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우선 연말에 빨리 읽을거리를 하나 구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세계문학 류를 뒤진 것데에서 비롯되었고 그 다음으로는 가장 먼저 이 책을 평한 처음의 한줄평이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분께는 추천을 남겼다.)
식인주의라는 개념은 이 책의 해설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아마 그런 해설이 없었다면 보르헤스나 마르께스와 다소 궤를 달리 하는 환상문학의 일종으로만 이해를 했을 듯하다. 해설의 제목은 '브라질 민족의 탄생과 정체성에 대한 우화'인데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브라질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란 부분은 동의하지만 브라질 민족의 탄생이란 명시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책의 전개 과정에 등장하는 시대상이 그런 해석에의 동의를 주저하게 만든다.
마쿠나이마는 사람의 이름이다. 탄생과 관련한 신화는 제시되지 않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성욕을 발휘해서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데 이때 보여지는 그의 변신 모습은 신화스럽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런저런 모험을 하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때론 죽기도 했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마치 고대의 이야기처럼 전개되던 장면들이 현대의 도시 속으로 연결되면서 이 이야기의 상황이 지금 이 순간임을 알린다. 처음에는 매우 당혹스러웠던 부분들이다. 이것들이 하나 하나 떼어놓고 보면 농담 같고 헛소리 같이 느껴지는데 줄줄이 읽어나가다 보면 잘 꾸민 현대의 신화를 읽는 것처럼 다 읽어내게 된다. 신기하다고 할까?
긴 내용이 아닌데다 (본문만 220쪽 분량) 내용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간단히 설명하기 쉽지 않으므로 다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어찌 보면 잔혹할 수 있는 내용도 잔혹하게 느껴지지지 않도록 푼다.
번역자의 해설에 많은 도움을 받았으며 새로 이 책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먼저 해설을 읽어보시고 본문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