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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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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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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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페리온
프리드리히 횔덜린 저/장영태 역
휘페리온
황야의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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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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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세상
레이날도 아레나스 저/변선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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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저/서은혜 역
한눈팔기
플라테로와 나 - 을유세계문학전집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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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을유세계문학전집 67
메리 셸리 저/한애경 역
프랑켄슈타인 - 을유세계문학전집 67
프랑스어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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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기병 (하)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저/권미선 역
폴란드의 기병 (하)
폴란드의 기병 (상)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저/권미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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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저/서광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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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 을유세계문학전집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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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장희창 역
파우스트
키 재기 외
히구치 이치요 저/임경화 역
키 재기 외
쾌락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저/이현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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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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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들, 행인들
보토 슈트라우스 저/정항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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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희곡선 - 을유세계문학전집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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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희곡선 - 을유세계문학전집 53
체벤구르 -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저/윤영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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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주머니 속 이야기
카렐 차페크 저/김규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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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음부
마누엘 푸익 저/송병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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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 역정
존 번연 저/정덕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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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존 니컬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저/윤혜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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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혼
니콜라이 고골 저/이경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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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자
너새니엘 호손 저/양석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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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하 - 을유세계문학전집 5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죄와 벌 하 - 을유세계문학전집 56
죄와 벌 상 - 을유세계문학전집 55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죄와 벌 상 - 을유세계문학전집 55
좁은문 전원교향악
앙드레 지드 저/이동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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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플로야
샬럿 대커 저/박재영 역
조플로야
제인 에어 - 을유세계문학전집 64
샬럿 브론테 저/조애리 역
제인 에어 - 을유세계문학전집 64
젊은베르터의 고통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정현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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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의 수기 모르핀
미하일 불가코프 저/이병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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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하)
레프 톨스토이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전쟁과 평화 (하)
전쟁과 평화 (중)
레프 톨스토이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전쟁과 평화 (중)
전쟁과 평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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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상)
저주받은 안뜰 외
이보 안드리치 저/김지향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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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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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에밀 졸라 저/권유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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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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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상)
볼레스와프 프루스 저/정병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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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신인섭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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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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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저/김진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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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들
알렉산더 클루게 저/이호성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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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외사 (하)
오경재 저/홍상훈 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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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외사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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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을유세계문학전집 47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저/김태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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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잡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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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스퀘어
헨리 제임스 저/유명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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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링 하이츠
에밀리 브론테 저/유명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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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짜르의 사람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저/박종소 역
우리 짜르의 사람들
요양객
헤르만 헤세 저/김현진 역
요양객
오이디푸스 왕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2
소포클레스 저/김기영 역
오이디푸스 왕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2
오만과 편견 - 을유세계문학전집 60
제인 오스틴 저/조선정 역
오만과 편견 - 을유세계문학전집 60
오레스테이아 3부작
아이스퀼로스 저/김기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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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푸슈킨 저/김진영 역
예브게니 오네긴
엿보는 자
알랭 로브그리예 저/최애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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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66
스노리 스툴루손 저/이민용 역
에다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66
어둠의 심연
조지프 콘래드 저/이석구 역
어둠의 심연
야쿠비얀 빌딩
알라 알아스와니 저/김능우 역
야쿠비얀 빌딩
안전 통행증·사람들과 상황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저/임혜영 역
안전 통행증·사람들과 상황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저/강초롱 역
아주 편안한 죽음
아우스터리츠
W. G. 제발트 저/안미현 역
아우스터리츠
아메리카의 비극 (하)
시어도어 드라이저 저/김욱동 역
아메리카의 비극 (하)
아메리카의 비극 (상)
시어도어 드라이저 저/김욱동 역
아메리카의 비극 (상)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로베르토 볼라뇨 저/김현균 역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51
로렌스 스턴 저/김정희 역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51
식(蝕) 3부작
마오둔 저/심혜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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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알라 알아스와니 저/김능우 역
시카고
송사삼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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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프란츠 카프카 저/이재황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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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푼짜리 오페라 / 남자는 남자다 - 을유세계문학전집 54
베르톨트 브레히트 저/김길웅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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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박혜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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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퐁스
오노레 드 발자크 저/정예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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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여인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저/손영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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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텔
프리드리히 폰 쉴러 저/이재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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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슐츠 작품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61
브루노 슐츠 저/정보라 역
브루노 슐츠 작품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61
변신·선고 외
프란츠 카프카 저/김태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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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 을유세계문학전집 52
알프레트 되블린 저/권혁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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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요시야 노부코 저/정수윤 역
물망초
문명소사
이보가 저/백승도 역
문명소사
무사시노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6
구니키다 돗포 저/김영식 역
무사시노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6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베네딕트 예로페예프 저/박종소 역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맥티그
프랭크 노리스 저/김욱동,홍정아 공역
맥티그
망자들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저/김태환 역
망자들
마쿠나이마
마리우 지 안드라지 저/임호준 역
마쿠나이마
마의 산 -하
토마스 만 저/홍성광 역
마의 산 -하
마의 산 -상
토마스 만 저/홍성광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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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저/진인혜 역
마담 보바리
리어 왕.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이미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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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소설 전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12
루쉰 저/김시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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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저/윤혜준 역
로빈슨 크루소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서경희 역
로미오와 줄리엣
로르카 시 선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저/민용태 역
로르카 시 선집
러시아의 밤
블라지미르 오도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러시아의 밤
라이겐
아르투어 슈니츨러 저/홍진호 역
라이겐
라셀레스티나
페르난도 데 로하스 저/안영옥 역
라셀레스티나
돈후안 외
티르소 데 몰리나 저/전기순 역
돈후안 외
돈키호테 성찰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저/신정환 역
돈키호테 성찰
도화선
공상임 저/이정재 역
도화선
데미안 - 을유세계문학전집 65
헤르만 헤세 저/이영임 역
데미안 - 을유세계문학전집 65
대통령 각하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저/송상기 역
대통령 각하
노인
유리 트리포노프 저/서선정 역
노인
노생거 사원
제인 오스틴 저
노생거 사원
에밀 졸라 저/최애영 역
그라알 이야기
크레티앵 드 트루아 저/최애리 역
그라알 이야기
골짜기의 백합
오노레 드 발자크 저/정예영 역
골짜기의 백합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저/이동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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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저/이혜수 역
걸리버 여행기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저/서은혜 역
개인적인 체험
갈라테아 2.2
리처드 파워스 저/이동신 역
갈라테아 2.2
1984년 - 을유세계문학전집 48
조지 오웰 저/권진아 역
1984년 - 을유세계문학전집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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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양다리의 최후 평점9점 | g******1 | 2016.02.10 리뷰제목
1830년대에 프랑스에서 쓰여진 스탕달의 <적과흑>에서 비상한 머리를 가졌지만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쥘리앙은 왕정복고라는 시대적 불운에 갇힌 자신의 운명을 사랑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듯 갈구한다. 1857년에 출간된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엠마는 화려하고 우아한 귀족적 삶을 꿈꾸며 파멸을 향해 물질적 향락과 손에 잡히지 않는 쾌락을 추구했다. 왕정과 귀족의
리뷰제목
1830년대에 프랑스에서 쓰여진 스탕달의 <적과흑>에서 비상한 머리를 가졌지만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쥘리앙은 왕정복고라는 시대적 불운에 갇힌 자신의 운명을 사랑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듯 갈구한다. 1857년에 출간된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엠마는 화려하고 우아한 귀족적 삶을 꿈꾸며 파멸을 향해 물질적 향락과 손에 잡히지 않는 쾌락을 추구했다. 왕정과 귀족의 몰락이라는 시대적 방향에 눈 먼채, 무한한 부가 샘솟듯 공급되는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적 삶을 그린 《쾌락》은 19세기 말, 그러니까 그러한 체제말의 귀족의 몰락이 새로운 시대의 뒷전으로 사라지기 직전이라는 감각 없이, 타고난 신분상의 부와 향락이 영원할 것처럼 그려진다. 나른한 귀족들의 일상은 탐미적이고 퇴폐적이지만, 이것이 바로 엠마가 꿈꾸었던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부의 실체임을, 그리고 그런 꿈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단이 실제했음을 알려준다. 


얼핏 쾌락이라고 하면 말초적인 감각적 즐거움을 쫓는 19금적인 혼잡한 섹스가 연상되지만, 그런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반대로 사랑이라는 것의 본질적 감정을 해부하듯 낱낱이 언어로 섬세하게 도려내어 테피스트리처럼 거대한 규모로 아름답고도 정교하게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문학의 학문적 백그라운드가 없어서, 데카당스적이니 퇴폐주의니 유미주의라는 것의 정확한 뜻은 잘 모르지만, 이 소설은 과연 데카당스가 이런 것이구나 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해설에 보면 퇴폐적 자연주의라는 말도 나오는데, 가령 에밀졸라가 생각들을 집요하게 언어로 직조해냈던 것을 돌이켜본다면, 사물과 자연을 보고 느끼는 것들을 있는 읽는 이로 하여금 머리속에 훤히 그려지도록 냄새와 촉감과 장면과 소리와 늒김까지도 정교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는 면에서 오히려 에밀졸라의 소설보다도 더욱 자연주의라는 말에 수긍되는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백작과 공작과 무슨 대사 그리고 그 부인들이다. 그들의 눈에 마부라든가, 하인이라든가 집사 같은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하인이 가져온 차를 마시고, 하인이 차려놓은 밥을 먹고, 하인이 사람들의 방문을 알리고, 마부가 모는 말을 타고 다니지만, 귀족들의 눈에 그들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의 구석에서 삶을 통채로 노동에 바쳐야만 귀족들의 향락적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초라하고 황폐한 사람들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그들의 눈에는 투명인간이다. 귀족들의  삶은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실존에 대한 고민은 없다. 


만일 <적과 흑>의 쥘리앵이 운좋게 단눈치오의 소설 속 사교장 한 구석에 있다가, 그의 주특기인 뭐 성서 암기라든가 통채로 암기 같은 쇼를 보여주었다 하더라도, 그 젊고 아름다운 얼굴과 능력이 그 귀족들에게 는 조금도 주목할 것이 못된다. 사교장에서 하는 말들은 자신들의 탐미적이고 고상한 예술적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만일 프랑스 시골에서 마담 보봐리가 잔뜩 멋을 부리고 치장을 하고 나타났더라도 이 사람들 눈에는 투명인간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몇천년동안 쌓아온 찬란한 예술적 문화적 유산을 가진 도시 로마는 최고의 배경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바라보는 사물들(예술품들), 사용하는 물건들, 살아가고 또 방문하는 장소들은 모두 당장이라도 인터넷을 치면 화면 가득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실제적 장소이고, 귀가 닳도록 들어 왔던 이탈리아 조각품과 회화작품들이다. 그들이 애정을 밀당하는 빌라 메디치와 스페인 광장, 그들이 돌아다니는 수많은 장소 모두 실제하는, 그리고 이탈리아의 예술혼이 깃들어져 있는 유서깊은 건축물들이다. 



새로운 애인을 손에 넣고 옛 애인을 되찾는 일을 똑같이 신속하게 진행시키고, 두개의 모험에서 어떤 상황이든 이용하려 하다보니 그는 여러 가지 장애에 부딪히고  곤경에 빠지고 기이한 경우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거짓말과 방편과 비열한 수단과 꼴사나운 핑계와 야비한 속임수에 의지했다 374


이 문장은 전체 스토리를 한 줄로 요약해주고, 주인공 안드레이 스페렐리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도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세련되고 우아한 여인 엘레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여자의 배신으로 헤어지고 나서 힘든 시간을 숱한 여성들과 사귀며 타락함으로서 보상받는다. 그런 타락은 파멸적인 허세로 치달아 결투로 이어지고 상대의 반칙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 사촌 누이의 별장에서 요양하며 덧없던 카사노바의 삶을 반성하던 중 누이의 친구인 마리아의 방문은 그를 다시 본능적 인간으로 회귀시킨다. 완전히 반대의 성격을 가진 엘레나와 마리아 두 여성은 후에 로마 사교계에 다시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의 바람둥이 안드레이는 자신이 진정으로 누구를 사랑하는지 헷갈려하는 것 같다.  물론 양쪽 다 온갖 상상할 수 없는 허언으로 구애를 한다. 엘레나가 팜므파탈적인 이미지라면 마리아는 순수하고 순결하고 종교적인 이미지다.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나타난 엘레나는 스페렐리보다 한 수 위다. 따라서 그녀의 말에 갈팡질팡하며, 그녀의 공식적 초대에 응해 호시탐탐 그녀의 남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달콤한 말로 구애를 하지만 쉽게 육체적인 합일을 이루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반면 마리아의 순수함과 죄의식은 안드레이에게 한없이 구애하게 만드는데, 그가 구사하는 시적인 언어는 퍼내도 퍼내도 끊임없이 샘솟는 옹달샘같다. 섬세하고 정교한 언어로 사랑의 감정을 마법처럼 구사하는 작가 단눈치오의 시적 영감은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바람둥이적인 기질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 <프랜즈>라는 시트콤의 열혈 팬이라면 로스가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신부의 이름을 레이첼이라 잘못 불러 결혼이 깨졌던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첫사랑이었던 레이첼은 로스의 무의식 속에서 언제나 '나의 신부'였던 모양이다. 그녀와 사귀고, 그녀와 죽도록 싸우고, 그녀와 헤어지고, 그녀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이제 행복의 길로 접어들려는 찰라에, 그녀의 이름이 결혼식장에서 나왔던 것이다. 우리의 인드레이도 같은 실수를 한다. 그 달콤한 언어로 결국은 마리아를 굴복시키고 이제 엘레나를 극복하고 사랑의 완성을 이루던 그 중요한 순간 안드레이는 마리아 대신 엘레나 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양다리의 최후는 이렇듯 허무하다. 바람을 필 때, 양다리를 걸칠 때, 과거의 연인을 극복했을 때,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



과거의 감정과 현재의 감정을, 오래된 이미지와 새로운 이미지를 비교할 수 있다는게 미묘한 즐거움을 줘 212


어떤 곡이 단조에서 장조로 바뀌거나 비통한 불협화음을 이루었다가 여러 소절 지난 뒤에 기본음조로 돌아오듯이 그 목소리가 때때로 변화했다 바로 여성적인 음색이 될 때 다른 여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 말이 리듬이나 억양의 음악적 가치를 가지면 가질수록 상징적인 가치는 잃게 되었다 실제로 몇 분간 집중하고 나자 마음이 신비한 매력에 굴복했다. 그리고 악기로 연주된은 멜로디처럼 부드러운 억양이 필기를 기다리고 갈망하며 가만히 멈춰 있었다. 213


완전히 파멸 하고 싶은 유혹 같은 걸 느낀다 지금이 밤에 이 정적 속에서 내 영혼에 힘을 모두 끌어 모아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외칠 수 있다면 이 무거운 짐을 가슴속에서 덜어내고 목에 걸려 숨도 못 쉬게 하는이 응어리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292


어째서 그 모든게 순식간에 모두 흩어지고 사라져 버린 걸까 어째서 그 불꽃을 마음 속에서 키울 수 없었던 걸까 어째서 그 기억을 간직하고 믿음을 가질 수 없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의 원칙은 변하기 쉬웠다. 그의 마음은 액체처럼 유동적이었다. 그의 모든게 쉴 새 없이 변형되고 변질되었다.  정신력은 완전히 결여되어 있었다. 그의 정신의 본질은 모순으로 이루어졌다 327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16
종이책 쾌락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 보자 평점10점 | b******s | 2016.02.23 리뷰제목
[① 유쾌하고 즐거움. 또는 그런 느낌 ② 감성의 만족,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쾌락’이란 명사는 밝은 이미지보다 어두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단어다. 이 단어를 성적인 개념과 결합시켜서 극단적인 한계 상황에 노출시켰을 때는 사디즘을 연상시키기도 하니 ‘부적절’한 단계를 넘어서 ‘부정적’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리뷰제목

 

 

 

[① 유쾌하고 즐거움. 또는 그런 느낌 ② 감성의 만족,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쾌락’이란 명사는 밝은 이미지보다 어두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단어다. 이 단어를 성적인 개념과 결합시켜서 극단적인 한계 상황에 노출시켰을 때는 사디즘을 연상시키기도 하니 ‘부적절’한 단계를 넘어서 ‘부정적’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하나의 단어를 오랜 시간 곱씹어본 적이 없다. 다시 말해서, 이탈리아 유미주의 문학의 기수로 지칭되는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소설 《쾌락(2016.01.15. 을유문화사)》을 읽기 시작하면서 명사 ‘쾌락’을 대하는 나의 입장을 정리하였단 의미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 저장소에 명사 ‘쾌락’은 과거, 현재에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 《쾌락》을 읽은 후 나에게 불편하고 부적절하며 부정적이기만 했던 단어 ‘쾌락’은 조금 다른 의미로 저장되었다. ‘쾌락’을 ‘허망하다’ 또는 ‘허무하다’라는 형용사로 풀이하고 싶다 말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쾌락》은 주인공 ‘안드레아 스페렐리피에스키 두젠타’ 백작이 ‘엘레나 무티’를 만났을 때부터 ‘마리아 페레스 이 카프데빌라’와 이별하기까지의 시간을 그린 소설이다. 안드레아가 엘레나와 헤어지고 마리아와 만나게 되기까지 안드레아에게 여러 명의 여인이 있었으나 모두 삭제하기로 하자. 왜냐하면 안드레아의 삶에 영향을 준 여인은 엘레나와 엘레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마리아가 유일하니 말이다. 여기서 잠깐, 마리아가 엘레나를 떠올리게 만든 건 사실이나 두 여인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엘레나는 관능적이고 도발적이며 화려하지만, 마리아는 음악과 예술에 조예가 깊고 지적이고 정신적인 여인이고 우울함이 묻어나는 셸리의 시를 좋아한다.(p.486)

 

작가는 불건전한 자질(p.53)이란 문구로 안드레아를 쾌락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당연한 듯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엘레나와의 만남에서 안드레아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육체적 탐욕을 만끽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엘레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안드레아를 떠나고, 안드레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쾌락과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을 쫓으며 불안한 삶을 지속한다. 그러던 중 안드레아는 엘레나와 정반대의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 마리아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소설을 읽을 때 가끔 다른 작품의 주인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쾌락》을 읽으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진정한 사랑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이라면 스칼렛 오하라를 따라올 자가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 사이에서 무엇이 진정한 사랑이며 사랑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지에 관해서는 정해진 답이 없겠으나, 안드레아는 엘레나와의 잘못된 만남에서 비롯된 진실성과 도덕성을 놓치고 본능에만 충실한 사랑(이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에 열중한 탓에 진정한 사랑을 놓치고 마는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쾌락》은 주인공 안드레아가 쾌락을 추구하는 삶을 살다가 비극을 맞이하는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살아있는 묘사, 화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19세기 귀족사회가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했는지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안드레아는 부친이 그에게 전해 준 좌우명을 한시도 잊어선 안될 일이었다.

예술 작품을 만들듯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적인 인간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진정한 우월함은 모두 여기 있다.(p.52)

어떻게 해서라도, 가령 쾌락의 순간에도 자유를 완전히 지켜야 한다. 지적인 인간의 규범은 이러하다.(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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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쾌락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17.02.22 리뷰제목
단눈치오가 경험한 로마 사교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고 한다.주인공을 통해서 저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보게 된 것 같다.로마 특유의 뭔가를 느낄 수 있을 듯하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풍긴다.삶의 의지나 도덕성을 상실한 채로 사는 안드레아를 등장시켜 풀어내는 이야기는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숭배하며 쾌락으로 가득한 사랑을 그린다. 이중적이고 나약하고, 거짓말과 속임수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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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눈치오가 경험한 로마 사교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고 한다.

주인공을 통해서 저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보게 된 것 같다.

로마 특유의 뭔가를 느낄 수 있을 듯하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풍긴다.

삶의 의지나 도덕성을 상실한 채로 사는 안드레아를 등장시켜 풀어내는 이야기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숭배하며 쾌락으로 가득한 사랑을 그린다. 이중적이고 나약하고, 거짓말과 속임수로 이루어진 인생을 지적당하는 주인공에게서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여전히, 읽는 중이라 그 끝에서 만날 감정이 처음과 같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읽고 싶은 목록에서 단눈치오의 작품을 무조건 빼거나 하지는 않을 듯...

상당히 묘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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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쾌락 -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을유세계문학 80)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v*****7 | 2016.02.21 리뷰제목
중고교 시절부터 문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 중에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상징주의, 자연주의로 이어지는 사조(思潮)의 계보가 있습니다. 획일적, 시험용 지식이라고 마냥 배척할 게 아니라 이런 프레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있어야 개별 작품의 이해와 감상이 단편(斷片)적, 일회성 수용에 그치지 않고 잘 균형잡힌, 조화된 인문 소양에 완전히 녹아들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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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부터 문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 중에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상징주의, 자연주의로 이어지는 사조(思潮)의 계보가 있습니다. 획일적, 시험용 지식이라고 마냥 배척할 게 아니라 이런 프레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있어야 개별 작품의 이해와 감상이 단편(斷片)적, 일회성 수용에 그치지 않고 잘 균형잡힌, 조화된 인문 소양에 완전히 녹아들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고전을 읽어도 치정 소설, 할리퀸물 따위를 읽고 난 찾아오는 얄팍한 감성적 흥분 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하기가 십상이겠죠.

통일된 민족국가를 이루는 과정에선 대단히 지지부진했지만, 이탈리아 지성인, 예술인들이 창조하고 향유하는 트렌드는 언제나 유럽 유행의 최선봉에서 대세를 주도해 왔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유미주의, 데카당스의 기수로 배워 온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이탈리아가 피에몬테 왕실의 주도로 교황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이탈리아 영토의 통일을 갓 이룬 그 시점에 태어난 사람입니다. 이 무렵에 크게 유행한 애국주의, 민족주의 문학(예를 들면 데 아미치스의 <쿠오레> 등)과는 달리, 정작 이탈리아 민족이 자립과 통일의 환희를 만끽하던 시절에 태어나 온갖 축복을 다 받고 자라난 작가가, 그 감성과 정신이 최절정의 활기와 창의로 불타 오를 20대 청년기에, 그와는 정반대로 퇴폐적, 현실 도피적 조류의 창궐에 선구자 노릇을 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낙천적 민족주의자들이 마냥 장밋빛으로 채워 넣은 "통일 국가의 이상"이 그 진행 과정에서 벌써 불길한 장애에 부딪히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바 있습니다. 새로이 창시된 민족 국가가 그 건전한 발전, 성장의 길을 정상적으로 걷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기본적으로 지독히 보수적인 봉건 왕실, 그리고 입신 출세 치부의 기회만 엿보던 총신 그룹에 의해 주도되는 정치와 외교가, 기층 민중의 희망과 이상에 부응했을 리가 만무했던 거죠.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그 이름만 봐선 전통 있는 귀족 집안인 것 같지만, 사실은 깊은 유서를 갖지 못한 중산 계급의 후손에 지나지 않습니다. 외가로부터 유산과 함께 귀족의 성씨를 물려 받았다고는 하지만(이런 걸 "한사상속"이라고 부릅니다), 그 외가 역시 과연 어느 시점부터 느닷 귀족으로 변신한 집안인지, 과연 authentic하고 고귀한 혈통을 물려 받은 출신인지는 지극히 의문이죠. 이탈리아는 이미 르네상스 시대부터 귀족의 혈통 증명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프랑스 왕실, 귀족 사회 역시 카트린 드 메데시스가 장사꾼의 딸이라며 그토록 모멸스런 대접을 했지만 이미 대혁명 한 세기 전쯤에 이르러선 "프랑스 귀족 작위란 전혀 믿을 게 못 된다"고 정평이 나 있다시피 한 실정이었습니다.

단눈치오와 그의 초기작 <쾌락>은, 문학 사조를 공부함에 있어 일종의 이정표 구실을 하는 위상입니다. 우리가 모든 문학작품을 섭렵할 수가 없기에, 예를 들어 근대 프랑스(혹은 전 유럽) 낭만주의를 알고 싶으면 뒤마 페르의 <삼총사>, 자연주의를 알고 싶으면 졸라의 <나나>, 상징주의를 알고 싶으면 랭보의 시, 이런 식으로 사조의 표본이 되는 작가와 작품을 최우선으로 소화하는 게 정석입니다. 그런데 이 초기 데카당스 트렌드가 향후 반 세기에 걸쳐, 알프스 이북으로 북상해서는 빈의 퇴폐주의(이게 회화에선 클림트의 작풍으로 두드러지죠)를 형성하고, 영불 해협을 건너 브리튼에 상륙해서는 오스카 와일드에 영감을 주고(<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이 <쾌락>보다 한 살 동생 터울입니다)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일본을 거쳐(이 작품 <쾌락>에도 역으로 일본 문화 관련 언급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 그게 다 새로이 먼 동양에서 "준회원"으로 가입한 멤버에 대한 일종의 대접이죠) 식민지 조선에서 예컨대 김동인 등의 스타일과 창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는지 모릅니다. 김동인이 집필에 몰두할 때는 반드시 일패(요즘 말로 "에이스") 기생의 무릎을 베고 그 따스한 체온과 체취를 느끼며 임했다는 일화도 알고 보면 단눈치오의 유명한 행각에 대한 모방입니다.

김동인이 제아무리 화려한 재능과 소양을 뽐내어도 일개 식민지 출신의 반쪽자리 위신이라는 걸 평생의 컴플렉스로 간직했듯, 귀족 아닌 귀족, 통일 국가 아닌 통일 국가의 국민, 젊어도 젊은이다운 순수를 결한 채 가식과 위선의 대세에 떠밀리듯 합류하는 그 부유(浮遊)의 처지가 이 단눈치오의 내면에서 근원적 불안으로 작용했음은, 이 자전 소설 <쾌락>에서도 서사적 자아 안드레아 스페렐리("단눈치오"와는 달리 겉으로 귀족의 표식이 안 드러나는 성씨라서 차라리 자연스럽죠, 이런 것도 다 염두에 두고 골랐을 겁니다)를 통해 솔직히 표백됩니다. 그 불안은 고스란히육욕을 좇는 젊음의 혈기와 결합하여, 정돈되지 못한 엽색의 행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상의 여인들에 기우는 그의 발걸음은 정신적 미숙함과 안정된 보호를 갈구하는 그 영혼의 희구를 드러냅니다. 이 작품보다 대략 40년 뒤에 발표된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보면, 우리 선입견과는 달리 노골적이고 말초적 형상화로 일관된 작품(이런 건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문학 아닌 상품의 자격으로 널리 유통되었습니다)이 아니라, 간접적이고 암시적인 묘사 밑에 알고 보면 적나라한 육체의 유희를 서술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여성의 육신 은밀한 부위 어느 곳에 성감대가 자극되어 반응을 보인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는 문장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단눈치오는 다만 "안목 있는 자에게만 캐치될 수 있는 고난도의 에로티시즘"으로 일종의 퍼즐을 독자에게 제시한 겁니다.

<쾌락>을 다 읽고 나면, 안드레아 스페렐리의 정신은 커서 뭐가 되었을까 하는 그 "후일담"이 궁금해질 수 있습니다. 중노년에 접어들어 단눈치오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 파시즘의 선구가 되었습니다. 이게 건국 3걸과 사르데냐 왕실이 애써 일군 "통일국가"가 역사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빚은 파탄의 운명입니다. 이처럼 끝이 좋지 못한 게 "신흥 통일 국가"의 총아로 볼 수 있는 단눈치오와 그의 조국이 공통으로 겪은 운명이었습니다. 무솔리니는 단눈치오의 아들뻘이었고, 단눈치오의 장자격인 이 <쾌락>은 세기말 퇴폐주의 온상이었던 빈의 사생아 아돌프 히틀러와 그 나이가 같습니다. 단눈치오의 최후 역시 어딘가가, 예컨대 시대를 퇴행하는 어설픈 군국주의자, 그리고 지독한 유미주의자이기도 했던 미시마 유키오(시대는 한참 뒤지만)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데카당스 트렌드의 말로가 각양각색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 큰 줄기가 이처럼 엉뚱한 데서 뒤틀리는 꼴로 수렴합니다.

어제(한국시각 기준 2016.2.20) 타계한 움베르토 에코의 후기 작품들(장편 <바우돌리노>, 그리고 <미의 역사> 등)을 명료한 한국어로 번역해 준 이현경씨가 이 고전을 옮겼습니다. 다소 모호한 개념은 옆에 만국공통어라 할 수 있는 영어 해당어를 병기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이분의 번역이 언제나 그렇듯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개념과 고유명사에 대한 주가 많이 달려 있어 그것만으로도 독자에게 공부가 됩니다. "산 실베스트로"는 사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서유럽 대부분에서 기념하는 축일 혹은 풍속입니다. 책이 참 예뻐서 독서가 더 즐거웠다는 감상을 사족으로 덧붙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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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쾌락 평점8점 | b****o | 2016.02.21 리뷰제목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내가 생일선물로 받을까 고민까지 했던 갖고 싶은 책이다. 일단은 갖고 있는 책들을 읽고 책장에 꽂을 자리를 마련하고 데려오자는 계획하에 잠시 미뤄두고 있다. 그 을유세계문학전집의 80번째 책이 바로 이 <쾌락>이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이탈리아 유미주의 문학의 기수라고 한다. 사실 데카당스라든지 유미주의 같은 단어가 생소한 데다가, 이탈리아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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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은 내가 생일선물로 받을까 고민까지 했던 갖고 싶은 책이다. 일단은 갖고 있는 책들을 읽고 책장에 꽂을 자리를 마련하고 데려오자는 계획하에 잠시 미뤄두고 있다. 그 을유세계문학전집의 80번째 책이 바로 이 <쾌락>이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이탈리아 유미주의 문학의 기수라고 한다. 사실 데카당스라든지 유미주의 같은 단어가 생소한 데다가, 이탈리아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기에 책을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직 내 수준엔 어려운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브리엘레 단눈치오가 후에 제임스 조이스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들로 미루어 생각해보면 선구자적인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1800년대 이탈리아 로마 귀족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그만큼 소재들이 굉장히 귀족적이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주인공들의 심리나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 만큼이나 주변 배경에 대한 묘사에 할애하는 부분이 많은데 모두가 장미향이 느껴질만큼 고급 취향이고 아름다웠다. 실제하는 건물이나 동상, 미술작품들을 배경으로 등장시키는데 유미주의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두 명작들이다. 그러한 것들을 사진이 아닌 책을 통해 문자로 만나보는 느낌이 새로웠다. 또한 아끼고 보존해야 할 것들로 여겨지는 문화재들, 그것을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직접 살로 닿으며 부딪쳐 생활하는 귀족들의 모습이 뭔가 실제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연극의 배우들처럼 여겨졌다.  역시 21세기 지금의 상황과는 괴리가 있어, 많이 다른 모습에서 주인공이나 그 외 어떤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느끼기보단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인공 남녀의 사랑은 현재의 내가 선뜻 이해하기엔 고정관념의 벽에 부딪쳐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한다는 생각으로 그 시절, 거기에선 그랬나보다 하며 읽었다.


멋진 청년 안드레아가 유부녀를 포함한 여러 귀부인들과 애정의 행각을 무슨 생각을 가지고 벌이는지, 남편들 또한 그들의 정부를 알면서도 그냥 두고 보는 것 같아 확실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은 많았지만 책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분위기만은 뭔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엘레나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 귀부인들의 옷차림새, 자연과 건축물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 등 아름다운 문장들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아주 의미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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