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르른 풀밭을 걸어가는 한 사람.
챙이 아주 넓은 모자를 쓰고, 붉은 색 가방을 메고,
가벼운 발거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한 사람.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리도 행복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표지의 싱그러운 초록빛은 눈을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코 끝에서는 풀 향이 가득 풍겨오는 것 같기도 하구요.
풀의 길이가 꽤 길고, 잠자리가 보이고, 옷차림이 긴 옷이네요.
여름의 막바지나 가을의 시작으로 보입니다.
면지에 등산화, 등산용 스틱, 챙이 커다란 모자와 배낭이 보이네요.
보기만 해도 떠나고 싶게 만듭니다.
[걸어요] 그림책은 글밥이 많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에 더 온전히 빠지게 되고 그 여백을 소환하는 추억들로 채우게 되더라구요. 걷는 그 과정이 지금은 사색의 시간이고 건강의 시간인데, 그림책 속에서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궁금해 집니다. 걷는 그 자체도 즐거운 일이지만 누구와 함께 걷는 것도 무척 중요하더라구요. 특히 아이와 함께 하는 걷기란 저에게는 수목원을 걸으면서 아파트 주위에서는 보기 힘든 곤충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보물찾기입니다. 그림책 한 쪽을 보았을 뿐인데 걷는다는 말과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만남은 대화의 시간을 선사해 줍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참 괜찮은 시간. 말이 없어도 괜찮은 그 시간. 나무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 비가 와도 서글픈 것이 아니라 운치를 자아냅니다. 어쩌면 같이 걸어서 괜찮은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보고, 느낀 [걸어요] 그림책의 느낌이었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작가님에게는 어떤 추억이 있으셔서 이 그림책을 만드시게 되었을까요?'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 그림책이 보여주는 그 밝은 초록과 비슷한 경험이겠지요.
무엇을 위해 걷는 것일까?
걷는 동안 보이는 것들.
느껴지는 것들 덕분에 멈췄을 때 보이는 것이 또 소중한 것 같기도 하구요.
마지막 장면에 바다가 보이고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그 길을 걸을 때는 소피라 로렌의 영화 '해바라기'가 떠올랐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말이죠.
느낌이 아주 많이 다른 밝음의 해바라기를 표현하셨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제가 알던 해바라기와 다른 슬픔을 느꼈는데, 이 그림책으로는 해바라기 자체의 밝음과 바다 내음이 주는 싱그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이 그림책은 걷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공감을, 마음이 지친 분들에게는 위로를, 잠시 쉼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여유를 선물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꽃에서 펴낸 문도연 그림책 「걸어요」
초록초록한 표지에 마냥 시선이 머뭅니다.
싱그러운 풀내음이 전해올 것 같은 싱그러움
풀썩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은 청량함이 느껴지는 우거진 풀숲길
한들한들한 여린 잎새 끝에 앉은 하늘하늘한 실잠자리
파르르 날개 펼치고 날아올랐다 지척에 금방 내려앉았을 무당벌레
어릴 적 드넓게 펼쳐졌던 보리밭 사이를 걷던 추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옛날 철부지 적 밭둑에서 맞았던 실바람도 따라서 불어옵니다.
평화로운 하아얀 면지에 들어서자
먼 길을 돌아돌아 와서 내려놓았을 지팡이 두 개, 여유로이 끈을 풀어 놓은 신발 한 켤레, 벗어놓은 배낭과 모자가 마음을 편안히 이끕니다. 꼬꼬마 무당벌레를 따라 올라간 시선이 까만 글자들을 뭉클하게 가져옵니다. “소통*공감*평화!” 이야기꽃
무엇보다 그림 한 장면 한 장면 무척이나 부드럽고 맑은 색채감이 디지털 채색화라는 선입견을 시원하게 날려 버리고 마음을 포근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그렇게 이 책은 걸음을 시작합니다. 포근하고 따듯하게, 때로는 시원하고 홀가분하게.......
때로는 힘들고 지친 어둠,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안갯 속 같은 삶을 살아갈지라도
“....왈왈”주인공이 만난 하얀 강아지처럼 차 한 잔 나눠 마실 누군가 우연히라도 오다가다 한 번쯤 만나기라도 하면 걷는 길이 힘든 줄 모르겠지요.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 주면 어떨까... 아, 내가 더 행복하겠구나 싶습니다.
둘이 걸으면 둘이 걷는 대로
둘이었다 다시 하나, 하나이면 하나인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시원해서
구름이 끼면 구름이 드리워서
비가 내리면 빗소리가 좋아서
해가 떠오르면 땀방울 매달고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뚜벅뚜벅
다시 걷다보면 햇살에 빛나는 나뭇잎도 만나고, 꽃길도 만나고, 새 떼들과 앙증스런 잔 꽃송이들과 누워 높은 하늘도 쳐다보고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이 그림책은 날 보고 그리 살라 말합니다. 천천히 호흡하며 옆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음미하며 살라 합니다. 곁에 머물러 준 인연들에 감사하며 살라 그리 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를 둘러싼 주변 아름다운 것을 찬찬히 둘러보며 음미하고 감사함으로 살아가다보면 숨 크게 들이쉴 바다 같은 평화도 내 것일 테니 천천히 뚜벅뚜벅 걷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저에게 이야기꽃에서 펴낸 “걸어요”는 동무 같은 책입니다.
도연 글 그림
이야기꽃 출판사
그림책의 한 장면을 오일파스텔로 그려보았습니다.
삶이라는 인생에서 우리는 여행의 목적을 다양하게 만들어 갑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이 납니다.
걷고 또 걷고 ... 그렇게 걷다가 동행자를 만나게 되지요.
책 속에서 마음속의 동행자를 만나게 됩니다.
강아지모양으로 귀여운 동행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림책의 한 장면을 오일파스텔로 쭉~ 쭉~~ 나무을 타고 그려보았습니다.
바람으로 샤워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워낙 나무을 좋아하고 걷는것을 좋아해서 이 책의 만남은 한참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림과 내가 하나 되다.
그림책과 제가 그린 그림을 연결하니 나무 숲의 긴 여정이 그려지네요.
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나무 사이에 비추는 빛을 향해 가는것 같습니다.
그림책 속의 여행자는 대답 대신 걸어갑니다.
뚜벅뚜벅, 묵묵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 어느 가파른 언덕길에서. 갑자기 부는 비바람앞에서, 뜻하지 않은 이별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여행자들에게 이 묵묵한 여행 이야기 책이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같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때로는 위로의 바람이 되고 머뭇거리는 저에게 용기를 주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