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Le Reve, 1888)은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의 열여섯 번째 작품입니다. 모색과 반항, 붕괴와 재건이 뒤섞인 전환기를 살아냈던 졸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담은 책, 즉 발자크의 <인간극> 형식의 글을 써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뤼카 박사의 <본성의 유전에 관한 철학 생리학 개론>에서 영감을 얻은 졸라는 1867~1868년 사이에 <루공 마카르 총서>의 방대한 기획을 세웠습니다.
1871년 첫 번째 이야기 <루공가의 운명>의 출간으로 시작된 루공 마카르 총서는 1893년 <파스칼 박사>에 이르도록 2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습니다.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성과 5대에 걸친 후손들의 이야기입니다. 졸라는 이들을 통하여 프랑스 사회와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은 아델라이드가 정원사 남편 루공 사이에서 낳은 피에르 루공과 그 자손들은 상류층의 삶을, 루공과 사별한 아델라이드가 알코올중독자 밀렵꾼인 정부 마카르와 동거하며 낳은 위르쉴 마카르와 앙투안 마카르 등의 자손들은 하류층의 삶을 그려냈습니다.
<꿈>은 1860년 크리스마스날 아침 보몽시에 불어 닥친 눈폭풍을 피해 성당을 찾아와 밤을 보낸 9살짜리 여자아이 마리 앙젤리크를 사제복을 짓는 장인 위베르와 위베르틴 부부가 받아들여 키우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훗날 앙젤리크를 입양하기로 한 위베르는 앙젤리크가 지닌 구호 대상 아동 기록부에 적힌 내용을 따라 파리로 가서 친부모를 찾아나섭니다. 위베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빠가 장관을 지냈다는 시도니 부인은 남편이 죽은 뒤 열다섯 달 만에 딸을 낳았는데, 그 아이가 앙젤리크였다는 것입니다. <꿈>의 어디를 보아도 시도니 부인이나 앙젤리크가 루공 가문의 자손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알젤리크가 위베르 부부의 집에 처음 왔을 때는 말 품새도 그렇고 행동도 거칠었습니다. 하지만 양부모의 애정어린 돌봄에 따라 순화되어 갔습니다. 특히 <황금빛 전설>에 담긴 성인들의 삶을 읽으면서 신앙도 돈독해지고, 자수 솜씨도 훌륭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위베르 가에 의뢰되는 중요한 자수 작품을 도맡아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앙젤리크가 <황금빛 전설>을 읽으면서 귀공자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런 앙젤리크 앞에 성당의 색유리창을 수리하는 청년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갈 무렵 앙젤리크의 사랑 펠리시앵이 사실은 장 오트쾨르 주교의 아들이었습니다. 주교는 아들을 부앵크르 가문의 클레르 양과 혼인시키려 합니다. 펠리시앵은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앙젤리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하고, 앙젤리크 역시 성당으로 찾아가 주교에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주교의 완강한 반대에 두 사람의 관계도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앙젤리크의 부모도 딸이 상처를 입을까봐 거짓을 전합니다. 절망에 빠진 앙젤리크는 금식을 하고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됩니다. 부모는 죽어가는 앙젤리크를 위하여 종부성사를 청하였고, 주교께서 직접 종부성사를 행하게 됩니다. 종부성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앙젤리크는 극적으로 눈을 뜨고 주교는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게 됩니다. 죽음의 목전에까지 갔던 앙젤리크는 혼신을 다하여 결혼식을 준비하고, 결혼식이 거행되는 가운데 죽음을 맞았습니다.
졸라는 <꿈>을 통하여 루공-마카르 가문에 흐르는 나쁜 피가 독실한 신앙생활을 통하여 맑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물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더랍니다.”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졸라는 <꿈>에서도 당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적 유산을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성당 건물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중세의 건축 양식과 종교의식, 성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성직자의 제례복의 제작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에밀 졸라의 일대의 역작 루공 마카르 시리즈 열여섯 째에 자리잡은 꿈은 비교적 따문하고 재미가 없는 소설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아그네스 문, 19세ㅣ 중반 얼어붙은 우아즈 강과 파카르디 지방의 평원을 뒤덮은 눈으로 시작된 문장은 마치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의 치밀한 묘사처럼 읽인다. 그러한 묘사 끝에 등장하는 소녀가 있다. 그 소녀는 추위에 떨며 쓰러지는데 이 소녀가 주인공이다
소설을 한 번 읽어 보면 자연주의 소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1800년대 연애소설이다. ㅋㅋㅋ 지극히 주관적이 나의 생각
크리스마스 겨울밤, 새벽 6시, 아홉 살 소녀, 성당문 아래서 쓰러져 죽어가면서 본능적으로 문짝사이 틈에 깊숙이 기대서 죽음을 기다리던 고아 소녀, 주인공 앙젤리크는 학대받던 입양가정에서 출생기록부만 챙겨 도망쳐 나와 성당 문앞에서 죽어간다. 이 소녀를 성직자의 옷에 자수를 놓으며 성당 가까이 붙어사는 위베르 부부가 거두어 딸로서 자수 공으로서 키워준다.
부인은 아이에게 단념과 복종을 가르친다. 그것은 열정과 자만에 반대되는 것이며 복종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하느님과 부모와 상급자에게 복종해야 하고 모든 자유분방한 삶은 타락일 뿐이라고 말한다. 부인은 아이에게 특히 불안하게 느낀 것은 열정이었다.
아이는 우연히 [황금빛 전설]이라는 성녀들에 관한 책을 읽게 된다. 그 책 한 권이 아이의 형성을 완성시켰다. 아이는 성녀 특히 아그네스를 추앙한다. 아그네스는 예수와 약혼한 어린 처녀로 총독 아들의 청혼을 거절해 발가벗겨 사창가로 내쳐지고 화영장에서 기적으로 살아나나 결국 참수로 순교한 성인이다. 앙젤리크가 성녀 아그네스를 추앙할 때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책 속엔 극악한 박해들이 나오고 종국에 성녀들은 현실 세계보다 더 높은 차원의 승리의 환희로 아이를 이끈다.
아이는 오만함과 반항으로 흥분할때마다 성녀들을 생각했고 스스로 비천한 일에 열중했다.
앙젤리크는 행복해지려면 우리 자신을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했고 위베르 부인은 우리같은 불쌍한 사람들은 겸손과 복종 속에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아이는 자신은 멋진 연인을 만날것이라고 확신하며 기다린다. 그리고 자신이 기다리던 모습 그대로의 펠리시앙을 만난다. 소녀는 성녀들에게 맹세한다. 죽도록 그를 사랑할 것이며 결코 그는 그 사실을 모르리라. 누가 그녀에게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리라는 잔인한 맹세를 하게 만들었을까? 성녀들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
주교이면서 귀족의 아들과 고아 소녀의 사랑은 가족의 반대로 위기를 맞게 되고 앙젤리크는 결국"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찔레꽃은 장미꽃을 피울 수 없어요." 하며 절망해 서서히 죽어간다. 침묵하려는 의지속에서 하루종일 오직 그만을 생각하면서 죽어간다. 펠리시앙이 도망가자고 했으나 그것도 거절한다. 앙젤리크는 열정을 버리고 겸손과 복종으로 결혼승낙을 기다렸고 결국 기적이 이루어져 결혼을 승낙받지만 이미 돌이킬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결혼식이 다 끝나고 신랑의 키스를 받는 가장 행복한 순간 한 줌의 연기로 승천한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이게 맞게 해석하고 있는것일까 ? 뭘 말하려는 걸까? 온갖 의문이 드는 이 작품에서 난 열정이 사라진 인간은 죽은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전달받았다. 하느님, 부모, 상급자에게 하는 복종이 행복하게 사는것이라고 말하는 위베르부인의 말대로 따르다 열정이 죽고 결국 나를 잃어버린다고 느꼈다. 1800년대에 이런 열정 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깨닫고 이런 작품을 쓰다니. 그래서 에밀졸라가 위대한거고 그는 그 생각을 실천할 정도로 용기있는 작가 였다.
에밀졸라의 다른 작품을 또 읽을것이고 이책도 꼭 다시 읽을 것이다.
나는 어떤 꿈을 꾸는가?
꿈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누구나 그 희망으로 현실에서 오는 무게를 버티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꿈은 희망과 동시에 가지지 못한 현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해 지는 것이리라. 미래를 희망하는 그 꿈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을 담보로 잡고 삶을 짓누르는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점점 더 크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러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에밀 졸라의 꿈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내가 꾸는 꿈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에밀 졸라(1840~1902), 이름만 들었을 뿐 이 책 꿈을 통해 새롭게 만나는 저자다. [목로주점]으로 유명한 그는 프랑스 파리 출생이다. 목로주점으로 자연주의 문학을 확립했으며 1902년 의문의 가스 사고로 죽었다. 토목기사인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중학교에 들어가 거기서 화가 세잔과 사귀게 되어 시와 예술을 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극심한 가난으로 1858년 파리로 옮겨 생루이고등중학교로 전학했지만 학업에 의욕을 잃었고, 에콜드 폴리테크니크 입학자격 시험에 두 번이나 실패한 것을 계기로 문학의 길로 나간다. 빅토르 위고 등을 동경하여 열심히 장편 서사시를 써보았으나 크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1862년 아셰트 서점에 취직이후 당시의 과학적, 실증주의적 사상과 결부된 사실주의적인 문학 조류에 눈을 뜨고 콩트나 평론을 쓰기 시작했다. 1866년 서점을 그만둘 때에는 젊은 비평가가 되어 있었는데, 이 해 봄의 미술전 비평을 써서 기성의 대가들을 비판하고 마네, 피사로, 모네, 세잔 등 신진의 불우한 인상파 청년화가들을 강력히 지지했다. 이무렵 공쿠르 형제의 작품을 본받아 처음으로 자연주의적인 작품들을 발표하였고, 이론적으로도 자연주의 소설관을 명확히 했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대지, 수인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만년에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나자 사이비 애국자들에게 항거하고 군부의 부당성을 공격했으며, 끝까지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여 결국 승리하였다.
에밀 졸라의 [꿈]은 루공-마카르가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소설이다. 자연주의 선두주자 에밀 졸라가 살았던 시대는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사이에는 과학, 특히 생리학의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고, 이에 작가들은 과학이 일구어 낸 방법론과 성과를 문학에 차용하고자 했다. 자연주의는 실증주의 정신, 과학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 부여한 진리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그 시대정신을 정통 혈통인 루공 가와 사생아 혈통인 마카르 가가 여러 대에 걸쳐 사회 여러 분야로 퍼져 나가는 양상을 그린 이야기로 20권에 달하는 시리즈가 [루공-마카르가]다.
이 책 [꿈]은 앙젤리크라는 한 고아 소녀가 불후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손에 잡히지 않은 무지개 같은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앙젤리크는 성직자의 제례복에 수놓는 일을 하는 양부모와 함께 살아가며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과 양부모로부터 받은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환경사이에서 갈등하며 신데렐라 같은 꿈을 가진다. 그 중심에 성당 유리창 수선공 페리시앵과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황금빛 전설에 열광하는 앙젤리크가 성장하며 갖는 소녀의 꿈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는 이 소설의 주제는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교육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꿈에 등장하는 인간상의 묘사 중에서 양어머니 위베르틴과 장 오트쾨르 주교다. 위베르틴 자신 역시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 당시 어려움을 겪었고, 아이를 잃었으며 어머니로부터 용서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앙젤리크을 엄격하게 교육하고 자신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이는 딸에게 사랑의 방해꾼으로 나서고 있다. 딸을 사랑하지만 그 딸의 사랑을 막아야하는 어머니의 입장이 잘 묘사되어 있다. 장 오트쾨르 주교 역시 아내를 잃고 아들마저 버린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자신이 갖는 절대적 지위로 앙젤리크와 페리시앵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이 두 사람의 묘사는 당시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된다.
에밀 졸라의 [꿈]을 통해 찔레꽃과 장미꽃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각색된 이미지가 적절한 표현이 될까?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어쩌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해가는 인간의 자각적 의지에 대해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