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똑같이 향기로울 거예요. (…)
로미오, 당신의 이름을 벗어던지고,
당신의 어떤 부분과도 상관없는 당신 이름 대신
저를 송두리째 가져가세요. (2막 2장_55쪽)
‘이름’만큼이나 가식적인 것은 극 초반에 등장하는 사랑이다. 로미오가 빠져 있던 로절라인에 대한 감정은 실체 없는 사랑이다. 페트라르카가 쓴 연가에서 라우라를 갈망하며 사랑의 고통을 겪듯이, 로절라인을 갈망하는 로미오의 연가는 소네트로 표현된다. 사랑도 관습적이었던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대화도 소네트로 이루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로절라인과 줄리엣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두 연인의 조력자이자, 로미오가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에 넋을 잃는다’고 꾸짖었던 로런스 신부와 로미오의 대화이다.
로미오 제가 지금 사랑하는 그녀는
정에는 정으로, 사랑에는 사랑으로 보답해 주는 여인이랍니다.
이전의 여인은 그렇지 않았어요.
로런스 아, 그 여인은 잘 알고 있었지.
자네의 사랑은 철자를 쓸 줄도 모르면서 외워서 읽는 식이었다는 것을. (2막 3장_68쪽)
열네 살이 채 되지 않은 줄리엣과, 그보다 서너 살 많을 로미오의 사랑은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이다. 미성숙한 십대이기에 감정에 휩쓸린 것이 아니냐고? 오히려 어리기 때문에 감정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더욱 순수할 수 있구나 싶다. 사랑하며 성숙해지는 두 연인의 성장이 기껍고, 끝을 알면서도 응원하게 된다. 사랑에 설레면서도 불안을 감추지 않는 진솔함으로 로미오에게 사랑이란 주고받는 것임을 알려주는 줄리엣. 그녀가 사랑을 위해 두 번의 죽음을 무릅쓰는 용기를 볼 때, 그 숭고한 감정을 어떻게 십대의 치기로 치부할 수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그들이 만나고 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4∼5일이다. 짧은 기간 동안 놀랍도록 타오르는 이 사랑에, 로런스 신부는 ‘격렬한 기쁨엔 격렬한 종말이 있게 마련’이라 예견한다. 처음부터 암시되는 이 죽음은 두 집안의 화해를 낳으며 사랑을 인정받는다. 베로나 영주는 두 집안 간 증오 때문에 두 연인이 죽었다고 결론내리며, 이들의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죽음으로 완성되고 증명된, 순수한 사랑이기에, 그 신화가 더 공고해졌으리라.
『로미오와 줄리엣』이 씌어진 시기 영국 사회의 정치·사회·경제적 변화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관념을 변화시켰다. 때문에 남녀 간의 성적인 사랑을 긍정적으로, 그 사랑의 완성인 결혼을 찬미하는 낭만적 희극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캐풀렛의 가부장적 태도이다. 베로나의 기성세대의 반목이 그 자녀들에 초래하는 비극적 결과는 엘리자베스 1세 치세 동안 벌어진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교도 간 분쟁을 떠올리게 한다. 서른 살 셰익스피어는 이 또한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참고: 스탠리 웰스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비극이다. 서로 원수인 가문에서 태어나 사랑에 빠지는데 그 과정이 매우 슬프다. 많은 주석이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양장본이라서 오래 보관하지 좋고 관리가 용이해서 좋았다. 을유문화사의 책 중에 마음에 드는 책을 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극적인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 을유문화사
A Time For Us,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사랑!
원문의 뜻을 충실히 전하면서 셰익스피어 특유의 비유와 시적 묘미를 잘 드러낸 책.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이라는 작은 읍에서 태어난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를 넘어
명실공히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소설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 1564년~1616년
그래머스쿨, 즉 중등학교 정도의 교육밖에 받지 못했으나
여기서 라틴어와 그리스어 기초를 배웠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나 영국 역사에 대해서 읽고 배웠다.
그 덕분에 영국 역사극과 로마의 영웅들을 소재로 한 비극을 쓸 수 있었다.
앤 해서웨이와 결혼한 후 런던으로 가 극단에 들어갔고 배우 및 작가로서 성공했다.
약 20여 년의 작품 활동 중에 희곡 38편, 소네트 154편, 이야기 2편 및 시 등을 썼다.
≪햄릿≫, ≪리어 왕≫,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등으로
세계 최고의 극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