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을 경험했던 주인공이 폐쇄적인 소비에트 사회에 적응해가는 일종의 생존기.
소설에는 혁명과 내전 외에 1970년대 소비에트의 삶도 그려진다. 즉,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부모와 자식 세대를 통해 두 시대가 교차하는 모습을 담는다. 사별한 아내의 친구인 폴리나는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노심초사하며 노년의 고통을 힘겹게 견디는 주인공의 삶은 오늘날 한국 노인들의 자화상에 다를바 아니다.
이러한 불화는 노인의 관점에서 자식 세대의 탓이지만, 두 노인은 자식들 역시 다양한 시대 상황과 부모세대의 역사적 과오로 고통받음을 깨닫는다. 혁명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만든 새로운 세계는 분명 과거와 다른 세계지만, 여전히 고통과 가난은 없어지지 않았고 새로운 불평등과 부정이 자식 세대의 곤경을 더욱 야기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작가는 담담한 문체로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