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중에 꽤 여럿 나와 있는 로빈슨 크루소 한국어판 중에게 가장 독특한 문장을 자랑한다.
윤혜준 연세대 교수가 번역하였으며, 나의 경우 그 이유로 일부러 이 책을 로빈슨 크루소의
여러 번역본 가운데 골랐다.
우선 이 소설은 문장이 대단히 길다. 문장이 도대체 끝나질 않는다. 이 리뷰의 이 부분까지가
한 문장인 경우가 보통일 정도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 읽혀 내려가지가 않아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대니얼 디포의 영어 원문에 가장 근접한 방식의 번역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그리고 이 번역본을 제외한 모든 한국어판 로빈슨 크루소는 원문을 현대 한국문학의
입맛에 맞게 상당히 가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이 번역의 특색으로 추천할 만한 소설이고(문장 번역도 읽어가다 보면 점점
익숙해진다), 로빈슨 크루소라는 소설 자체가 원본을 보면 기존의 느낌과는 많이 다른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대의 초 베스트셀러답게, 이 소설은 당시의 종교적 믿음의 근원, 그리고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국의 기독교인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또한 새로운 신앙에 대한 관점이
다가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시대에 벌써 이런 수준의 철학과 사상이 있었단 말인가
하고 놀라움을 가져다주는 대목도 많이 있다. 고전의 힘을, 이 소설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어릴적 로빈슨 크루소 또는 로빈슨 표류기를 설레임과 긴장감 속에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걸리버 여행기와 더불어 로빈슨 크루소는 어릴적 갖을 수 있었던 멋진 모험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었다. 그때의 기억으론 로빈슨 크루소가 실존 인물이니 아니니 하면서 토론아닌 토론을 했던 기억도 남고, 선생님의 수업중에도 간간히 등장하여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 내지는 꿋꿋한 용기에 대해 한마디씩 하게끔 했던 인물이다.
세익스피어가 활동했던 16세기 이후 뚜렷한 문학 작품이 없던 시기에 나타난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중산층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해상 여행의 유행을 만들기도 했던 책으로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도 놀라운 모험>이라는 원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1719년 영국에서 발표된 대니얼 디포의 대표작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줄거리는 모든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자세한 과정까지 모르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대강의 이야기 이를테면 28년동안 혼자서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일이라던가, 무인도 생활에서 스스로 자급자족을 위해 만들었던 생활도구며 사냥이야기 등과 프라이데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노예등은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점은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로빈슨 크루소는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하나로 책이 나왔던 시대적 배경과 로빈슨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마치 사실의 인물인양 표현되는 사실주의 기법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책이기에 당시의 문학 표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안목을 갖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1719년 이 책이 나왔을 당시 선전하던 문구에는 "요크 사람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도 놀라운 모험. 그는 아메리카 해안 큰 강 오루노크 하구 가까이의 한 무인도에서 완전히 홀로 28년을 살았음. 배가 난파되어 그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죽었고 혼자 해안으로 표류하였음. 그가 해적들에 의해 어떻게 마침내 희한하게 구출되엇는지 이야기까지 포함함. 본인 스스로 썼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 책으로 인해 사실성을 '사칭'한 하나의 문학 장르가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는 중상층의 젊은이로 하류계층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지만 상류층의 그것과는 또 다른 계층간의 무력함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젊은 나이의 모험심 내지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으로 로빈슨 크루소는 바다를 향한 모험을 실행한다. 하지만 폭풍으로 인한 난파와 무역상의 성공, 노예의 삶, 탈출, 또한번의 모험으로 이루어지는 기나긴 여정을 갖게 된다.
목사를 목표로 햇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고 전혀 다른 인생을 선택한 대니얼 디포의 자전적인 요소가 가미된 듯함이 보여진다.
홀로 남은 바닷가에서 멀리 난파된 배를 향해 헤엄치고 배를 뒤져 필요한 물건을 줏어오고, 배를 뜯어 갖고 있을 수 있는 모든것(아마 필요하다면 배안에 뒹굴고 있었을 돌맹이까지)을 취하는 로빈슨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혼자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과 혼자뿐이라는 외로움, 무서움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당장 먹을 것을 구해 버텨야했고, 당장 쉴 곳을 마련해야했기 때문에 움직이는 로빈슨의 모습이 떠오른다.
울면서도 움직인다는 것. 그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본능적인 행동이며, 살아있음에 대한 무언의 보상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1900년대의 글이 이랬을까. 구구절절 문장의 끊어짐이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란 어렵다. 하나의 상황을 묘사하는데 이렇게 장황하고 꼼꼼하게 이어지니 내게는 무척 낯선 문장의 전개에 소설 초반에는 사실 당황스럽다.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가야만 했다.
몇번을 책을 덮었다 다시 읽었다를 반복한다.
느린 속도감에 지루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이 고전의 맛인가보다.
책장을 넘길수록 로빈슨의 행적을 따라 하나하나 음미를 하게 된다. 보리이삭을 발견 했을 때의 기쁨과 안도감과 우기와 건기를 구분해서 기록한 메모를 읽을 때면 '아하~그래서 인간은 다르구나..' '생각을 하라고 그 귀한 지혜를 주셨나보다..'라는 공감을 하게 된다.
인간이 위대한 존재라는 것은 글 속의 로빈슨을 통해서 느끼게 되고, 이 모든 모험의 과정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만들어가는 대니얼 디포라는 작가를 통해 또한번 느끼게 된다.
문명속에서의 로빈슨은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 바라는 무기력하고 의기소침한 젊은이였을지 몰라도 오지속의 한 사람, 살아남은 단 한사람 로빈슨은 자신의 운명을 충분히 개척하고 있는 용기있는 자이다.
비록 외로움에 무서움에 그리고 다시는 못돌아간다는 두려움에도 그는 살아 남았다.
430여페이지가 넘는 본문과 30여페이지에 다르는 판본 소개, 대니얼 디포 연보는 무척이나 꼼꼼하게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 옛날 과거 한적한 가로수 아래에서 여유롭게 그리고 고상한 손짓으로 책장을 넘기는 중세 귀부인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고전을 읽는 맛을 조금은 느꼈다는 말을 해보며 멋진 모험을 보여준 로빈슨 크루소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너무나 유명한 모험소설이지만 정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집안 일을 할 때나 아이들이 잠을 자고 있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바심으로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의 간곡한 만류에도 넘치는 방랑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끝내 바다로 나갔다가 무인도에 살게 된 로빈슨 크루소. 그의 나이 24살이였다. (26살이였나??)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으로 그는 무인도를 자신의 무릉도원으로 만들고, 자신은 군주가 되며, 성을 짓고 살게된다. (물론 이는 수 년이상 오랜 시간, 때론 고독과, 질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난파된 배에서 수 일에 걸쳐 가지고 온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어떻게 쌀과 보리를 수확해서 빵을 얻고, 질그릇을 만들며, 염소젖과 치즈와 버터 등을 만들었는지, 특유의 재미난 번역으로 혼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읽어 나갔다. 야만인은 충실한 기독교인으로 만들고, 후에 무인도에서 탈출하고, 다시 무인도가 잘 있나 (자신이 남겨두고 온 백성들이 잘 번성하고 있나...그리고 자신의 무인도 영토를 분할해주고.. 야만인을 하인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이거 실화 아니야?? 라는 생각이 얼핏얼핏 들었는데 그 후부턴 흥미진진한 소설임이 팍팍 느껴진다.) 가보기까지하고...
무인도에서 살아남음이 하나님의 은총이요, 자신은 선택받은 자. 홀로있는 적막한 무인도에서 그가 미치지않고, 포기하지않고 아주 잘 살아남아 무사히 영국으로 갈 수 있었던 그의 성격이 본받을 만하다.
'내 아늑한 오두막으로 돌아와 내 해먹에 누우니 어찌나 맘이 흡족한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라,...'
----- page 162
'나는 하나님께, 나의 이러한 적막한 처지에서도 내가 사람들 세상에서 자유롭게 지내며 이 세상의 온갖 쾌락을 누릴 때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게 보여주신 은혜에 겸손하고 진실한 감사의 기도를 드렸으며...'
----- page 163
'이 세상의 모든 유익한 것들은 오직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한도에서만 내게 유익한 것이며, 우리가 쌓아두는 것들은 사실 남들에게 주고 말 것이요, 우리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만큼만 즐기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 page 187 (로빈슨 크루소는 서서히 철학자의 면모도 갖추어간다^^)
'내 섬은 이제 사람이 여럿 사는 곳이 되었으니 나는 아주 백성이 넘쳐난다고 생각했던 바, 내가 일종의 군주처럼 보인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주 즐거워했다.'
----- page 345
나도 로빈슨 크루소처럼 갖힌 생활을 하고 있다. 3년차이다. 두 아이의 출산과 육아로 꽤 답답한 생활을 하기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서울인지, 시골인지 헥갈릴 정도이며, 하루 중 현관밖에 안나가고 사는 날이 부지기수이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그리던 고국으로 갈 날,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현재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꿋꿋히 할 일을 하며 살면 나에게도 결혼 전처럼 자유로운 날이 올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당연히 오겠지만, 남편말대로 공상녀라 이 생각, 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작년에 한강 난지캠핑장에서 일박했었다. 그 일박보다 이 책 한 권이 훨씬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