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미리보기 공유하기

한눈팔기

리뷰 총점 9.5 (20건)
분야
소설 > 일본소설
파일정보
EPUB(DRM) 3.61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도서의 시리즈 내서재에 모두 추가

휘페리온
프리드리히 횔덜린 저/장영태 역
휘페리온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저/권혁준 역
황야의 이리
호모 파버
막스 프리쉬 저/정미경 역
호모 파버
현란한 세상
레이날도 아레나스 저/변선희 역
현란한 세상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저/서은혜 역
한눈팔기
플라테로와 나 - 을유세계문학전집 59
후안 라몬 히메네스 저/박채연 역
플라테로와 나 - 을유세계문학전집 59
프랑켄슈타인 - 을유세계문학전집 67
메리 셸리 저/한애경 역
프랑켄슈타인 - 을유세계문학전집 67
프랑스어의 실종
아시아 제바르 저/장진영 역
프랑스어의 실종
폴란드의 기병 (하)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저/권미선 역
폴란드의 기병 (하)
폴란드의 기병 (상)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저/권미선 역
폴란드의 기병 (상)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저/서광진 역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팡세 - 을유세계문학전집 63
블레즈 파스칼 저/현미애 역
팡세 - 을유세계문학전집 63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장희창 역
파우스트
키 재기 외
히구치 이치요 저/임경화 역
키 재기 외
쾌락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저/이현경 역
쾌락
콜리마 이야기
바를람 샬라모프 저/이종진 역
콜리마 이야기
커플들, 행인들
보토 슈트라우스 저/정항균 역
커플들, 행인들
체호프 희곡선 - 을유세계문학전집 53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저/박현섭 역
체호프 희곡선 - 을유세계문학전집 53
체벤구르 -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저/윤영순 역
체벤구르 -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첫 번째 주머니 속 이야기
카렐 차페크 저/김규진 역
첫 번째 주머니 속 이야기
천사의 음부
마누엘 푸익 저/송병선 역
천사의 음부
천로 역정
존 번연 저/정덕애 역
천로 역정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존 니컬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저/윤혜준 역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존 니컬슨
죽은혼
니콜라이 고골 저/이경완 역
죽은혼
주홍글자
너새니엘 호손 저/양석원 역
주홍글자
죄와 벌 하 - 을유세계문학전집 5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죄와 벌 하 - 을유세계문학전집 56
죄와 벌 상 - 을유세계문학전집 55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죄와 벌 상 - 을유세계문학전집 55
좁은문 전원교향악
앙드레 지드 저/이동렬 역
좁은문 전원교향악
조플로야
샬럿 대커 저/박재영 역
조플로야
제인 에어 - 을유세계문학전집 64
샬럿 브론테 저/조애리 역
제인 에어 - 을유세계문학전집 64
젊은베르터의 고통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정현규 역
젊은베르터의 고통
젊은 의사의 수기 모르핀
미하일 불가코프 저/이병훈 역
젊은 의사의 수기 모르핀
전쟁과 평화 (하)
레프 톨스토이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전쟁과 평화 (하)
전쟁과 평화 (중)
레프 톨스토이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전쟁과 평화 (중)
전쟁과 평화 (상)
레프 톨스토이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전쟁과 평화 (상)
저주받은 안뜰 외
이보 안드리치 저/김지향 역
저주받은 안뜰 외
재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박소연 역
재능
작품
에밀 졸라 저/권유현 역
작품
인형 (하)
볼레스와프 프루스 저/정병권 역
인형 (하)
인형 (상)
볼레스와프 프루스 저/정병권 역
인형 (상)
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신인섭 역
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이상한 물질
테레지아 모라 저/최윤영 역
이상한 물질
이방인
알베르 카뮈 저/김진하 역
이방인
이력서들
알렉산더 클루게 저/이호성 역
이력서들
유림외사 (하)
오경재 저/홍상훈 등역
유림외사 (하)
유림외사 (상)
오경재 저/홍상훈 등역
유림외사 (상)
위대한 개츠비 - 을유세계문학전집 47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저/김태우 역
위대한 개츠비 - 을유세계문학전집 47
원잡극선
관한경 외저/김우석,홍영림 공역
원잡극선
워싱턴 스퀘어
헨리 제임스 저/유명숙 역
워싱턴 스퀘어
워더링 하이츠
에밀리 브론테 저/유명숙 역
워더링 하이츠
우리 짜르의 사람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저/박종소 역
우리 짜르의 사람들
요양객
헤르만 헤세 저/김현진 역
요양객
오이디푸스 왕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2
소포클레스 저/김기영 역
오이디푸스 왕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2
오만과 편견 - 을유세계문학전집 60
제인 오스틴 저/조선정 역
오만과 편견 - 을유세계문학전집 60
오레스테이아 3부작
아이스퀼로스 저/김기영 역
오레스테이아 3부작
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푸슈킨 저/김진영 역
예브게니 오네긴
엿보는 자
알랭 로브그리예 저/최애영 역
엿보는 자
에다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66
스노리 스툴루손 저/이민용 역
에다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66
어둠의 심연
조지프 콘래드 저/이석구 역
어둠의 심연
야쿠비얀 빌딩
알라 알아스와니 저/김능우 역
야쿠비얀 빌딩
안전 통행증·사람들과 상황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저/임혜영 역
안전 통행증·사람들과 상황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저/강초롱 역
아주 편안한 죽음
아우스터리츠
W. G. 제발트 저/안미현 역
아우스터리츠
아메리카의 비극 (하)
시어도어 드라이저 저/김욱동 역
아메리카의 비극 (하)
아메리카의 비극 (상)
시어도어 드라이저 저/김욱동 역
아메리카의 비극 (상)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로베르토 볼라뇨 저/김현균 역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51
로렌스 스턴 저/김정희 역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 을유세계문학전집 51
식(蝕) 3부작
마오둔 저/심혜영 역
식(蝕) 3부작
시카고
알라 알아스와니 저/김능우 역
시카고
송사삼백수
주조모 편/김지현 역
송사삼백수
소송
프란츠 카프카 저/이재황 역
소송
서푼짜리 오페라 / 남자는 남자다 - 을유세계문학전집 54
베르톨트 브레히트 저/김길웅 역
서푼짜리 오페라 / 남자는 남자다 - 을유세계문학전집 54
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박혜경 역
사형장으로의 초대
사촌 퐁스
오노레 드 발자크 저/정예영 역
사촌 퐁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저/손영주 역
사랑에 빠진 여인들
빌헬름 텔
프리드리히 폰 쉴러 저/이재영 역
빌헬름 텔
브루노 슐츠 작품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61
브루노 슐츠 저/정보라 역
브루노 슐츠 작품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61
변신·선고 외
프란츠 카프카 저/김태환 역
변신·선고 외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 을유세계문학전집 52
알프레트 되블린 저/권혁준 역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 을유세계문학전집 52
물망초
요시야 노부코 저/정수윤 역
물망초
문명소사
이보가 저/백승도 역
문명소사
무사시노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6
구니키다 돗포 저/김영식 역
무사시노 외 - 을유세계문학전집 46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베네딕트 예로페예프 저/박종소 역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맥티그
프랭크 노리스 저/김욱동,홍정아 공역
맥티그
망자들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저/김태환 역
망자들
마쿠나이마
마리우 지 안드라지 저/임호준 역
마쿠나이마
마의 산 -하
토마스 만 저/홍성광 역
마의 산 -하
마의 산 -상
토마스 만 저/홍성광 역
마의 산 -상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저/진인혜 역
마담 보바리
리어 왕.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이미영 역
리어 왕.맥베스
루쉰 소설 전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12
루쉰 저/김시준 역
루쉰 소설 전집 - 을유세계문학전집 12
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저/윤혜준 역
로빈슨 크루소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서경희 역
로미오와 줄리엣
로르카 시 선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저/민용태 역
로르카 시 선집
러시아의 밤
블라지미르 오도예프스키 저/김희숙 역
러시아의 밤
라이겐
아르투어 슈니츨러 저/홍진호 역
라이겐
라셀레스티나
페르난도 데 로하스 저/안영옥 역
라셀레스티나
돈후안 외
티르소 데 몰리나 저/전기순 역
돈후안 외
돈키호테 성찰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저/신정환 역
돈키호테 성찰
도화선
공상임 저/이정재 역
도화선
데미안 - 을유세계문학전집 65
헤르만 헤세 저/이영임 역
데미안 - 을유세계문학전집 65
대통령 각하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저/송상기 역
대통령 각하
노인
유리 트리포노프 저/서선정 역
노인
노생거 사원
제인 오스틴 저
노생거 사원
에밀 졸라 저/최애영 역
그라알 이야기
크레티앵 드 트루아 저/최애리 역
그라알 이야기
골짜기의 백합
오노레 드 발자크 저/정예영 역
골짜기의 백합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저/이동렬 역
고리오 영감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저/이혜수 역
걸리버 여행기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저/서은혜 역
개인적인 체험
갈라테아 2.2
리처드 파워스 저/이동신 역
갈라테아 2.2
1984년 - 을유세계문학전집 48
조지 오웰 저/권진아 역
1984년 - 을유세계문학전집 4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8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관계의 갈등과 삶의 방향을 흔드는 『한눈팔기』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1.03.12 리뷰제목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인간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고 해서 더 궁금한 작품이기도 했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더 관심이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겐조는 해외 유학에서 돌아와 대학에서 강의한다.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그의 성장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그는 지식인이 되어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리뷰제목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인간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고 해서 더 궁금한 작품이기도 했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더 관심이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겐조는 해외 유학에서 돌아와 대학에서 강의한다.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그의 성장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그는 지식인이 되어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고급 관료의 딸인 아내와 결혼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친정에서의 생활과 결혼 이후의 삶이 다른 것을 비교하곤 한다. 남편이 현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내는 남편을 돈벌이에 관심 없는 괴짜로 보기도 한다. 어느 날 그에게 예전 양부가 찾아오면서 그는 과거의 망령에 시달린다. 그의 주변 사람들, 양부와 누나 형, 심지어 그의 장인까지 그에게 찾아와 경제적 도움을 요청한다. 이제 그의 모든 일상은 돈과 연결되어 있었고, 아내와의 갈등도 커진다. 그렇다고 주변인의 도움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의 형편에 겨우 돈을 마련해서 그들의 요구를 해결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을까? 돈이 없어서 병원 문턱에도 못 가보고 죽은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돈으로 인간의 목숨까지 주관할 수 있다는 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테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인간의 감정에 얽힌, 사랑과 우정, 가족과 같은 문제는 돈과 연관이 없다고, 돈으로 계산하거나 돈이 끼어들 이유가 없는 관계라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미 어린 시절에 돈으로 거래되는 인간관계를 경험했다. 돈 때문에 자식을 입양하고 파양하고, 다시 또 돈 때문에 파양한 자식에게 찾아오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을 보면 인간관계가 금전 관계에 지배당하기도 한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주인공 겐조는 이러한 돈이 중심이 되는 관계에서 고민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가진 삶의 방향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부자가 되는 것과 위대해지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사실 나는 읽으면서 이 부분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위대해진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는 자기 삶의 위대함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돈이 휘두르는 인간의 삶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듯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면 되는 일인데, 실상 현실에서 마주치는 돈 문제는 그 인간다움을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기억할 테지. 그러니 돈 앞에서 추해지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느니 자기 명예를 가진 삶을 누리고자 한 것은 아닐까. 그는 자기가 추구하는 문학이나 글쓰기, 강의하는 것을 위대한 삶이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난에 허덕이는 오늘이 현실인데도 그가 추구하는 삶을 바라보기만 하는 거였다. 그런 그를 보고 아내는 남편의 시원찮은 돈벌이를 한탄하고, 남편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한다. 현실을 보지 못하고 그가 바라는 이상향만 추구하는 남편에게 아는 어떤 관계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지. 그의 아내 역시 남편이 바라는 아내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누가 누굴 탓할 수는 없으니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에 어려웠던 작품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흔히 말하는 염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인간이기에 기본적으로 장착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었는데, 겐조가 경험한 인간다움은 돈 앞에서 한없이 무너져내린다.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겐조 앞에 나타난 양부나 누나, , 장인과 같은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면 나는 겐조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해질 때, 누구에게 손을 벌려야만 할 때가 생긴다면 한때의 인연으로 비빌 언덕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인연을 빌려와서, 그것도 가슴에 멍을 들게 한 잔인함을 기억할 대상에게 기대야 한다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아마도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조가 볼 때 누구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인생이 없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키우고 버리는 양부의 행태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인제 와서 손을 내미는 것은 양부의 추레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교수의 누나이면서도 문맹인 누나는 기침을 달고 살며 수다가 끊이지 않는 여자다. 불량한 남편을 생각하면 누나가 안쓰럽지만 동시에 창피하다. 두루뭉술 자존감 없이 살아가는 겐조의 형 역시 그는 한심하게 여긴다. 가진 게 많을 때는 그를 무시하는 듯하다가 사위에게 돈을 빌리러 오는 장인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다른 시선을 보게 되기도 한다. 나는 나로 살며 나의 인생을 바라보지만, 타인 역시 자기 삶을 누리며 자기 모습을 본다. 각자의 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그저 그뿐이라는 진리를 얻은 건 아니었을까. 결국, 각자 자기에게 맞게 살아가며 자기 행복을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 각자의 삶을 존중하지 않고 타인의 삶에 찾아와 존중을 망각해버린 인물들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기의 실제 이야기를 소설에 담으면서 자기 행복을 더 강조하게 되는 건 아니었을까 싶다. 끊기 어려운 인간관계로 비롯한 불행의 시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게 한다.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건 한 개인의 문제로 머물지 않는 사회적 관습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한다. 가족이니까, 형이고 누나니까, 너를 키웠으니까, 아내의 아버지니까. 개인의 삶을 존중하기보다는 공동체이니까 강요되는 것들을 중시하던 사회에서 개인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의 시간을 담아낸 것 같다.

 

겐조는 오로지 금전상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 욕심을 한참 못 따라가는 유치한 잔머리를 최대한 굴리고 있는 노인을 차라리 불쌍히 여겼다. 그리고 움푹 들어간 눈을 지금 반투명 유리 덮개에 갖다 대고 연구라도 하는 것처럼 어둑신한 등불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가엾어 보였다.

그는 이렇게 늙었다.’

시마다의 평생을 압축한 듯한 한마디를 눈앞에 떠올린 겐조는 자신이 과연 어떻게 늙을 것인지를 생각했다. 그는 신이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마음엔 분명 신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만약 그 신이 그의 일생을 통찰한다면 이 탐욕스러운 노인의 일생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136~137페이지)

 

원작의 제목을 풀이하면 길가의 풀이라고 하는데, 인생에서 길가의 풀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담아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삶의 방향을 보고 가는데, 누구에게나 바라는 삶의 목적지가 있을 텐데, 그 길을 그대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인지도. 그 방해 요소의 대부분은 돈이겠지만, 돈을 품은 인간의 이기심이 체념과 예의를 넘어서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한눈팔기 #나쓰메소세키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책 #책추천

#고전 #소설 #고전문학 #문학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한눈팔기] 평점10점 | e**********3 | 2021.03.15 리뷰제목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서은헤/옮김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110번재 작품 <한눈팔기>는 일본 근대 문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자전적 소설로 꼽히는 걸작이다.  실제로 소세키도 작품 속 인물 겐조처럼 국비로 영국 유학을 다녀온 후, 넓은 시야와 객관적 시선으로  일본의  개방과 근대화에 대해 일본 국민들에게 많은
리뷰제목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서은헤/옮김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110번재 작품 <한눈팔기>는 일본 근대 문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자전적 소설로 꼽히는 걸작이다.  실제로 소세키도 작품 속 인물 겐조처럼 국비로 영국 유학을 다녀온 후, 넓은 시야와 객관적 시선으로  일본의  개방과 근대화에 대해 일본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한눈팔기>는  <그후><문> 이후 접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세 번째 작품이자, 제일 읽기가 편한 작품이었다. 근현대의 많은 일본 작가 중 가장 오래된 작가임에도 소세키의 작품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고리타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많은 식구들 중 막내였던 겐조는 이웃에게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스스로 단단해진다. 지식적으로 깊은 학문을 쌓고, 영국 유학을 다녀온 시점 다시 만난 양부로 부터 이야기는시작된다.

 

★[한눈팔기/p.81]
옛날 이 세계 사람이었던 겐조는, 그 후 자연스럽게 이 세계를 혼자서 탈출해 버렸다.
그렇게 벗어난 채 오랜 동안 도쿄 땅을 밟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다시 그 속으로 뒷걸음질 쳐서 오랜만에 과거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그에게 삼분의 일의 반가움과 삼분의 이의 혐오를 불러오는 혼합물이었다. 

 

작품 속 겐조는 자신의 국가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소세키 본인을 투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겐조 주변에 그와 엮인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개방과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의 일본 속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다.  자신들의 실제적인 모습과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 어떻게든 힘이 머무는 곳에 기대려는 사람,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대처에 미흡한 사람, 자신이 잘 대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소세키의 감정은 동정과 환멸,권태, 우월감이다. 꼴보기 싫은 모습들 투성의 가족이지만  그런 모습이 곧 내가 속한 나의 모습이기도 함을 받아들이는 겐조처럼 우리도 내가 속한 세상을 때론 초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기도 한다.  근대화의 과정 안에서 보여지는  중국인의 모습을 비판한 루쉰의 <아큐정전>과 같은 맥락에서 <한눈팔이>를 바라보았다.  

 

일본이 사랑한 작가, 일본의 지성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한눈팔이>는 다양한 각도와 시선으로 해석되고 읽힐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또한 작가 본인의 경험인 입양과 파양의 과정이 담겨있어 어린 시절 소세키의 아픔을 토닥이고 싶다는 느낌이 들만큼 슬픈 작품이기도 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며 그들을 다독여야 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멋지다.

 

#한눈팔기
#나쓰메소세키
#을유출판사
#일본문학
#도서협찬#완독서평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내 인생의 한눈팔기는? 평점10점 | s****u | 2021.03.14 리뷰제목
해외 유학을 다녀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남자, 그는 남들에게 번듯한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남자가 아내와의 불화로 괴로워하며 인연이 끊긴 양부가 나타나 돈을 요구하고 형과 누나, 사업에 실패한 장인까지 경제적인 도움을 청하는 상황에서 혼자 힘들어한다는 걸 모르고 말이다. 이 남자
리뷰제목

해외 유학을 다녀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남자, 그는 남들에게 번듯한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남자가 아내와의 불화로 괴로워하며 인연이 끊긴 양부가 나타나 돈을 요구하고 형과 누나, 사업에 실패한 장인까지 경제적인 도움을 청하는 상황에서 혼자 힘들어한다는 걸 모르고 말이다.

이 남자는 일본의 국민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소설 <한눈팔기>에 나오는 주인공 겐조이다. 이상을 좇으며 학문을 연구하지만 현실은 겐조가 자신이 세운 '위해단 목표'를 향해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돈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겐조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우울해한다.

 

나는 주인공 겐조가 언제 한눈을 팔지, 어디에 한눈을 파는지 내내 궁금했다. 그러면서 쉽게 해결될 일을 혼자 끙끙대는지 겐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겐조는 자신이 어릴 때 양부에게서 순수하지 않은 친절 받으며 양모에게서 인간의 추한 모습을 발견하고 친부에게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누구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며 삐뚤어진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안다. 알면 뭐하나. 받은 상처를 꼭 끌어안은 채 변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세상 고난 다 짊어지고 가는 듯 힘들어하는데. 물론 아내, 형, 누나, 장인, 양부 중 누구에게 했다 해도도 겐조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때론 힘들어도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겐조는 늘 귀찮다며 회피한다. 말해도 모를 거라는 지레짐작으로 갈등을 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쉬운 길을 두고 어렵게 돌아가는 행위다. 겐조가 조금 덜 상처받고, 충분히 사랑받았다면 무뚝뚝한 별종이 되지 않았을 텐데.

 


소설 <한눈팔기>에서 겐조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양부를 어떻게 끊어내는가이다. 양부라고 해도 사실 어렸을 때 다시 본가로 돌려보내졌으며 그동안 키워준 양육비는 친부모가 이미 정리했다. 무슨 염치로 겐조에게 나타났는지, 양부는 겐조에게 굽신거리며 돈을 달라고 한다. 나라면 단칼에 거절했을 거다. 아니 누구라도 이미 남이며 자신에게 아픔을 준 남자를 상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겐조는 마음속으로 실컷 욕하면서도 양부가 찾아오면 만난다. 처음에 무의미한 만남을 싫어하고 재정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못 되는데도 굳이 시간을 들여 양부를 만나고 돈을 주는 겐조는 남의 이목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겐조의 심리와 과거를 알게 되면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의미인가 생각했다. 돈 이상의 것(사랑이나 우정, 가족애)을 추구하지 못하는 양부에게 돈을 줌으로써 상대를 멸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고.

 

 

 

언급했듯이 <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겐조처럼 나쓰메 소세키는 친부모와 양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 그때 받은 내상은 소세키가 인간관계를 맺는데 영향을 미쳤다. 아내와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고 괜히 시비 걸고 다투고 갈등을 만들어내는 겐조를 보며 소세키도 참 힘들게 살았구나 싶었다. 그의 쓸데없는 자존심과 고집, 유치하고 이기적이며 남을 배려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은 누구와도 동화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원작은 '한눈팔기'보다 길가의 풀이라고 번역되는 것이 더 맞단다. 번역가는 작가가 인생에서 길가의 풀은 무엇인지, 목적을 향해 가는 인간의 관심을 흩뜨려뜨리는 것이 무엇인지 결론짓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인생에서 꿈을 향해 가는 길의 방해물은 무엇일까. 돈, 인정 욕구, 편리. 어떤 것이 나의 집중을 흐려놓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나쓰메소세키 #나는고양이로소이다 #일본소설 #일본문학 #고전문학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챗바퀴 같은 인생에서 한 눈을 팔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t****3 | 2021.03.14 리뷰제목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은 평생 그들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데 그 미래가 어느 순간 일어난 위험 때문에 갑자기 막혀 버리고 이제 끝이다, 싶으면 갑자기 눈을 돌려 과거를 바라보게 되니까, 거기서 모든 과거의 경험이 한꺼번에 의식에 떠오른다는 거지.” (본문 128쪽)신기한 일이다. 인간의 감각이란 크게 나누면 오감, 그 중에서도 시각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인간의
리뷰제목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은 평생 그들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데 그 미래가 어느 순간 일어난 위험 때문에 갑자기 막혀 버리고 이제 끝이다, 싶으면 갑자기 눈을 돌려 과거를 바라보게 되니까, 거기서 모든 과거의 경험이 한꺼번에 의식에 떠오른다는 거지.” (본문 128쪽)

신기한 일이다. 인간의 감각이란 크게 나누면 오감, 그 중에서도 시각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인간의 눈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로지 현재만을 보면서 살아간다. 지난 날에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느낀 것은 모두 우리의 머리나 마음 속, 아니 어쩌면 그 둘 다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계기로라도 마음 한 구석에 치워뒀던 기억의 편린이 되살아나면, 조그마한 조각은 이내 거대한 폭풍이 되어 이내 몸과 마음을 전부 집어삼키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겐조는 해외 유학에서 돌아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원고 청탁을 받아 그 수입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는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안돼 양부모에게 맡겨졌고, 양부의 불륜 행위 때문에 양부모 가정은 이혼하고 자신도 파양당한다. 오래 전 인연이 끊긴 양부 시마다가 불현듯 나타나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면서 그는 잊어버리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에 휩싸인다. 이어 양모도 나타나 금전을 요구하고, 심지어 자신의 형과 누나, 매형, 그리고 은퇴하고 사업에 실패해 사정이 힘들어진 장인까지 모두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가족과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겐조는 돈과 엮인 인간 관계 때문에 더욱 괴로워진다.

소설의 줄거리는 큰 굴곡없이 겐조에게서 돈을 빌리려는 주변 인물들과 마뜩치 않게 여기면서도 어떻게든 지원해주는 겐조, 그리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와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한 집안에 살고 자녀가 셋이나 있지만 겐조와 아내는 서로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평행선같은 관계다. 아니 평행선보다는 동심원같은 관계가 더 어울릴 듯하다. 식구라는 공통점으로 엮인 두 사람이고 주변이 보기엔 서로 모나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 같지만 둘은 서로를 이해하려고도, 이해할 수도 없는 사이다. 이 갈등의 시작은 어디부터이고 끝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만나지 못하는 원이 서로 자기 자리만을 멤돌면서 갈등이 이어질 뿐이다.

5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소세키(본명 긴노스케) 늦은 나이에 아이를 둔 부모의 부끄러움 때문에 같은 마을 이웃에 양자로 맡겨지지만 양부모는 소세키를 자신들의 노후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을 뿐이다. 하지만 조숙한 소세키는 이 사실을 너무도 이른 나이에 알았고 감수성이 풍부했기에 이 사실이 평생의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가 남긴 유일한 자전적 소설인 것이다. 작가 사후 1년 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의 평생을 어떻게 붙들었는지를 고백하는 마지막 일기같기도 하다.

원제를 직역하자면 ‘길가의 풀’이란 뜻이라고 한다. 길을 걷다가 길가의 풀에 눈길을 주는 건 원래의 목적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글쎼, 우리 인생의 목적이란게 언제나 분명하고 확실한 경우가 얼마나 있던가. 오히려 이런 사소한 행동이 쌓이고 쌓여서 이어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란 것이고 소세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그럼에도 결국 바뀌는 것은 없다는 걸 ‘한눈팔기’로 보여준 게 아닐까. 한 눈을 팔아도 인생은 결국 인생이니 말이다.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모를 뿐이지.” (본문 291쪽)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서평단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한눈팔기 평점10점 | s****a | 2021.03.14 리뷰제목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는 그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줄기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런던에도 갔다 온) 학문을 한 남자, 겐조'의 복잡한 가정경제사 이야기다. 겐조는 생부의 눈에도 양부의 눈에도 인간이 아니었다. 차라리 물건이었다. 단지 생부가 그를 잡동사니 취급한데 비해, 양부는 조만간 무언가 도움을 받아야지 하는 속셈을 갖고 있는 존재들의 아들이었다
리뷰제목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는 그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줄기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런던에도 갔다 온) 학문을 한 남자, 겐조'의 복잡한 가정경제사 이야기다. 겐조는 생부의 눈에도 양부의 눈에도 인간이 아니었다. 차라리 물건이었다. 단지 생부가 그를 잡동사니 취급한데 비해, 양부는 조만간 무언가 도움을 받아야지 하는 속셈을 갖고 있는 존재들의 아들이었다. '바다에도 살 수 없고, 산에도 있을 자리가 없는' 불안정한 존재였다. 이러한 그의 중간자로서의 불안은 개화기 일본인의 서양인도 아닌, 그렇다고 동양인으로 함께 묶이고 싶지 않은 어정쩡한 모습을 비유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특히 탁월하다고 생각한 문장은 다음이다. 겐조는 자신이 얽힌 원가정을 '자기 등 뒤에 숨겨진 세계'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자신이 학문을 하게 됨으로써 만나게 된, 자기 등 뒤에 숨겨진 세계와는 전혀 관계없는 방향의 세계. 

"겐조는 자기 등 뒤에 이런 세계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못내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81쪽)

"과거의 교도소(학교와 도서관) 생활 위에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 낸 그는 현재의 자기 위에서 어떻게든 미래의 자신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방침이었다. 그가 보기엔 올바른 방침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방침에 따라 앞으로 나가는 것이 이때 그에게는 쓸데없이 늙어간다는 결과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할 듯이 여겨졌다(83쪽).

이렇게 겐조의 과거의 현재와 미래의 연결은 그 이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도 표현된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대조해보았다. 과거가 어떻게 현재로 발전해 왔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자신이 바로 그 현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꺠닫지 못했다.......그와 시마다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바로 이 현재 덕분이었다. 그가 오쓰네를 싫어하는 것도 누나나 형과 동화하지 못하는 것도 이 현재 덕분이었다. 한편에서 보자면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낸 그는 가엾은 존재였다(259쪽)."

겐조는 과거의 자기 등 뒤에 숨겨진 세계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뭔가를 이루어낸다,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였다(61-62쪽).  그는 모자라는 생활비를 더 벌기 위해 그의 학문이나 교육에 비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을 시간낭비로 생각했다. 

겐조는 가족들에게 무정하고 냉랭한 것 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누나와 장인과 자신을 파양한 양부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는다. 나는 그가 그렇게 한 이유가 다음의 문장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 자, 이 말은 해야겠는데, 나는 입으로만 논리를 가진 남자가 아니야. 입에 있는 논리는 내 손에도 발에도 온 몸 전체에 다 있다고."(279쪽).

이 책에서 겐조와 아내는 시종일관 원을 그리듯 엇나가는 관계로 그려진다. 아내는 겐조의 말을 형식적인 텅빈 이론이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겐조가 힘주어 답한 말이 위의 문장이다. 작품에서 겐조는 학문을 한 남자로 그려진다. 학문을 한다는 건 의미를 추구하는 것과 뗄레야 뗄수가 없다. 시간도 돈도 '그냥' 사용할 수 없는. 어찌보면 학문을 한다는 것은 참 피곤한 삶을 스스로 자초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학문을 한다는 건 삶과 세계의 풍성한 의미를 알고 살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진짜' 인간으로 산다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나쓰메소세키 #나는고양이로소이다 #일본소설 #일본문학 #고전문학 #한눈팔기 #을유출판사 #자서전 #파양 #가정 #경제 #학문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한줄평 (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