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다면, 로체스터에게 아내가 있다는 걸 알고 난 후에도 달아나지 않았을 꺼야. 아내의 존재와 관계없이 정부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을 꺼야. 어차피 로체스터의 부인은 정상적으로 아내 노릇을 할 수 없는 상태였잖아. 또 제인은 로체스터를 향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72쪽)' 라고 눈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언제나 항상 늘 고백할 만큼 그에게 빠져 있었잖아. 그처럼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어떻게든 함께 있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정식 부인이 될 수 없다고 해서 그 사랑을 포기해야 해? 사랑이 꼭 정식 혼인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건 타인중심적인 생각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기쁨보다 남들이 보는 내 위치가 중요했던 것 아니냐 그말이야.
제인에어.
유명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수의 역본을 가지고 있을줄로 압니다. 저역시 다른 역본으로도 가지고 있습니다.
고전을 거의 읽지 않았었는데 좋아하고 읽게 된 계기가 이 제인에어를 접하고 부터였는데요
제인에어를 지금까지 80번쯤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또 읽게되고 아무리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글을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그럴까 하고 한번 읽어 보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역본까지 서너권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전을 읽으니 그당시 시대상이라던가 놀이문화 그리고 관습이나 가치관등을 지금이랑 비교해볼 수도 있고 얼마나 바뀌어었는지를 가늠해볼수 있어서 더 재미가 있지 않나 합니다.
고작 나이로 해봤자 열아홉 아가씨임에도 그녀의 생각과 행동은 참 사려 깊다. 본인도 부모를 잃고 고아와 다름없이 자라 눈칫밥 먹으며 친척집에 전전긍긍하다가 쫓겨나다시피 한 기숙학교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고 수료 후 다시 기숙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다. 그뿐인가. 조금 더 대우가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가정집 교사로 자청해서 들어간 뒤 성실성과 선함을 인정받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알고 자진해서 포기한다. 그리고 다시 거지와 다를 바 없는 행인으로 돌아다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만난 먼 친척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이어간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삶은 기구한 운명일 수밖에 없구나라고 독자들이 생각할 수 있겠다. 반전의 장면이 등장하는 곳은 이야기의 중반 이후부터다. 제인 에어의 먼 친척이 2만 파운드가 되는 거금을 그녀 이름으로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자 그녀는 졸지에 거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그것마저도 자신이 걸인이었을 때 목숨을 구해 준 사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 자신은 5천 파운드만 받게 된다. 순탄하게 인생이 진행되겠거니 하지만 사촌 오빠의 끈질긴 구애로 잠시 마음이 흔들리긴 하지만 십 대 후반의 제인 에어는 나이에 맞지 않는 명확한 판단력으로 이 또한 거절하고 정처 없는 곳으로 다시 발길을 옮긴다.
이야기의 결론은 다행스럽게도 해피 엔딩으로 마쳐지기에 한숨을 돌린다. 한때 가정집 교사로 들어간 곳에서 그 집주인과 열애를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수소문 끝에 사랑했던 이의 거처를 알게 되고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장애를 입은 옛 정인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700여 쪽의 상당한 분량의 스토리에다가 영국을 배경으로 한 19세기의 정서가 묻어 있는 소설임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오늘날 독자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주는 지점은 아마도 자본주의와 외모 지상주의를 최고의 우선 가치로 삼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삶을 살아가는 제인 에어의 삶이 양심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지 않나 싶다. 십 대 후반의 아가씨가 냉철하게 시대의 흐름을 좇지 않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이를 떠나 그녀가 고생한 삶의 흔적에서 얻어낸 결과의 반응이라고 본다.
상황에 손바닥 뒤집히듯이 자신의 가치관을 내팽개치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이 옳다고 여겨지는 가치를 오랜 시간 동안 숙련의 시간을 통해 단련한 뒤 시험과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단하는 의지를 제인 에어를 통해 보게 된다.
고전은 한 인물을 통해 변하지 않아야 할 가치를 독자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준다.
고전은 본질을 잃어버린 종교에 대해서도 실날하게 비판하며 종교 본연의 기능을 되돌아보게 해 준다.
고전은 사람 내면의 다양한 감정과 갈등들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준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만 하더라도 여자들에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 결혼을 하는 것도, 상속을 받는것도(예전 영국엔 장자인 남자에게만 상속권이 있었다고 한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현재로썬 당연한 것들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한 시대 상황속에서도 자신만의 운명을 개척한 한 여성이 있으니 지금으로부터 약 170년 전에 쓴 "제인 에어" 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인 에어는 어린시절부터 학대를 받았고,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였으며, 자신의 결혼을 선택하였다. 진취적인 여성.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선택하는 모습. 비록 이러한 모습이 현대의 여성상에 비추어 보았을 떄 수동적으로 느껴질 진 모르겠지만, 어두운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 볼떄 그 어느 주인공보다 빛나는 주인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