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인간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고 해서 더 궁금한 작품이기도 했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더 관심이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겐조는 해외 유학에서 돌아와 대학에서 강의한다.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그의 성장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그는 지식인이 되어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고급 관료의 딸인 아내와 결혼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친정에서의 생활과 결혼 이후의 삶이 다른 것을 비교하곤 한다. 남편이 현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내는 남편을 돈벌이에 관심 없는 괴짜로 보기도 한다. 어느 날 그에게 예전 양부가 찾아오면서 그는 과거의 망령에 시달린다. 그의 주변 사람들, 양부와 누나 형, 심지어 그의 장인까지 그에게 찾아와 경제적 도움을 요청한다. 이제 그의 모든 일상은 돈과 연결되어 있었고, 아내와의 갈등도 커진다. 그렇다고 주변인의 도움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의 형편에 겨우 돈을 마련해서 그들의 요구를 해결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을까? 돈이 없어서 병원 문턱에도 못 가보고 죽은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돈으로 인간의 목숨까지 주관할 수 있다는 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테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인간의 감정에 얽힌, 사랑과 우정, 가족과 같은 문제는 돈과 연관이 없다고, 돈으로 계산하거나 돈이 끼어들 이유가 없는 관계라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미 어린 시절에 돈으로 거래되는 인간관계를 경험했다. 돈 때문에 자식을 입양하고 파양하고, 다시 또 돈 때문에 파양한 자식에게 찾아오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을 보면 인간관계가 금전 관계에 지배당하기도 한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주인공 겐조는 이러한 돈이 중심이 되는 관계에서 고민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가진 삶의 방향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부자가 되는 것과 위대해지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사실 나는 읽으면서 이 부분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위대해진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는 자기 삶의 위대함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돈이 휘두르는 인간의 삶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듯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면 되는 일인데, 실상 현실에서 마주치는 돈 문제는 그 인간다움을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기억할 테지. 그러니 돈 앞에서 추해지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느니 자기 명예를 가진 삶을 누리고자 한 것은 아닐까. 그는 자기가 추구하는 문학이나 글쓰기, 강의하는 것을 위대한 삶이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난에 허덕이는 오늘이 현실인데도 그가 추구하는 삶을 바라보기만 하는 거였다. 그런 그를 보고 아내는 남편의 시원찮은 돈벌이를 한탄하고, 남편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한다. 현실을 보지 못하고 그가 바라는 이상향만 추구하는 남편에게 아는 어떤 관계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지. 그의 아내 역시 남편이 바라는 아내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누가 누굴 탓할 수는 없으니까.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에 어려웠던 작품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흔히 말하는 ‘염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인간이기에 기본적으로 장착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었는데, 겐조가 경험한 인간다움은 돈 앞에서 한없이 무너져내린다.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겐조 앞에 나타난 양부나 누나, 형, 장인과 같은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면 나는 겐조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해질 때, 누구에게 손을 벌려야만 할 때가 생긴다면 한때의 인연으로 비빌 언덕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인연을 빌려와서, 그것도 가슴에 멍을 들게 한 잔인함을 기억할 대상에게 기대야 한다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아마도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겐조가 볼 때 누구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인생이 없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키우고 버리는 양부의 행태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인제 와서 손을 내미는 것은 양부의 추레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교수의 누나이면서도 문맹인 누나는 기침을 달고 살며 수다가 끊이지 않는 여자다. 불량한 남편을 생각하면 누나가 안쓰럽지만 동시에 창피하다. 두루뭉술 자존감 없이 살아가는 겐조의 형 역시 그는 한심하게 여긴다. 가진 게 많을 때는 그를 무시하는 듯하다가 사위에게 돈을 빌리러 오는 장인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다른 시선을 보게 되기도 한다. 나는 나로 살며 나의 인생을 바라보지만, 타인 역시 자기 삶을 누리며 자기 모습을 본다. 각자의 ‘나’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그저 그뿐이라는 진리를 얻은 건 아니었을까. 결국, 각자 자기에게 맞게 살아가며 자기 행복을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 각자의 삶을 존중하지 않고 타인의 삶에 찾아와 존중을 망각해버린 인물들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기의 실제 이야기를 소설에 담으면서 자기 행복을 더 강조하게 되는 건 아니었을까 싶다. 끊기 어려운 인간관계로 비롯한 불행의 시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게 한다.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건 한 개인의 문제로 머물지 않는 사회적 관습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한다. 가족이니까, 형이고 누나니까, 너를 키웠으니까, 아내의 아버지니까. 개인의 삶을 존중하기보다는 공동체이니까 강요되는 것들을 중시하던 사회에서 개인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의 시간을 담아낸 것 같다.
겐조는 오로지 금전상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 욕심을 한참 못 따라가는 유치한 잔머리를 최대한 굴리고 있는 노인을 차라리 불쌍히 여겼다. 그리고 움푹 들어간 눈을 지금 반투명 유리 덮개에 갖다 대고 연구라도 하는 것처럼 어둑신한 등불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가엾어 보였다.
‘그는 이렇게 늙었다.’
시마다의 평생을 압축한 듯한 한마디를 눈앞에 떠올린 겐조는 자신이 과연 어떻게 늙을 것인지를 생각했다. 그는 신이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마음엔 분명 신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만약 그 신이 그의 일생을 통찰한다면 이 탐욕스러운 노인의 일생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136~137페이지)
원작의 제목을 풀이하면 ‘길가의 풀’이라고 하는데, 인생에서 ‘길가의 풀’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담아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삶의 방향을 보고 가는데, 누구에게나 바라는 삶의 목적지가 있을 텐데, 그 길을 그대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인지도. 그 방해 요소의 대부분은 돈이겠지만, 돈을 품은 인간의 이기심이 체념과 예의를 넘어서는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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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서은헤/옮김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110번재 작품 <한눈팔기>는 일본 근대 문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자전적 소설로 꼽히는 걸작이다. 실제로 소세키도 작품 속 인물 겐조처럼 국비로 영국 유학을 다녀온 후, 넓은 시야와 객관적 시선으로 일본의 개방과 근대화에 대해 일본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한눈팔기>는 <그후><문> 이후 접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세 번째 작품이자, 제일 읽기가 편한 작품이었다. 근현대의 많은 일본 작가 중 가장 오래된 작가임에도 소세키의 작품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고리타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많은 식구들 중 막내였던 겐조는 이웃에게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스스로 단단해진다. 지식적으로 깊은 학문을 쌓고, 영국 유학을 다녀온 시점 다시 만난 양부로 부터 이야기는시작된다.
★[한눈팔기/p.81]
옛날 이 세계 사람이었던 겐조는, 그 후 자연스럽게 이 세계를 혼자서 탈출해 버렸다.
그렇게 벗어난 채 오랜 동안 도쿄 땅을 밟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다시 그 속으로 뒷걸음질 쳐서 오랜만에 과거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그에게 삼분의 일의 반가움과 삼분의 이의 혐오를 불러오는 혼합물이었다.
작품 속 겐조는 자신의 국가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소세키 본인을 투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겐조 주변에 그와 엮인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개방과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의 일본 속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다. 자신들의 실제적인 모습과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 어떻게든 힘이 머무는 곳에 기대려는 사람,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대처에 미흡한 사람, 자신이 잘 대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소세키의 감정은 동정과 환멸,권태, 우월감이다. 꼴보기 싫은 모습들 투성의 가족이지만 그런 모습이 곧 내가 속한 나의 모습이기도 함을 받아들이는 겐조처럼 우리도 내가 속한 세상을 때론 초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기도 한다. 근대화의 과정 안에서 보여지는 중국인의 모습을 비판한 루쉰의 <아큐정전>과 같은 맥락에서 <한눈팔이>를 바라보았다.
일본이 사랑한 작가, 일본의 지성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한눈팔이>는 다양한 각도와 시선으로 해석되고 읽힐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또한 작가 본인의 경험인 입양과 파양의 과정이 담겨있어 어린 시절 소세키의 아픔을 토닥이고 싶다는 느낌이 들만큼 슬픈 작품이기도 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며 그들을 다독여야 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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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학을 다녀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남자, 그는 남들에게 번듯한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남자가 아내와의 불화로 괴로워하며 인연이 끊긴 양부가 나타나 돈을 요구하고 형과 누나, 사업에 실패한 장인까지 경제적인 도움을 청하는 상황에서 혼자 힘들어한다는 걸 모르고 말이다.
이 남자는 일본의 국민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소설 <한눈팔기>에 나오는 주인공 겐조이다. 이상을 좇으며 학문을 연구하지만 현실은 겐조가 자신이 세운 '위해단 목표'를 향해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돈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겐조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우울해한다.
나는 주인공 겐조가 언제 한눈을 팔지, 어디에 한눈을 파는지 내내 궁금했다. 그러면서 쉽게 해결될 일을 혼자 끙끙대는지 겐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겐조는 자신이 어릴 때 양부에게서 순수하지 않은 친절 받으며 양모에게서 인간의 추한 모습을 발견하고 친부에게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누구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며 삐뚤어진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안다. 알면 뭐하나. 받은 상처를 꼭 끌어안은 채 변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세상 고난 다 짊어지고 가는 듯 힘들어하는데. 물론 아내, 형, 누나, 장인, 양부 중 누구에게 했다 해도도 겐조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때론 힘들어도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겐조는 늘 귀찮다며 회피한다. 말해도 모를 거라는 지레짐작으로 갈등을 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쉬운 길을 두고 어렵게 돌아가는 행위다. 겐조가 조금 덜 상처받고, 충분히 사랑받았다면 무뚝뚝한 별종이 되지 않았을 텐데.
소설 <한눈팔기>에서 겐조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양부를 어떻게 끊어내는가이다. 양부라고 해도 사실 어렸을 때 다시 본가로 돌려보내졌으며 그동안 키워준 양육비는 친부모가 이미 정리했다. 무슨 염치로 겐조에게 나타났는지, 양부는 겐조에게 굽신거리며 돈을 달라고 한다. 나라면 단칼에 거절했을 거다. 아니 누구라도 이미 남이며 자신에게 아픔을 준 남자를 상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겐조는 마음속으로 실컷 욕하면서도 양부가 찾아오면 만난다. 처음에 무의미한 만남을 싫어하고 재정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못 되는데도 굳이 시간을 들여 양부를 만나고 돈을 주는 겐조는 남의 이목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겐조의 심리와 과거를 알게 되면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의미인가 생각했다. 돈 이상의 것(사랑이나 우정, 가족애)을 추구하지 못하는 양부에게 돈을 줌으로써 상대를 멸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고.
언급했듯이 <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겐조처럼 나쓰메 소세키는 친부모와 양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 그때 받은 내상은 소세키가 인간관계를 맺는데 영향을 미쳤다. 아내와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고 괜히 시비 걸고 다투고 갈등을 만들어내는 겐조를 보며 소세키도 참 힘들게 살았구나 싶었다. 그의 쓸데없는 자존심과 고집, 유치하고 이기적이며 남을 배려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은 누구와도 동화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원작은 '한눈팔기'보다 길가의 풀이라고 번역되는 것이 더 맞단다. 번역가는 작가가 인생에서 길가의 풀은 무엇인지, 목적을 향해 가는 인간의 관심을 흩뜨려뜨리는 것이 무엇인지 결론짓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인생에서 꿈을 향해 가는 길의 방해물은 무엇일까. 돈, 인정 욕구, 편리. 어떤 것이 나의 집중을 흐려놓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는 그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줄기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런던에도 갔다 온) 학문을 한 남자, 겐조'의 복잡한 가정경제사 이야기다. 겐조는 생부의 눈에도 양부의 눈에도 인간이 아니었다. 차라리 물건이었다. 단지 생부가 그를 잡동사니 취급한데 비해, 양부는 조만간 무언가 도움을 받아야지 하는 속셈을 갖고 있는 존재들의 아들이었다. '바다에도 살 수 없고, 산에도 있을 자리가 없는' 불안정한 존재였다. 이러한 그의 중간자로서의 불안은 개화기 일본인의 서양인도 아닌, 그렇다고 동양인으로 함께 묶이고 싶지 않은 어정쩡한 모습을 비유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특히 탁월하다고 생각한 문장은 다음이다. 겐조는 자신이 얽힌 원가정을 '자기 등 뒤에 숨겨진 세계'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자신이 학문을 하게 됨으로써 만나게 된, 자기 등 뒤에 숨겨진 세계와는 전혀 관계없는 방향의 세계.
"겐조는 자기 등 뒤에 이런 세계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못내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81쪽)
"과거의 교도소(학교와 도서관) 생활 위에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 낸 그는 현재의 자기 위에서 어떻게든 미래의 자신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방침이었다. 그가 보기엔 올바른 방침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방침에 따라 앞으로 나가는 것이 이때 그에게는 쓸데없이 늙어간다는 결과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할 듯이 여겨졌다(83쪽).
이렇게 겐조의 과거의 현재와 미래의 연결은 그 이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도 표현된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대조해보았다. 과거가 어떻게 현재로 발전해 왔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자신이 바로 그 현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꺠닫지 못했다.......그와 시마다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바로 이 현재 덕분이었다. 그가 오쓰네를 싫어하는 것도 누나나 형과 동화하지 못하는 것도 이 현재 덕분이었다. 한편에서 보자면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낸 그는 가엾은 존재였다(259쪽)."
겐조는 과거의 자기 등 뒤에 숨겨진 세계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뭔가를 이루어낸다,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였다(61-62쪽). 그는 모자라는 생활비를 더 벌기 위해 그의 학문이나 교육에 비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을 시간낭비로 생각했다.
겐조는 가족들에게 무정하고 냉랭한 것 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누나와 장인과 자신을 파양한 양부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는다. 나는 그가 그렇게 한 이유가 다음의 문장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 자, 이 말은 해야겠는데, 나는 입으로만 논리를 가진 남자가 아니야. 입에 있는 논리는 내 손에도 발에도 온 몸 전체에 다 있다고."(279쪽).
이 책에서 겐조와 아내는 시종일관 원을 그리듯 엇나가는 관계로 그려진다. 아내는 겐조의 말을 형식적인 텅빈 이론이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겐조가 힘주어 답한 말이 위의 문장이다. 작품에서 겐조는 학문을 한 남자로 그려진다. 학문을 한다는 건 의미를 추구하는 것과 뗄레야 뗄수가 없다. 시간도 돈도 '그냥' 사용할 수 없는. 어찌보면 학문을 한다는 것은 참 피곤한 삶을 스스로 자초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학문을 한다는 건 삶과 세계의 풍성한 의미를 알고 살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진짜' 인간으로 산다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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