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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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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 저/이미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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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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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1984년
조지 오웰 저/박경서 역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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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페스트 평점10점 | o********o | 2020.11.30 리뷰제목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랑에서도 사람들은 시간도 없고 생각도 짧아 사랑하는지도 모르면서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13쪽)그렇다,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것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할 때, 바로 그 추상과 제대로 붙어야 한다.(115쪽)이 세상의 악이란 거의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배움이 없는 선의는 악의와 마
리뷰제목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랑에서도 사람들은 시간도 없고 생각도 짧아 사랑하는지도 모르면서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13쪽)

그렇다,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것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할 때, 바로 그 추상과 제대로 붙어야 한다.(115쪽)

이 세상의 악이란 거의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배움이 없는 선의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다.(170쪽)

존경받을 만한 사람, 즉 어느 누구에게도 거의 병균을 옮기지 않는 사람이란 되도록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결코 해이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하단 말이죠!(324쪽)

그래서 나는 인간들의 모든 불행이란 그들이 분명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325쪽)

...... 마음이 평화에 이르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럼요, 공감이지요."(326쪽)

행복은 전속력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그 순간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랑베르는 결국 모든 것을 단번에 보상받을 것이며, 환희란 음미할 새도 없이 마치 불에 데는 것과도 같으리라 깨닫고 있었다.(377쪽)

한데 말입니다, 페스트란 대체 무언가요? 인생인 거죠, 바로 그거죠, 뭐.(393쪽)

이 글은 완수해 내야 했던 것, 아울러 성인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앙을 용납할 수도 없기에 그 대신 의사가 되려 애를 쓰려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공포와 공포의 지칠 줄 모르는 무기에 맞서 또다시 완수해야만 할 바에 대한 증언일 뿐이었다.(396쪽)

 

리유는 울고 있는 그 노인이 바로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았고, 자신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사랑이 없는 이 세상은 마치 죽은 세상과 다를 바 없으며 사람들은 감옥이니 노동이니 패기니 하는 것들에 지쳐 버린 나머지 어떤 존재의 얼굴을 구하고 그 온유함에 마치 처음으로 눈뜨듯 경탄의 ㅏㅁ음을 간절히 원하는 때가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라고 생각했다.(334쪽)

194X년 4월 16일 오랑에서 시작된 이 일을 서술하는 서술자는 마지막에서야 자신을 밝힌다. 누구라도 했어야 하는 일로 자신이 누구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 자신을 객관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서술자가 기이한 사건들이라고 표현하는 오랑의 페스트 상황도 객관적으로 기술되고 있다. 어떤 죽음 앞에서도 감정의 폭발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이 참혹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이 철철 넘쳐 흘렀다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가슴을 부여잡고 숨 고르기를 해야 할 것이다. 1913년 출생한 카뮈는 1941년 28세에 <페스트>를 준비하고 1946년 33세에 <페스트> 탈고, 1947년 34세 6월에 <페스트> 출간 1960년 47세에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카뮈는 <알제리 해안에 위치한 그저 그런 프랑스의 도청소재지에 불과한> 도시 오랑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점령하게 탄압받았던 프랑스를 상징하며, 등장인물 타루와 리유를 주축으로 하는 보건대는 레지스탕스 운동, 즉 항독저항 운동을 의미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399쪽, 역자해설 중) 이렇듯, 1347년에서 1352년 유럽 전역을 페스트가 휩쓸었다 해도, 전염병이 지구를 휩쓰는 것이 현실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 아니다. 2020년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인 코로나 19가 지구를 휩쓸고 있는 것을 카뮈가 본다면 그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호했던 그의 <페스트>의 '반항'과 '긍정'의 주제는 현시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읽힌다. 신에 대한 '반항'과 삶에 대한 '긍정'으로 말이다. 13쪽의 카뮈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작가는 자신이 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모르면서, 신을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는, 삶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적인 제약 회사에서 코로나 19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재래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말처럼 모든 예후는 단정할 수 없이 불확실하다.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우리 삶이 되돌아 올 때 우리는 카뮈의 "그저 사람들은 전염병이 왔을 때 그러했듯이 또 그렇게 떠나는 것 같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345쪽)는 구절을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 인간이 페스트와 인생이라는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과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뿐이다."(372쪽)라고 의사 베르나르 리유가 말하는 것처럼 그저 '반항'하고 '긍정'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 모른다. 전쟁상황이든, 전염병상황이든, 인생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 혹은 최대한의 노력인 '사랑'하는 것, 우리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하고 우주를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이유가 될 것이다.

신께서 고독하여 우리를 창조하였으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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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시에 유폐된 사람들 평점10점 | g******1 | 2016.08.21 리뷰제목
볼더모트도 아닌데, 차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었던 페스트가 결국 시당국에 의해 공식화되면서 도시는 폐쇄된다. 이제 도시에는 산 자와, 죽은자, 그리고 살아남을 자와 곧 죽을 자들이 남았다. 도시 밖에 있는 사람과 도시 안에 있는 사람은 언제 재회하게 될 지 모른다. 죽음의 도시가 주검을 처리하는 방식은 아우슈비츠를 연상시킨다. 관이 모자르자 관을 생략하고, 묘지가 모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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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모트도 아닌데, 차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었던 페스트가 결국 시당국에 의해 공식화되면서 도시는 폐쇄된다. 이제 도시에는 산 자와, 죽은자, 그리고 살아남을 자와 곧 죽을 자들이 남았다. 도시 밖에 있는 사람과 도시 안에 있는 사람은 언제 재회하게 될 지 모른다. 죽음의 도시가 주검을 처리하는 방식은 아우슈비츠를 연상시킨다. 관이 모자르자 관을 생략하고, 묘지가 모자르자 거대한 구더기가 더 많은 주검을 담기 위해 남녀혼탕체계로 전환되고 바람이 불면 시체처리 냄새를 맡는다. 페스트는 시민들을 도시 안에 유폐시키지만, 비극의 본질은 유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계속된다는 거다. 성곽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편지 한 통 보낼 수 없고 전화 통화도 가능하지 않는 시대다. 떨어져 있는 연인에게, 가족에게 허락된 건 짧디 짧은 전보 메시지가 전부다. 그 짧은 메시지에 사람들이 담을 수 있는 말은 진부함 밖에 없다. 사랑한다. 잘있다. 보고싶다. 계속된다는 건 끝나지 않는다는 것, 답보 상태의 질병이 계속해서, 이웃의 가족의 친구의 생명을 앗아하고 있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헌신적으로 사람들을 '돌보는' 의사와 민간 보건대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페스트임을 확인시켜주고 격리수용시키는 서류에 사인을 하고, 행정적인 도움을 주는 일 뿐이다. 그 도시가 계속된다는 것은 시민들의 삶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즐기는 모든 인간의 삶이 나름대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며 계속된다는 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야말로 피가 철철 흐르듯이 우리의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나왔던 그 말들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당시 우리 시민들은 생명력을 잃은 구절들을 가지고 우리의 고달픈 삶의 징표들을 전달하고자 애를 쓰며 편지들을 기계적으로 베끼고 있었다. 85


페스트의 발생에서부터 물러가기까지의 기간동안 도시의 모습을 서술자에 의해 객관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이 소설에는 도시 풍경 외에, 네다섯 명의 인물이 등장해서, 서술자와의 대화하며 그들의 과거 삶의 궤적과 함께 현재, 그 병든 도시가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후에 밝혀지는 서술자는 실제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임에도 가장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주인공 베르나르 리유다. 페스트의 전조 증상인 죽은 쥐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올 때, 그의 아내는 다른 병으로 인해 도시 밖의 어느 '산'에 있는 요양원으로 떠나고, 대신 어머니가 살림을 맡아주러 와있다. 그는 자신을 돌보지 않으며 헌신적으로 일하지만 농부처럼 과묵하고 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다. 따라서 떠난 아내에 대한 애틋함과 페스트에 대한 자신의 불안이 독자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데, 그 때문에 페스트가 물러나고 도시가 제자리를 찾을 즈음 듣는 아내에 소식은 더욱 애닯고 마음아프다. 아내를 위해 마지막으로 베풀었던 기차 침대칸과 다시 볼 수 없음을 짐작하고 맺혀있던 그 아내의 눈물이 그를 그토록 한 의사를 무기력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페스트 국면에서 그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 나가고, 아이들의 죽음을 견딜 수 없이 슬퍼하고, 랑베르의 탈출에 행운을 빌고, 페스트가 죄지은 인간에 대한 벌이라는 신부에게 참고 참았던 감정을 폭발하고, 떠난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채울 형용사들에 대해 고민하는 그랑의 말을 들어주고, 보건대를 조직한 장 타루에게서 우정을 느낀다. 


그렇다고 항상 죽음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휴가 중인 셈이었다. 타루는 이렇게 적고 있다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은 그들이 잊힌 사람들이었다는 것, 그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296


우연히 취재차 왔다가 떠나지 못하고 도시에 갇혀버린 랑베르는 자신은 오랑 시민이 아니며, 어떻게 해서든 도시를 빠져나가는 게 새로운 삶의 목적이 되어 버렸다. 서류를 작성하고, 사인을 받으러 다니고, 거절되고, 또다른 사람을 만나서 설명을 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또 거절당하고 그렇게 매일 매일을 도시 탈출에 온 에너지를 쏟느라 막상 나가야 하는 이유였던 연인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지만, 결국 성문을 지키는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 몰래 빠져나갈 기회를 찾게 된다. 위험을 무릎쓰고 도전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페스트 때문에 도시 사정은 한치 앞을 알 수가 없고, 문지기들을 만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이 비공식적 탈출 계획 역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나가려고 했을 때만큼 번번히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뭔가 쿨하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연상시키는 장 타루는 오랑 시민도 아니고, 호텔에서 묵고 있는 이방인에 불과하지만, 랑베르와는 달리 도시의 자원봉사대가 필요하리라 생각하고 보건대를 조직하여 앞장선다. 그 일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었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1/3밖에 안된다고 리유는 타루가 보건대를 조직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을 알려주지만 타루는 개의치 않고 민간보건대를 조직한다. 타루가 이끄는 보건대의 활약은 짐작하건데 도시의 질서 유지에 큰 도움을 주고 페스트로 마음마저 황폐해졌을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을테지만, 이 소설에서 그런 감상적 개입을 원치 않은 서술자는 보건대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며, 그 의미마저 축소시킨다. 그의 과거 역시 리유에게 자신을 설명함으로써 알게 되는데, 그의 약간은 냉소적이면서도 초월적인 면은 그의 어릴 때의 환경과 그것이 심어놓은 개인적인 가치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사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가 발견되는 모순을 통해 이해 가능하다. 


평생 말단 임시직 서기인 그랑은 자신의 건물에 함께 사는 코타루가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하는 것을 구해내 의사를 불렀을 때 리유와 알게되는데, 이후 리유에게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해 계속해서 언급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했지만, '만사에 무심해졌고, 점점 더 과묵해진 데다, 자신의 젊은 아내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 그랑은 떠난 아내가 남긴 편지를 끌어안고 남은 평생을 살아간다. '제 때 그녀를 붙잡아둘 말들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주기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으나, 적합한 말을 고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 리유에게 계속 형용사를 바꾸며 의견을 묻고, 또 바꾸고를 되풀이하지만, 편지는 완성되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빈틈없는 평등이 남아있기는 했으나' 공연을 왔다가 페스트 공포에 유페된 극단은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루며 공연을 하고, 사람들은 술집으로 몰려다니며 죽음을 나눈다. 재난 영화의 전형처럼 보이는 방화, 약탈, 폭동, 강탈, 반란 등의 사건이 일어나 총격전도 발생하지만, 그것들은 짧은 뉴스 정도로 다룬다. 당연히 기회를 만난 사람도 생긴다. 바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던 코타르인데,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받을만한 중범죄를 저질러 쫓기고 있던 그는, 모든 공권력이 페스트로 쏠린 덕에 경찰의 주목을 받지 않았고, 여기저기 벌인 자잘한 투기와 불법적인 거래로 호황을 누린다. 소설에서 악인을 뽑아야 한다면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을 코타르지만, 여기 나온 모든 등장인물들과 관계를 맺는 그는 그들에게 그냥 이웃일 뿐이며, 랑베르에게 탈출을 주선하기도 한다.


감정을 잘 추스리고 맡은 바 임무에만 집중하는 리유가 딱 한 번 감정이 격해지는 적이 있는데,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오통 판사의 아들을 신부 파눌루와 함께 지켜본 후의 일이다. 파눌루의 열정적인 설교를 기억하는 리유는 그 어린 아이가 어째서 그렇게도 고통스럽게 죽었어야 했는지를 절규하듯 묻는다. 이에 충격을 받은 파눌루는 다소 불안하고 극단에 치닫는 길고 지루한 설교를 하는데, 이후 페스트가 아닌 다른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 뭔가 심오해보인다. 


카뮈 자신은 이 소설을 2차대전때 독일에게 함락된 파리에 대한 은유이며 페스트는 나치 전제주의를 상징한다고 하고, 또한 본문 중에도 페스트는 어떤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한 내용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재난 소설로서만 보아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잘 계산된 인물의 배치와 그들의 역할은 촘촘하게 다양한 인간의 군상과 의미를 전달하고, 리유라는 인물이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보여준 헌신적인 행동과 특히 의미마저 축소시켜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던 민간보건대의 역할은 훗날 랑베르와 그랑을 모든 인물과 엮으면서 삶의 무엇이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천재적인 구성이다. 랑베르의 결정이 있은 후, 잠시 숨을 고르느라 책을 덮어야 했다. 그리고 리유가 만났던, 리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던 이들 중 허망하게 죽은 자와 죽음에서 살아나온 자들에 대해 한명 한명 모두 감정이입이 되고 특히 리유의 이미지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읽은 책을 읽자 마자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 책이 그 케이스였다. 비록 알베르의 독립을 반대했던 그의 정치관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카뮈는 진즉 읽었어야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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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스트 평점8점 | q******5 | 2015.07.13 리뷰제목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하면 '이방인'과 '페스트'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페스트'를 읽으며 얼마 전까지 온 나라를 극도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떠오른다.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고 있어 현재는 메르스가 잡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때나마 메르스로 인해 마을 전체가 고립되어 있는 상황은 페스트로 인해 조용하던 해안 도시 오랑의
리뷰제목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하면 '이방인'과 '페스트'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페스트'를 읽으며 얼마 전까지 온 나라를 극도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떠오른다.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고 있어 현재는 메르스가 잡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때나마 메르스로 인해 마을 전체가 고립되어 있는 상황은 페스트로 인해 조용하던 해안 도시 오랑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페스트의 줄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에서 갑자기 숨어 있던 쥐들이 한두 마리씩 죽어간다. 처음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사람들도 한순간에 많아진 죽은 쥐들을 보면서 겁이 나기 시작한다. 예사롭지 않은 쥐들의 죽음은 페스트(흑사병)가 다시 돌고 있다는 증거다.


주인공 리유를 비롯해 흑사병을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가장 큰 재미로 다가온다.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 곁에서 힘을 보태는 리유와 타루 노인을 비롯해 성직자로 페스트와 발명과 신에 대해 성토하는 파늘루 신부, 페스트의 출현으로 자유를 만끽하며 좋아하던 코타르가 페스트가 서서히 잡혀가자 보인 행동은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한없는 이기적인 악을 보여준다. 자신은 오랑에서 발생한 페스트와 전혀 상관없는 일인듯 하루 빨리 도시를 떠나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신문기자 랑베르 등등 여러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흥미롭다. 다만 정부 당국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와 별반 다르지 않아 한숨이 난다. 전염병의 위험을 인식한 정부가 한 일라고는 도시를 폐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다니... 극도의 공포를 느낀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페스트보다 더 무섭고 섬뜩하다.


책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모습들을 보며 내가 저들과 얼마나 다를까? 싶은 생각도 잠시 해본다. 어떤 식으로의 죽음이 언제 내 앞에 올지 모르기에 연인, 가족, 친구 등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페스트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의 걸작이란 평을 듣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시간이다. 


현기증은 이성 앞에서 자리를 잃었다. <페스트>라는 말이 내뱉어진 것은 사실이고, 바로 그 순간에도 재앙이 한두 명의 희생자들을 땅바닥에 내팽개쳐 버리고 있었다.   -p58-


단언하건데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각자 자신 안에 페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왜냐하면 실제로 아무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른 사람 낯짝에 대고 숨을 내뱉어서 그자에게 병균이 들러붙도록 만들지 않으려면 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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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코로나 평점7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b*****y | 2020.03.07 리뷰제목
해안 도시 오랑에 페스트,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오랑 시민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테지만, 요즘 같은 시기, 전세계 코로나19로 시끄러운 이때 안 읽으면 언제 읽겠는가. 그것도 작가는 카뮈요, 그리고 전염병은 무려 어마어마한 악명의 페스트라니. 요즘 마스크가 부족해서 미친듯이 가격이 뛰고 코로나19가 확산될까봐 국경까지 닫는 것을 보면서 뭐그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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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도시 오랑에 페스트,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오랑 시민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테지만, 요즘 같은 시기, 전세계 코로나19로 시끄러운 이때 안 읽으면 언제 읽겠는가. 그것도 작가는 카뮈요, 그리고 전염병은 무려 어마어마한 악명의 페스트라니. 요즘 마스크가 부족해서 미친듯이 가격이 뛰고 코로나19가 확산될까봐 국경까지 닫는 것을 보면서 뭐그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일을 보면서 하나 배운 것이라면 위기일때 사람들의 진면목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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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지금 읽어볼 책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d*****t | 2021.01.20 리뷰제목
지금 이 시국에 읽어 보면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어 아이에게 물었더니 이미 읽어봤지만 또읽고 싶다고 해서 소장하게된 책입니다. 올해만 이 책을 몇번 읽었는지. 읽을때마다 정말 작가가 대단하다 느껴진다고 합니다.  좋은책이고, 책은 정말 많이 읽으수록 좋은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라고 합니다. 소장하고 싶은책 손가락안에 드는 책이라며 강력추천하네요~  둘째도 어서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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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국에 읽어 보면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어 아이에게 물었더니 이미 읽어봤지만 또읽고 싶다고 해서 소장하게된 책입니다. 올해만 이 책을 몇번 읽었는지. 읽을때마다 정말 작가가 대단하다 느껴진다고 합니다. 

좋은책이고, 책은 정말 많이 읽으수록 좋은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라고 합니다. 소장하고 싶은책 손가락안에 드는 책이라며 강력추천하네요~ 

둘째도 어서 읽어 봤음 좋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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